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세단은 제조사의 모든 기술력이 총동원되어 탄생한다. 이러한 것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편의 사양이다. 일반적인 세단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기능들이 플래그십 세단에는 대거 탑재되곤 한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브랜드인 캐딜락의 플래그십 세단 CT6에는 이와 같은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 놀랄만한 CT6의 기능 5가지를 소개한다.
#1] 스피커만 무려 34개,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웅장한 사운드 시스템은 플래그십 세단의 필수 요건이다. 이에 플래그십 세단들은 저마다의 하이엔드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하고, 오디오의 출력 혹은 스피커의 개수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의 부메스터, BMW 7시리즈의 바워스 앤 윌킨스, 링컨 컨티넨탈의 레벨 울티마, 제네시스 G90의 렉시콘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통상 20개 내외의 스피커 수가 있다.
하지만 CT6의 사운드 시스템은 스피커 개수에서부터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CT6의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은 스피커 수만 34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일부 스피커는 1열 헤드레스트 내에 위치할 정도로 캐딜락은 풍부한 사운드 구현에 노력을 기울였다. CT6를 시승했을 때에도 헤드레스트 내 스피커는 설정 볼륨 대비 소리를 은은하게 더해줌으로써 선명하고 입체적인 음질을 들려줬다. 사견으로 볼보의 바워스 앤 윌킨스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부메스터가 마음 속 1위라면, CT6의 보스 파나레이는 단연 2등이라 불릴만했다.
#2] 3,109㎜의 휠베이스가 무색한 코너링,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대부분의 플래그십 세단은 5,000㎜가 넘는 전장과 3,000㎜ 이상의 긴 휠베이스를 갖고 있다. CT6 역시 전장이 5,227㎜, 휠베이스는 3,109㎜에 달할 정도로 긴 편이다. 덕분에 광활한 2열 공간과 우수한 직진 안정성을 보여주지만, 선회 시에 혹은 코너링 시에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CT6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을 탑재했다. 이는 스티어링 휠 회전 시 후륜을 함께 돌려주는 것으로 저속에서는 전륜의 반대 방향으로, 고속에서는 전륜과 동일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포르쉐 911, 메르세데스 AMG GT63, 페라리 GTC4 등 주로 고가 및 고성능 차량들을 중심으로 적용된다.
시승 시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의 진가는 고속보다 저속에서 두드러졌다. 사실 고속 영역에서는 운전자가 리어 휠 각도의 움직임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주차 혹은 유턴 등 도심 운용 환경에서 매우 유용했다. 통상 4륜 구동 시스템이 장착된 플래그십 세단으로는 왕복 6차로에서 한번에 유턴을 완료하기 어렵지만, CT6는 너무 쉽게 성공했던 것이다. 다만 주차 시에는 리어 부분이 운전자의 예상보다 크게 꺾여 들어가므로 적응할 때까지 다소 주의가 필요할 듯했다.
#3] 어둠 속에서도 안전하게, 나이트 비전
최근에는 DS7 크로스백, 푸조 508 등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트 비전은 고급차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이 아니었다. 하지만 캐딜락은 CT6의 상위 트림인 플래티넘에 적용함으로써 고급화와 안전성을 추구하고 있다.
CT6 나이트 비전의 작동 모습을 살펴보면 화질이 선명하고, 각종 물체를 잘 인식하고 있다. 특히 화각도 넓으며, 사람 및 자전거까지 명확하게 판별해냈다. 가로등이 없는 시골길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듯하다. 이는 헤드램프 조사 범위 이상의 영역을 감지해낸다.
#4] 광각으로 보는 맛, 리어 뷰 카메라 미러
이제 사이드 미러는 광각 미러를 넘어 후측방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시대에 도달했다. 반면 사이드 미러와 달리 룸 미러에는 ECM을 제외한 특별한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캐딜락은 후방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룸 미러에까지 광각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법 하지만, 리어 뷰 카메라 미러를 직접 사용해보면 편리함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룸 미러보다 화각이 넓으며, 무엇보다 야간에도 화질이 선명하다. 또한 루프 및 리어 윈도우 등에 의한 시야 제한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불편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틴팅 작업을 거친 리어 윈도우로 보는 것보다 미세한 빛 번짐이 있으며, 영상으로 보는 만큼 뒤차와의 거리감을 익히는 데까지 운전자에게 적응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물론 그럼에도 장점이 훨씬 더 많기에 시승 중에는 내내 켜고 다녔다.
#5] 줄일 줄 아는 미덕, 실린더 매니지먼트
사실 실린더 매니지먼트 기술이 화려하거나 독보적인 기술은 아니지만, 해당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은 의외로 많지 않다. 폭스바겐 계열(아우디, 벤틀리 등)과 메르세데스 AMG, 쉐보레 및 캐딜락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쉐보레와 캐딜락은 실린더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여러 차량에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장르도 스포츠카부터 대형 SUV, 세단, 픽업트럭까지 다양하다.
CT6 역시 실린더 매니지먼트 기능을 탑재했다. 평소에는 V자형 6개의 실린더를 움직이다가, 가벼운 내리막길이나 정속 주행 시에는 V4 형태로 돌변한다. 실린더 매니지먼트의 도움을 받은 항속 연비는 실로 우수했다. 늦은 밤 통행량이 적은 자유로를 80km/h의 속력으로 20km 가까이 달리자 연비는 15.5km/L를 기록했다. 1,900kg가 넘는 공차중량과 V6 3.6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풀타임 4륜 구동 시스템임을 감안하면 매우 우수한 수치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CT6 플래티넘에는 무려 쿼드존 독립제어 에어컨 시스템, 전좌석 마사지 등이 적용되어 있다. 물론 하나씩 따져보면 위 기능들이 적용된 차량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에 들어있는 자동차는 드물다. 캐딜락 CT6 플래티넘은 하이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플래그십 세단이다. 설사 비슷한 사양의 차량이 있다 해도 가격 부분에서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위와 같은 사양이 더해진 수입 플래그십 세단임에도 CT6 플래티넘의 가격은 1억에 조금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