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넘은 특별한 경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스컬레이드(Escalade)를 만난다면 그 크기에 압도되지 않을 이가 드물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서도 자주 소개되지만 실제로 만났을 때의 존재감은 거대한 해일 같은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라는 자동차를 그러한 크기만으로 논하는 것은 오히려 이 거대한 자동차의 의미를 매우 협소하게 전하는 일이다. 온갖차는 에스컬레이드 미디어 시승 행사를 통해 직접 그 매력을 살펴보았다.

견고한 외면과
섬세한 내면의 조화

지난 2 20, 캐딜락 코리아는 자동차 전문 미디어를 대상으로 에스컬레이드 시승회를 열었다. 프리미엄급 자동차인만큼 제한된 시간에 해당 차종의 모든 가치를 알아낸다는 것은 어렵다. 캐딜락 측도 그러한 부분을 고려해, 소규모 인원 편성으로 미디어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에스컬레이드의 외관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바로 직선의 매력이다. 전후좌우와 상하로 거침없고 날카로운 직선을 통해 미국의 자존심과 같은 외관을 완성했다. 전면에 위치한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은 캐딜락 엠블럼의 윤곽을 확장한 듯한 오각형의 형태를 구현했다. 또한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가로 창살 사이에 보다 두께가 얇은 크롬 바가 추가되어 보다 치밀하고도 화려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여기에 전면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세로로 디자인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전장 5,180, 전폭 2,045, 전고 1,900㎜에 휠베이스 2,946㎜의 차체가 주는 이미지는 미국 대통령의 차다운 위압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22인치 휠이 더욱 압도적인 근육질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촘촘해진 스포크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한다.

위압적인 외모와 달리 인테리어는 프리미엄 SUV라는 분류에 걸맞게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현한다. 도어를 오픈하면 작동하는 전동식 사이드스텝은 높은 차고의 에스컬레이드에 보다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장인의 수작업으로 한땀한땀 완성된 실내 가죽 소재 시트 및 인테리어 트림은 부드러운 촉감과 안락감을 구현했다.
 
운전자를 위한 편의 장비도 빼놓지 않았다. 운전자를 위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12.3인치 LCD 게이지 클러스터, 노이즈 캔슬 기능의 16스피커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이 탑재되었다. 이외에도 시선이 가는 부분은 실내의 세심한 디테일이었다. 센터페시아 버튼을 누를 때의 감촉, 센터 콘솔의 쿨러를 통해 음료를 보관하기 용이하며, 1열 마사지 기능을 통해 장시간 운전에도 운전자의 피로를 줄여주는 세심한 디테일이 에스컬레이드의 프리미엄 가치를 대변한다.   

폭발적인 에너지의
부드러운 표현

이번 시승 행사는 캐딜락 하우스 서울을 출발해 가평을 거쳐 복귀하는 코스로 구성되었다. 다양한 주행환경에서의 에스컬레이드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드에는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6.2리터(6,162cc) V8 엔진이 탑재된다. 이 엔진의 최고출력은 420hp(426ps, 5,600rpm)로 배기량과 실린더 수 대비 최고 출력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62.2㎏·m(4,100rpm)에 달하는 최대 토크에 기반한 견인력과 여유와 부드러움 담긴 남성적 배기음이 매력이다. 개스 거즐러(gas guzzler)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 멀티 포트 직분사,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와 같은 기술을 통해 최선의 연비를 구현하려는 노력도 빠뜨리지 않았다. 물론 복합 연비는 6.8/L로 절대적인 기준에서 우수한 연비라는 의미는 아니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아 회전계 게이지를 올리자 에스컬레이드의 V8 엔진이 웅장한 배기음과 함께 힘을 발휘했다. 물론 공차중량만 2,600㎏이 넘으므로 거동이 가뿐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천천히 고속 영역에 도달할수록 여유로운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이번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에는 10단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어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이 변속기는 포드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고속 항속 시 엔진의 부하를 줄이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저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간선도로 주행 중에는 10단에 오르는 것을 구경하기 어렵다.

가평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시작된 와인딩 코스에서 에스컬레이드는 안정적인 주행을 선보였다. 좌우로 요동치는 모습없이 부드러운 코너링을 선사한다. 에스컬레이드에 적용된 스태빌리트랙(Stabilitrak)은 긴급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차체를 제어하는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코너가 나타날 때 속도를 줄이고자 브레이크를 밟으면 뛰어난 제동력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세단과 SUV에 익숙한 유저라면 브레이크가 조금은 밀린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의 크기와 중량을 생각한다면 너무 민감하지도 둔하지 않게 부드럽게 차체를 멈추는 감각이 멋스럽게 다가온다.

독보적인 영역,
에스컬레이드

이번 에스컬레이드를 시승하면서, 기존 에스컬레이드에 대한 일종의 편견은 상당히 옅어졌다. 재미없는 디자인은 강렬한 인상으로, 차체를 힘겹게 이끄는 부족한 성능은 부드럽고 뛰어난 성능의 구현으로, 멋드러지게 반전매력을 선사한다. .

특히 에스컬레이드의 내면은 반드시 한번 경험해보길 권한다. 승객을 배려한 전동식 사이드스텝을 비롯해 후열 탑승객을 배려한 리어 시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트라이존 독립제어 에어컨, 부드러운 세미 아날린 가죽 등 승차감과 주행감 이를 마무리하는 실내의 다양한 가치가 맞물려 진정한 프리미엄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단순히 대형 SUV라는 범주로 묶기에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해외시장에는 에스컬레이드와 결줄만한 라이벌이 존재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적절한 비교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한국의 도로 사정이나 주차 공간 등의 조건을 고려한다면 일반적으로 선택하기는 어려운 자동차다. 그러나 에스컬레이드는 일반적인 이들을 위한 SUV가 아니라 특별한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급 차량이다.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한국 땅이라도 다른 스케일의 시공간을 산다는 의미이다. 이를 인정할 때 에스컬레이드의 가치는 간접적으로나마 그 제대로 된 면모를 조금씩 보여줄 것이다.


김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