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까지 성공할까? 쉐보레의 리드오프 트레일블레이저 RS AWD

쉐보레의 수입차 선언 이후 가장 야심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트레일블레이저. 명시적이진 않지만 소형 SUV 부문 최강자인 기아차 셀토스와도 경쟁 구도에 놓이며 주목받고 있다. 디자인과 감각적인 광고도 호평을 받는다. 과연 트레일블레이저가 쉐보레의 반격을 이끌 리드오프의 상(相)을 갖고 있는 걸까?

날카롭고 심플한 선과 다부진 근육미

트레일블레이저의 디자인은 미국 브랜드의 전형적 이미지를 거부한다. 특히 전면 이미지를 이루는 날카로운 선들의 조합이 그러하다. 좌우 DRL(주간주행등),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 다크 크롬 바의 좌우 끝단, 직각을 이루며 떨어지는 헤드램프 주위 윤곽선 처리가 돋보인다. RS 트림은 라디에이터그릴 오른쪽 상단에 빨간 ‘RS’ 레터링으로 구분하고 있다. 전면부의 전체적인 윤곽은 프로텍터 디자인으로 명명하고 있는데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과 같은 역동성과 실험성을 제시한다.

A필러 각도가 좀 더 완만한 셀토스보다는 각이 살아 있고, 보닛의 높이도 조금 높아 측면에서 좀 더 두꺼운 인상을 준다. 여기에 휠 아치도 체격 대비 우람하다. 상단 캐릭터 라인은 1열 도어 핸들을 관통한 후 2열 도어 중간쯤에서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진다. 반대로 하단 캐릭터 라인은 전륜 휠 아치 쪽에서 치솟아 오른 뒤 후륜 휠아치까지 로그함수 그래프와 비슷한 모습으로 짧게 뻗어 있다. 경쟁자인 셀토스가 곳곳에서 세련되고 댄디한 핏을 보여준면 트레일블레이저는 곳곳에 근육이 꽉 들어찬 외형이다.
개성 강한 앞쪽에 비해 후미는 심플하고 깔끔하다. 4,425㎜로 전장이 짧은데 휠베이스가 2,640㎜에 달해 리어 오버행은 더 짧게 보인다. 테일게이트 하단의 볼륨 처리와 리어램프 주위의 면 처리를 통해 입체감을 살렸다. 그러면서도 과장됨이 없어 깔끔하다. 테일게이트 좌측 하단의 트레일블레이저라는 차명의 영문 철자가 길지만 폰트 자체가 깔끔해 정돈된 느낌이다.

여러 소형차들이 택하고 있는 전략처럼, 트레일블레이저도 차체 컬러와 루프의 색상차를 통해 여러 가지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준중형이나 소형 SUV에서 차의 인상을 보다 다채롭게 만드는 기법이기도 하다.

싸겠지만 싸지 않아 보이는 인테리어

사실 이 급의 자동차들은 아무리 해도 원가절감의 자장을 벗어나기 힘들다. 아예 DS3 크로스백처럼 작아도 럭셔리라는 방향을 지향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것은 모험수에 가까다. 결국 합리적 가격의 자재를 어떻게 고급스럽게 배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 점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인테리어 조형성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특히 도어 내부, 대시보드 등도 비교적 복잡한 형태의 금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풍구에는 짙은 레드 컬러의 포인트가 들어가 있다. 대시보드의 스티치는 이 장식의 뾰족한 끝단과 맞물리며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였다. 이 레드 포인트는 클러스터 디자인 스티어링휠 안쪽 스티치 등에서도 반복되며, 레드 앤 블랙이라는 레이싱 지향의 디자인을 완성한다.

센터페시아의 송풍구와 그 아래 터치스크린의 배치와 윤곽은 외관 라디에이터 그릴의 전체적 윤곽을 닮아 있다. 미디어 패널은 반응성이 좋고 화면의 촉감도 단단하고 매끈하다. 특히 아이콘 개개의 디자인을 포함한 UI 디자인이 돋보인다.

