[시승기] ‘좀 더 영리해져야 할 때’ 아우디 Q4 e-트론

“오 한 번에 돌아지긴 하네”

현재 위치는 제주도 남쪽의 해안도로 인근. 아우디에서 선보인 Q4 e-트론의 시승행사 구간이다. 선두차량의 실수로 코스를 이탈하게 돼 차를 돌리는 상황, 왕복 1차선 구간에서 약간의 갓길을 물고 한 번에 유턴이 됐다. 같은 방식으로 유턴하던 고성능 내연기관, S4는 어림도 없었지만 말이다.

회전반경이 작은 게 무슨 대수라고 이런 걸 자랑한담?’ 이렇게 생각했던 본인 입장에선 한 방 먹었다. 직접 경험 해보니 좁은 도로에서의 활용도는 분명해 보였다. 특히 도심에서의 이용이 잦을 컴팩트 전기 SUV라면 더더욱 그러해 보였다.

아무튼 소소한 장기를 뒤로하고 계속 차를 몰아 나간다. 오늘 일정은 무려 5시간 코스. 도심과 해안, 산간지대를 지나며 제주도 전역을 S자로 훑는다. 주행거리 또한 200km 이상이다. 아우디는 Q4 e-트론이 인증 받은 복합 주행가능거리가 부당하다는 듯 실제 주행환경에서 오래달리기 능력을 보여줄 심산인가보다. 그만큼 다양하고 긴 시승코스를 마련했다.


[시승기] '좀 더 영리해져야 할 때' 아우디 Q4 e-트론
쿠페형 실루엣의 더 뉴 아우디Q4 스포트백 e-트론 40

Q4 e-트론이 인증 받은 1회 충전 시 복합 주행가능거리는 368km. 스포트백이 357km. 같은 파워트레인에 동일한 공차중량, 낮은 전고에 공기역학적 특성이 뛰어난 스포트백이 오히려 주행거리가 적게 나오다니 다소 의아하다. 최대주행거리는 같지만 최소기준에서 조금 더 달릴 수 있다고 측정한 WLTP의 기준과도 상이하다.(Q4 e-트론 : 447-528km, Q4 e-트론 스포트백 : 452-528km) 그렇다면 실제 달려보면 어떨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국내 인증 수치보다 더 달릴 수 있다. 타는 사람에 따라 달라졌긴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전비가 5km/kWh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생제동과 글라이드(타력주행) 모드를 적극 활용한다면 공인 표준 전비(4.3km/kWh)는 그리 신경쓸만한 수치가 아니다. 충전량 88% 상태에서도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384km에 달했고 시승 막바지에 확인한 충전잔량만 봐도 400km 이상 주행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프리미엄인데

문제는 뒷바퀴에 달린 드럼 브레이크다. 기능상의 문제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시승코스가 보통 행사에 비해 길다고 해도 그래봤자 200km 내외다. 서킷도 아닌 일반 도로환경에서 제동성능에 이상이 생길 리 만무하다. 심지어 1100고지 하행 길은 40km/h 구간단속 구간이었다. 브레이크에 부하를 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단 얘기다.


[시승기] '좀 더 영리해져야 할 때' 아우디 Q4 e-트론
어두운 색을 칠해 존재감을 숨긴 뒷바퀴 ‘드럼 브레이크’

진짜 문제는 아우디의 브랜드 이미지에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한 그들이 굳이 드럼 브레이크를 적용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디스크 브레이크에 비해 단점이 많아 차츰 자취를 감춰가던 드럼 브레이크인데, 차세대 탈것으로 등장한 전기차에 과거의 유물을 적용한다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그룹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제조사의 변

전기차는 회생제동을 통해 감속을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브레이크 사용량이 적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뒷 브레이크의 경우 개입량이 더 적기 때문에 디스크에 녹이 생기거나 제동성능이 저하되는 등 기능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상황. 여기에 브레이크 패드로 인한 주행거리 감소와 분진 발생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도 드럼 브레이크를 다시금 활용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지켜봐도 늦지 않다

여러 이유를 확인하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드럼 브레이크의 한계 또한 명확한데, 고온 및 저온 환경에 따른 상태변화와 제동 중 컨트롤 문제, 관리 및 정비성 저하 등 여러 주행 및 안전 리스크가 존재한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문제들을 돌이켜 봤을 땐 결코 고성능 및 프리미엄에 어울리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이 차가 엔트리 모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시승기] '좀 더 영리해져야 할 때' 아우디 Q4 e-트론
보닛을 고정시키려면 손수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기술을 통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걸고 있는 회사라면 기존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던 드럼 방식 대신 디스크 브레이크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순 없었을까. 그리고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고 아예 문제가 없다고 예단 할 수 있을까? 원가절감이란 비판도 외면할 수 없다. 일단 총대는 폭스바겐 그룹에서 멨으니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주의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낯설지 않은 아우디 전기차

중요한 얘기들은 끝냈으니 빠르게 내·외관을 훑어보면, 우선 전기차임을 의식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지 않은 외관이 마음에 든다. 기본적으로 아우디의 디자인이 미래지향적이었던 터라 부각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파격적인 디자인 요소가 적어 위화감이 없었다. 한 눈에 봐도 아우디 패밀리의 일원이었다.

2열 바닥은 평평하고 머리 공간도 별도 마련해 아쉬움 없는 공간감을 연출했다

실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우디 특유의 모던하고 시크한 느낌이 살아있다. 형제 모델인 폭스바겐 id.4 대비 고급감이 돋보인다. 다만 다소 과장된 크기의 송풍구와 스티어링 휠 위의 로고는 엔트리 감각을 지우기 어렵다.


[시승기] '좀 더 영리해져야 할 때' 아우디 Q4 e-트론
사진 : 씨넷코리아 신동민 기자

주행 중 눈에 띄는 기능도 있었다. 바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AR 내비게이션이 그것이었다. 증강현실을 통해 실제 주행 중인 도로 위에 가상의 길안내 표지판을 보여준다. 거리에 따라 크기도 달라지고 모션을 줘 운전자의 시선을 끈다. 초행길을 갈 때 도움이 될 듯하다. 반면 해당 기능 없이도 운전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멀미를 유발 할 수도 있겠다.

균형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