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인천 영종도 및 일대에서 볼보의 3세대 S60의 미디어 시승 행사가 진행됐다. 볼보는 벤츠의 C클래스와 BMW의 3시리즈를 경쟁 기종으로 잡고 있다. 물론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우수한 계약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과연 FR(앞 엔진, 후륜 구동) 레이아웃을 택한 경쟁자들과 같은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제한적인 조건이지만 미디어 시승을 통해 살펴보았다.
가벼운 체감 중량과 우수한 밸런스
볼보 S60의 공차 중량은 1,700kg으로 경쟁자로 지목한 차종들 대비 조금 무거운 편이다. BMW 330i의 4륜 구동 차량인 x드라이브와 제네시스의 G70 HTRAC보다도 5kg 무겁다. 후륜 구동 레이아웃으로만 따지면 30kg 정도 차이가 난다. 물론 휠베이스가 2,872㎜로 경쟁 기종들보다 최대 40㎜ 이상 길지만 구동 최고 출력이나 최대 토크 대비 무게비는 주행 질감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염두에 두고 시승에 임해야 할 부분이었다.
영종도는 지방도로와 간선도로, 그리고 고속도로의 교차점이 많고 경사 및 선회 구간도 자주 반복된다. 시승 장소로 선호되는 것도 이런 조건에 있다. 출발 후 영종도 해안도로를 따라 가속을 시험했을 때의 출발 감각은 가뿐하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 출력은 254ps(5,500rpm), 최대 토크가 35.7kg∙m(1,500~4,800rpm)로 최대 토크 구간이 상대적으로 넓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그리고 스포츠 모드에 해당하는 다이나믹이 있는데, 에코와 컴포트의 가속감각 차이는 꽤 컸다. 비교적 후미의 차량을 배정받았는데, 에코 모드일 때는 선행 차량이 치고 나갈 때 간격이 생각보다 많이 벌어졌다. 대신 컴포트와 다이내믹에서는 최대 토크를 기반으로 여유로운 가속감을 발휘했다. 인스트럭터는 무전으로 가속 페달을 깊게 밀듯이 밟아보라고 했는데 이는 최대 토크 영역을 충분히 활용해보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부족하지 않은 주행 성능에도 ‘스포츠 세단’다운 맛은 혀에서 멀다. 가속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볼보의 8단 자동변속기는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점잖다. 안락감과 질주 성능의 접점이라 할 만한 퍼포먼스지만 역동성을 바라는 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패들 쉬프트가 빠져 있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깔끔한 움직임,
승객에 따라서는 딱딱할 수도
조향 시 차량의 움직임은 전후좌우 군더더기 없다. 지나간 길에서 좌우의 기울어짐이나 자세 복원 등의 기억을 쉽게 건지기 어려울만큼 균형 있고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볼보 차종들의 스티어링휠 조작감은 다소 가벼운 편이고 S60도 예외는 아니므로 이질감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직진 시 스티어링휠이 쓸데없이 꿈틀대거지는 않았다. 각 필러와 언더바디 등에 적용된 초고장력강, 엔진 마운트 부분에 적용된 알루미늄 부분 등 소재 간의 역학적 조화 등 기본기가 단단한 차라는 것이 볼보 측의 설명이었다.
고속 추월 주행에서도 후미가 불필요한 관성에 의해 끌리는 현상도 없었다. 나파 레더 시트의 착좌감과 시트의 지지감이 차량과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서킷에서 맞붙을 게 아니라면 조향과 선회에서도 FR 방식의 경쟁자들에게 크게 뒤질 것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악천후에는 레이아웃 특성상 경쟁 차량들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시승 차량의 타이어 단면폭은 245㎜, 편평비는 40%, 휠 림 직경은 19인치다. 전륜 서스펜션은 더블 위시본, 후륜 서스펜션은 리프 스프링 구조다. 물론 리프 스프링이라고 해서 트럭과 같은 것은 아니고 2열 공간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한 서스펜션 시스템이다. 지상고가 140~145㎜에 불과한 D 세그먼트 차량에서 무리하게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쑤셔 넣어 무겁고 비좁은 차로 만드는 것보다는 현명한 판단이다.
다만 댐퍼의 충격 완화가 그리 부드러운 편은 아니다. 특히 비교적 저속에서도 과속방지턱에 진입할 때 약간의 충격음이 있었다. 물론 세팅 상의 특성이며, 차체 자체가 이로 인해 흔들리거나 안정감을 잃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승자가 스포티한 차량에 익숙하지 않다면 다소간의 불편을 호소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적절한 관능미,
절제된 내면
사실 운전자가 주행 중 자신을 차에 대해 자랑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뒷모습뿐이다. 대열 운전을 하다 보니 S60의 ‘뒷태’는 생각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전륜 앞쪽으로 쭉 뻗은 모습, 날렵한 루프의 흐름과 대비되어 후미는 비만하지는 않지만 긴장감 넘치고 탄력 있는 볼륨감을 자랑했다.
실내로 눈을 돌리면 넓은 캐빈이 운전자를 반긴다. 운전자의 조종 편의성만 유난히 강조한 것도 아니고 2열 레그룸이나 편의에 올인한 것도 아닌 전체적 밸런스를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수평적인 대쉬 보드 레이아웃은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대쉬 보드 가운데에는 바워스 & 윌킨스의 스피커가 놓여 있다. 무선 충전 패드는 없지만 1열에는 한국인들이 중시하는 사양인 열선 및 통풍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NVH(소음, 진동, 거슬림) 제어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SUV 라인업에서도 훌륭하게 구현됐던 만큼 세단에서도 나무랄 데 없다. 이를 기반으로 볼보가 자랑하는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고역대의 왜곡이 적고 음의 분산이 부드러운 그들만의 장기를 발휘했다. 볼보는 이 스피커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음원 파일을 준비했는데, 배음이 많은 흑인 여성 보컬리스트의 소울풀한 보컬이 가진 질감을 디테일하게 살려내는 데 적합하게 들렸다. 피아노 중심의 재즈 쿼텟부터 악기 파트가 많은 팝 넘버, 실내악 등에 무척 잘 어울릴 법하다.
볼보의 핵심 브랜드 가치는 오랫동안 안전이었다. 실제 시승 중 경험한 시티 세이프티의 여러 기능은 다소 귀찮을 정도로 운전자를 보호하는 데 열성이었다. 그러나 최근 볼보는 그 이상의 고객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진화한 가치를 제시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균형감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S60은 그런 가치에 부합하는 자동차라 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계약 실적으로 봤을 때 볼보의 이러한 어필은 성공적이다.
균형 있는 영양식이 맛까지 자극적이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 욕심을 덜어낸 만큼 운전자에게 만족을 줄 차가 바로 볼보의 S60일 것이다.
글·사진
한명륜 기자
사진 제공
볼보자동차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