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리즈와 M의 경계를 넘나들다, M5와 함께한 750km

500~600hp에 달하는 최고 출력은 일반인이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무지막지한 출력이 오직 후륜에만 집중된다면 전문 레이서들조차 쉽게 제어하기 어렵다. 이에 M 디비전은 6세대 M5(코드네임 F90) 설계 당시 많은 고심을 했다. 이전 세대 M5(코드네임 F10)의 최고 출력이 출시 당시 552hp, 단종 직전 591hp에 달했는데, 체면상 6세대 M5는 이보다 더 높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M 디비전이 내놓은 해답은 M5 역사상 최초로 4륜 구동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이었다. 과연 4륜 구동 M5에도 운전의 재미는 잔존할까?


5시리즈와 M의 경계를 넘나들다, M5와 함께한 750km
M5 시승날, 운 좋게도 2대의 M5(F10)와 조우했다 (사진: 이정호 기자)

5시리즈와 M의 경계를 넘나들다, M5와 함께한 750km
M5 시승날, 운 좋게도 2대의 M5(F10)와 조우했다 (사진: 이정호 기자)

정녕 세단의 제원표란 말인가?

생각해보자. BMW 5시리즈의 베스트 셀링 기종인 520d는 최고 출력 187hp, 최대 토크 40.8kgm, 530i는 최고 출력 249hp, 최대 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최고 출력 335hp, 최대 토크 45.9kgm540i도 준비되어 있다. 물론 요즘은 최고 출력 300hp대의 차량이 흔해졌지만, 일반적인 운전자로서는 사실 540i 수준의 성능을 100%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정도로 만족할 M이 아니다. 이들은 5세대 M5 V8 4.4리터(4,395cc) 트윈 터보 엔진에 새로운 터보차저 시스템과 고효율 냉각시스템을 탑재하고, 연료 분사압 등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6세대 M5의 최고 출력은 600hp(5,600~6,700rpm), 최대 토크는 76.5kg·m(1,800~5,600rpm)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0100km/h까지 3.4, 200km/h까지는 11.1초만에 도달한다. 한낱 세단(물론 슈퍼세단이지만)의 가속력이 슈퍼카 급인 911 터보 카브리올레(코드네임 991)와 대등한 수준이다.

고통이 수반되는 출력의 대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위와 같은 제원표를 보고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M5에 올라보고 싶었다. 몇 주가 지나고 M5를 만나는 날이 되었다. M5의 인도는 지하주차장에서 이뤄졌다. 주차된 차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허전했지만, 이곳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매니저가 차량 이동을 위해 M5를 깨우자 굉음이 지하주차장의 벽에 반사되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고성능 자동차를 접할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이기도 하다.

차량을 인도 받고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와 서울 도심에 합류했다. 시승을 시작한지 10여분이 지났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뻥 뚫린 도로를 마주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속도를 준수했다. 아직 차량에 익숙하지 않기도 했지만, 얌전한 상태의 M5를 더 느껴보고 싶었다. 동시에 언제든 누구보다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 덕분이기도 했다.

이처럼 M5는 서울 도심에서 운행하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만약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차량이 최고 출력 600hp의 슈퍼세단이라는 점을 눈치채지 못할 듯했다. 그만큼 M5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여느 차들과 같이 천천히 가속하고 부드럽게 주행했다.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액셀러레이터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는 순간 무덤덤하게 시내 제한 속도 정도는 우습게 넘어버린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을 벗어나 곧게 뻗은 도로를 만나자 호기심과 설렘 그리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최고 출력이 567hp였던 재규어 F타입 SVR 컨버터블의 강력한 가속감도 오싹했다. 그렇다면 600hp는 어떤 느낌일까? 잠시 숨을 고른 후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봤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5단에 물려 있던 ZF 8단 자동변속기는 단숨에 3단으로 하향 변속됐고, 아주 잠깐 머뭇거리나 싶더니 이내 차량이 튀어나갔다. 그 과정은 마치 잘 관리된 총의 방아쇠를 당긴 느낌이었다.

가속이 시작되는 순간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고, 손바닥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던 표지판은 불과 몇 초 만에 M5의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계기반을 2번 힐끔거렸을 뿐인데 속도계의 자리는 이미 ‘2’로 바뀌어 있었다. 더 무서운 것은 이와 같은 속력을 돌파해도 힘이 빠진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M5는 소위 리밋이 설정되어 있는 260km/h까지 맹렬한 기세로 돌진한다. 참고로 80km/h에서 260km/h까지는 16초면 충분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8단 자동변속기의 반응이다. M4에서 느꼈던 DCT와 견주어도 변속 속도 및 반응 부분에서 뒤지지 않는다. 특히 가속 영상에서 볼 수 있듯 변속 시 회전계가 자리를 찾아가는 속도는 여러 자동변속기 중에서도 발군이다. 물론 소프트웨어의 세팅에 의한 단순 시각적 효과일지 모르지만, 체결감이나 체감적인 변속 속도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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