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고성능차의 양적∙질적 성장이 돋보인다. 메르세데스 AMG는 일반 양산차 부문에서 그랬듯,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한 브랜딩과 글로벌 수준의 제품군 확대 전략을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특히 파워트레인 면에서 외연 확대 전략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에서는 메르세데스 AMG의 주요 신차종을 위시한 퍼포먼스 드라이빙 미디어 시승회가 진행되었다. 국내 48개 매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온갖차도 참여하여 메르세데스 AMG의 전략 차종을 경험해보았다.
외연 확장하는 메르세데스 AMG
행사가 있기 바로 하루 전인 10월 13일 일요일, 메르세데스 AMG F1 팀은 스즈카 서킷에서 벌어진 일본 GP에서 6년 연속 컨스트럭터 타이틀 석권을 확정했다. 메르세데스 AMG 퍼포먼스 드라이빙 행사를 위해 참석한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이사와 마크 레인 부사장도 이런 업적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각기 F1팀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 셔츠를 입고 참석했다. 또한 마크 레인 부사장은 기자들을 환영하는 AMG 차량의 쇼런에서 드리프트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퍼포먼스는 메르세데스 AMG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있다. F1, DTM 등 주요 모터스포츠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기술이 바로 메르세데스 AMG의 차량에도 적용되는 기술이며 브랜드 가치라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예컨대 배기가스 유속이 느릴 때도 모터로 상시 구동할 수 있는 터보차저는 F1에서, 메르세데스 AMG 특유의 파나메리카나 그릴은 DTM에서 온 기술적 요소들이다.
이 날 행사는 메르세데스 AMG의 기술을 담은 전략 제품군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SLS, GT에 이어 자체 개발한 3번째 기종인 AMG GT 4도어 쿠페 63S∙43 4매틱+와 직렬 6기통 엔진에 EQ 부스트 시스템을 장착한 AMG E53 4매틱+ 차종이다. 각각의 차종과 트림은 AMG의 브랜드 전략과 영역 확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차종들이다. 각각의 제원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AMG GT 4도어 쿠페 63S 4매틱+(이하 ‘GT 4도어 63S’)
메르세데스 AMG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원 맨 원 엔진(One Man One Engine)’ 방식으로 제작된 4.0리터(3,982cc, M177 V8) V8 트윈터보 엔진이다. 현재 AMG C63, E63 등에도 장착되는만큼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 AMG를 아는 이들이라면 익숙한 엔진이다. 최고 출력 639ps(5,500~6,500rpm), 최대 토크 91kg∙m(2,500~4,500rpm)를 발휘한다. MCT(멀티클러치 트랜스미션) 9단이 적용되며 0→100km/h 가속 시간은 3.2초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 완전 후륜 구동이 가능하며 레이스 스타트 기능을 지원하고 4륜 조향을 지원하는 등 그야말로 트랙과 공도에서 모두 최강의 역량을 발휘할만한 사양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 2억 4,540만 원이다.
AMG GT 4도어 쿠페 43 4매틱+(이하 ‘GT 4도어 43’)
3.0리터(2,999cc) 직렬 6기통 (M256) 트윈터보 엔진과 48V 배터리 시스템의 EQ 부스트 그리고 토크 컨버터 기반의 TCT 9단이 결합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차종이다. 원 맨 원 엔진의 정통 AMG는 아니지만 전동화 시대를 대비한 메르세데스 AMG의 전략적 스탠스를 알 수 있는 파워트레인이다. 최고 출력은 367ps(5,500~6,100rpm), 최대토크는 51kg∙m(1,600~4,500rpm)이다. 43AMG 차종과 비슷하지만 EQ 시스템을 통해 22ps의 부가 출력과 25.5kg∙m의 추가 토크를 얻을 수 있다. 0→100km/h 시가은 4.9초 수준이다. 63S보다 퍼포먼스 사양은 다소 떨어지지만 대신 63S처럼 S클래스와 동일한 수준의 반자율 주행 기능을 갖추고 있다. 1억 3,42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AMG E53 4매틱+(이하 ‘E53’)
E클래스 기반의 AMG 차량이다. 다른 클래스처럼 전체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두되 퍼포먼스 이미지가 강조되는 보닛,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리어 스키드 플레이트, 배기구 등이 차이를 보인다. 특히 보닛은 메르세데스 AMG 특유의 ‘파워 벌지(Power Bulge)’가 적용된다. 벌지란 도톰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가리키는데, 메르세데스 AMG 차량의 보닛에 두 줄로 나 있는 융기부분을 가리킨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 아래로 이 부분이 보이는데 AMG 차량을 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파워유닛은 GT 4도어 43과 마찬가지로 직렬 6기통 엔진과 48볼트 배터리의 EQ 시스템이나, 최고 출력 435ps(6,100rpm), 최대 토크 53kg∙m(1,800~5,800rpm)를 발휘해 GT 4도어 43보다 강한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역시 TCT 9단이 적용되며 0→100km/h 가속은 4.5초 수준이다. CLS 이후 국내 출시 차종으로는 두 번째 AMG 53 라인업이다. 가격은 1억 1,540만 원이다.