시트는 탄탄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운전석에서의 안정감은 발군이다. 2열 좌석도 레그룸이 체급에 비해 상당히 넓은 편이다. 다만 시트 포지션이 조금 높고 딱딱한 점은 개인에 따라 다소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다만 A필러로 인한 전측방 사각이 생각보다 크다. 도어 미러도 마찬가지다. 차로 변경 시 미러 속에 들어오는 차량이 꽤 가까이 있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RS 트림에서도 차선 변경과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이 들어간 셀렉티브 패키지 Ⅱ는 가급적이면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115만 원의 옵션 비용이 들어가는데, 안전에 들어가는 비용이라면 투자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 외에 편의 장치들의 사용은 직관적이다. 특히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조작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아니라 물리적인 토글 스위치로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나 여타 편의 옵션을 모두 적용할 경우, RS AWD 기종의 가격은 3,000만 원을 넘는다. 여기서부터는 취향이 큰 기준이 된다.

발동작에 의해 열리는 전동식 테일게이트. 센서 위치를 쉐보레 엠블럼 라이트로 표시해준다. 개폐버튼이 왼쪽에 있어 운전자가버튼을 눌러두고 이동하다가 머리를 부딪칠 위험을 최소화했다

저배기량+다단화 변속기 맞아?
출중한 초반 가속감

RS 트림에는 말리부에 적용되는 최고 출력 156ps(5,600rpm), 최대 토크 24.1kg‧m(1,600~4,000rpm)의 1.35리터(1,341cc) 직렬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된다. 3기통 엔진이라는 점에서 미간이 찌푸려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3기통 엔진의 달달거림을 심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다. 이 점은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 덕분으로 볼 수 있다. 구동 방식은스위처블 4륜 구동 시스템이 적용된다.

사실 이 차를 직접 타보기 전엔 다단화 변속기와 저배기량 엔진의 조합이 다소 답답하지 않을까 했다. 토크가 제법 두터운 저배기량의 디젤 엔진도 8단 변속기를 물릴 경우 저단에서 충분히 토크를 활용할 시간이 없이 변속이 이루어져서 가속력 면에서는 손해가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60km/h, 80km/h, 100~120km/h까지는 경쾌한 가속감이 돋보였다. 기어레버 앞쪽을 보면 체커기 모양의 버튼이 있는데 이것이 스포츠 모드다. 그러나 이를 크게 활용하지 않더라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마다 가속이 가볍게 이뤄졌다. 최대 토크 밴드가 4,000rpm 정도인데 일반 주행 모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조금 더 깊이 밟으면 3,000rpm까지는 회전계가 빠르게 올라갔다. 엔진 구동감은 3기통 엔진인만큼 다소 거친 면이 있으나 불쾌한 진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본기가 좋고 여기에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도 작용한 덕분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주행감은 스포티하고 단단한 편이다. 조향의 재미도 충분히 느낄 만하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Z-링크(패키징을 줄이고 설계를 최적화한 토션 빔의 일종) 방식인데, 인제 스피디움에 들어가서 달릴 게 아니라면 조향에서의 정확성이나 경쾌함은 나무랄 데 없다. 아무래도 4륜 구동 치고는 가벼운 1,460kg의 공차중량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차량의 시승은 주로 도심, 간선도로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연비는 10.6~10.9km/L 정도였다. 그러나 주행 구간 중에 정체가 극심한 구간이 여러 군데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데일리카로 크게 손색없는 수준이다. 공인 도심 연비도 딱 이 정도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잠시 언급한 대로 브랜드의 리드오프 성격을 가진 차종이라 할 수 있다. 리드오프란 야구에서 공격에 불을 댕길 1, 2번 혹은 상위 타순으로의 연결을 이어갈 9번 타자를 의미한다. 리드오프에게 바라는 것은 홈런보다도 베이스 상에 나가 꾸준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고 팀의 공격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이다. 그래서 주변의 기대도 높고 사전 계약도 활발하다. 출루에는 성공한 모양새다. 과연 트레일블레이저가 쉐보레의 중량급 타자들의 선전까지 이끌며 득점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글·사진
한명륜 기자


포드 익스플로러 포틀랜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