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부자 되는 선택일까? 르노 QM6 LPe 프리미에르

르노코리아가 오래간만에 한숨을 돌렸습니다. 이어지는 QM6 LPe 판매 호조 덕분입니다. 물론 4,000대를 넘게 팔았던 6월에 비하면 반 가까이 빠진 실적이지만 전년 동월 대비 좋은 실적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돼 가고 있습니다. 강력한 경쟁 창종인 기아의 스포티지 LPI는 워낙 생산량 자체가 적은 차인데다 대기 기간도 깁니다그에 비해 르노 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출고 대기기간도 짧습니다 점에 맞춰 판매에 사활을  일선 딜러십 임직원들의 분투도 빼놓을  없죠

이 차를 시승하던 중 한 경제 방송을 들었습니다. 부자가 되려면 돈을 쓸 구실을 찾지 말고, 안 쓰고 아낄 구석부터 찾으란 이야기였습니다. 다소간 논의의 근거가 협소했으나 맞는 말이죠. QM6 LPe도 같은 질문을 유저들에게 던집니다. ‘부자가 되고 싶으냐’고요. 르노가 자랑하는 경제성의 키워드에 맞춰서 이 차를 타봤습니다. 

경제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

자동차를 선택할 때 ‘경제성’은 복합적인 개념입니다. 초기 구입 비용을 적게 할 것인가 총 운용 비용(TCO)을 적게 할 것인가를 넘어서 차를 대하는 가치, 소비재 구매하는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도 관련이 있는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르노의 QM6 LPe 경제성은 구입 가격 기준  연료 구매 비용에 있습니다면세가 아닌 과세 차량 기준으로 3,505 그리고 프리미에르 선택 사양인파노라마 선루프와 프레임리스 룸미러를 모두 더하면 3,620 원이 됩니다최근 ‘카플레이션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라고 보면 차종의 풀옵션 치고 높은가격은 아닙니다그리고 신차 구매가 급한 이들에게시간도 재화라고 하면 2개월 이내라는 대기 기간도 경제성으로   있겠습니다

이 차를 시승해 본 8월 초순 무렵, 전국 충전소의 자동차용 LPG 가격은 약 1,100원이었습니다. 2.0리터(1,998cc)인 이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8.6km/L로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출력도 부족하고 겨울엔 시동성도 좋지 않은데, 가솔린 엔진 대비 장점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1km 당 연료비를 봐야 합니다. QM6 LPe는 1km당 128원 정도가 듭니다. 이 당시 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은 1,888 원이었는데 가솔린 기준으로 저 비용이 나오려면최소 14.75km/L 이상의 연비가 나와야 합니다. 

비슷한 체급의 가솔린 SUV로는 비슷한 차도 없습니다. 물론 실연비가 16~17km/L에 육박하는 CR-V 1.5 VTEC 정도가 있다지만 공인 연비는 12.6km/L 수준입니다. 준중형 중에는 K3 G 1.6 스마트스트림 정도가 15.2km/L의 복합연비를 보이지만 이건 15인치 타이어가 적용된 ‘깡통’트림입니다. QM6 급을사려는 분들이 원하는 유형은 아니죠.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경유(8월 초 가격 1,950원)의 경우를 볼작시면 기아 스포티지 2.0 디젤+7단 DCT가 14.5km/L의 연비를 보여줍니다. 138원/km로10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폭스바겐 아테온이 15.5km/L의 복합 공인연비를 보여주므로, 125.8원/km, QM6 LPe보다 조금 낫지만 가격이 2,000만 원 가까이 비쌉니다. 저 돈을 쓸 수 있는 고객이라면 애써 LPe를 찾을까요?

QM6 LPe를 잘 타는 방법은 따로 있다?

물론 LPe는 실연비가 좋지 않습니다. 연비 운전이 습관화된 운전자가 주행 중 채 7km/L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간선도로 정속주행의 순간 연비는 14~15km/L를 넘보기도 했으나, 약간이라도 오르막이 보이면 여지없이 벌어놓은 연비가 깎이곤 했습니다. 철저히 관성 주행을 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 조절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그렇게만 운전할 수 있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확실한 정숙성입니다. 풍절음도 크지 않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도 최대한 걸러집니다. 물론 급추월은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역동적인 가속감을 원한다면 비용을 더 내고 다른 차를 사는 것이 맞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관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운전을 하다 보면 이 기능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정체 구간에서 이 기능이 없는 차를 타 보니 허벅지 뒤쪽이 뻐근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부자 되기’니까요.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최대 불편을 선택하고 통장 잔고의 여유를 얻기 위함입니다.