시승은 GT 4도어 63S와 E53 두 차종이었다. 전자는 AMG 스피드웨이의 짧고 급격한 S자 코스인 2~5포스트를 제외한 상설트랙 전 구간을 달리는 코스였고, 후자는 AMG 스피드웨이에서 호암미술관까지의 공도 와인딩 코스를 왕복하는 구간이었다. GT 4도어 43은 전시 차량으로만 운영되었는데, E53의 속성을 통해 추정해볼 수 있었다. 참고로 아침 행사 시작 전에 미리 음주 측정을 실시해,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 운전의 위험을 미리 예방했다. 향후 메르세데스 AMG의 고성능 차량에는 필수적으로 음주 측정 기능이 들어가면 좋을 듯하다.
열정적 전통의 계승자,
GT 4도어 63S
과거 5.5리터(5,461cc) V8이나 6.2리터(6,208cc) V8 엔진이야말로 진짜 AMG라고 믿는 이들에게는 4.0리터 바이터보 V8 엔진도 별로 마뜩찮겠으나 현재로서는 AMG의 정통적인 면모를 간직하고 있는 엔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AMG의 4.0리터 V8 엔진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이기도 하다.
특히 두텁다 못해 비현실적일 정도로 강력한 토크는 그야말로 축지법 수준의 가속력을 선보였다. 직진 코스가 짧은 AMG 스피드웨이였지만 그 짧은 거리에서도 평균 180~190km/h까지 가속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가속과 제동에서의 정확성과 밸런스는 비교할 데가 없는데, 고성능차나 서킷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더라도 쉽게 다룰 수 있을 정도였다. 감속 시 시프트 다운이 일어나며 발생하는 우람한 배기음은, 크지만 톤이 고르고 일정해 잘 정제된 헤비메탈 기타 사운드를 연상케 했다.
TCT 9단은 패들 시프트를 함께 지원하지만 실주행 시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를 사용했으므로 이를 사용할 필요는 거의 없었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레이스, 인디비주얼 등인데 모두 센터 콘솔의 토글 스위치 옆 별도의 창으로 상태가 표시된다. 기어 레버는 AMG GT처럼 센터콘솔에 위치한다.
사실 처음 좌석에 앉았을 때 D컷 스티어링휠이 조금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선회 시에는 오히려 운전자와 차량의 일체감을 높여 주었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이용했는데, 이 구간에서는 수시로 4륜의 마찰력을 정교하게 제어하고 4륜 조향까지 구현 가능하기 때문에 60~80km/h의 속력으로 코너 턴 인과 턴 아웃을 무난히 해결할 수 있었다. 공차 중량이 2톤에 달하는 차량이어서 원심력의 영향이 아주 없을 순 없지만 급선회마다 사이드 볼스터가 자동으로 부풀어 몸을 지지해 주어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GT 4도어 63S의 서스펜션 시스템은 멀티챔버 에어매틱 기반의 AMG 라이드 컨트롤+가 적용된다. 단면폭/편평비/휠직경은 전륜이 275㎜/35%/21인치, 후륜이 315㎜/30%/21인치였다. 물론 이러한 속성은 주행 중 별개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이었다.
참고로 완전 후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