그래도 포뮬러 원에 참가하는 브랜드다 보니 재미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선행 차량과의 충돌 예상 시간을 계기반에 보여주는데요. 속도별 주행 거리에 따라 3초, 2초, 1초 이런 식으로 경고를 줍니다. 안전과 잔재미가 조화된 것이죠. 

차가 정숙하다보니 오히려 차의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은 타이트하고 안정적이며 선회 시에도 딱 알맞은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 줍니다. 시트 자체도 촉감은 부드럽고 폼은 탄탄한 편이라 조향 조작 시 몸으로 느껴지는 타이트함이 있습니다. 다만 요철 등을 넘을 때 하부에서 올라오는 르노 자동차특유의 둔탁한 소음은 있습니다. 거슬릴 정도의 주파수는 아니고 견딜 만합니다. 휠 직경은 19인치, 단면폭 225㎜, 편평비 55%입니다. 회전저항등급은 1등급이지만 차가 출발할 때의 느낌은 전혀 1등급 타이어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출발이나 재출발 시에 효율이 너무 떨어집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효율이좋은 다른 비싼 브랜드 타이어의 1/3 가격이니까요.

랩어라운드 디자인의 정수
퍼플 블랙의 멋

자동차 컬러에 의외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퍼플입니다. 어둠 속에서는 블랙으로 보이지만 쨍한 햇빛 아래서는 은은하게 그 정체를 드러내는 정도로 사용되며고급 차량에 적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프랑스 차종에서 이 컬러들이 꽤나 멋지게 표현됩니다. 스텔란티스 DS의 DS7 크로스백도 메인 커뮤니케이션컬러가 퍼플 계열이죠. 홈페이지에서 보던 것만큼이나 실물 컬러가 멋집니다. 버건디 레드 컬러의 모습도 궁금해집니다. 

QM6는 차량 네 모서리를 부드럽고 둥글게 처리하는 랩어라운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단정함과 단단함 그리고 부드러움이 어울립니다. 주워 올리고 싶은비누 같습니다. 전장 4,675㎜, 휠베이스 2,705㎜, 전폭 1,845㎜ 정도로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급이지만 차가 여유로워 보이는 것도 이 랩어라운드 스타일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에르 트림은 그릴 한가운데와 전륜 펜더 쪽에 ‘PREMIERE’ 트림명 로고가 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우리들에게 주어진 최대한의 사치라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실내가 여유롭지는 않습니다만, 아직 아이가 어린 경우의 패밀리카라면 무난한 정도입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S-링크에서 블루투스의 연결 시 감도는 보통입니다. 화면의 발열이 적다는 장점은 있지만, 라디오 수신 시 잡음이 많고 오디오의 스피커 배치는 배음 관계가 잘 고려되어 있다고 보긴 힘들었습니다. 저역대는 빈약했고 고역대는 파이프에다 대고 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치는 우리의 편이 아닙니다. 만족해야만 합니다.

QM6 LPe 프리미에르는 기본 가격이 기아 스포티지 2.0 LPG의 시그니처 그래비티보다 비싸지만 스포티지에 파노라마 선루프 하나만 넣어도 가격 차이는확 벌어집니다. 프리미에르가 풀옵션이니 그에 대응한 스포티지 시그니처 그래비티에 추가적인 옵션을 모두 더해 비교한다면 가격 차이는 300만 원 정도가 됩니다.

돈을 모으려면 차를 안 사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일차원적인 생각입니다. 밤늦게 일하고 돌아오는 N잡러의 퇴근길, 일상용과 업무용을 겸하는 개인사업자들에게 차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특히 여성분들의 경우 늦은 귀갓길의 안전과 절약을 바꿀 수 있을까요? 또한 급히 병원을 찾아야 하는 가족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걸 인정하는 가운데, 통장 잔고를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최소한의 선택으로 최대한 만족하는 것이 바로 부자가 되는 진짜 방법입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시간을 견딜 만하게 해주는 정도여야 하겠죠. 그래서 QM6 LPe는 따져보면 ‘경제성 있는 SUV’라는 주제로 차를 고를 때, 대안이 많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글·사진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