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적 시선으로 맛본 테슬라 모델 3

3년 4개월여의 기다림 끝에, 2019년 하반기에 인도되기 시작한 테슬라의 모델 3. 우선 오너들은 한결같이 만족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에 대해 다른 브랜드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을 조악한 소재마감조차 싸고 도는 얼리어댑터들의 확증편향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과연 어느 쪽의 말이 맞을까? 열광적 테슬라 신도도 아니지만 우렁찬 배기음의 엔진 자동차를 신성시하는 전기차 ‘안티’는 더더욱 아닌, 제 3자의 시선으로 음미해 봤다.

없어도 너무 없다! VS. 모델 3는 달리는 아이폰이다

개인적으로 모델 3보다 먼저 경험한 테슬라는 모델 X였다. 당시 이 차는 우주선이 아닐까 했던 기대와 달리 기존 차량들과 큰 이질감이 없어서 놀랐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의 오너라면 그 모양까지 흡사한 컬럼식 변속 장치 덕분에 빠르게 친숙해졌을 것이다.
그랬던 모델 X를 생각하고 모델 3에 앉으면 또 다른 생경함을 느낄 수 있다. 일단 시야가 넓다. 사람에 따라서는 여유로움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뭐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조작 기능이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 안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운전석 앞에 계기반도 없다. 계기반에 표시되어야 할 정보들은 센터 스크린의 우측에 뜬다. 모델 X만 해도 스티어링휠 바로 앞에 계기반이 있는데, 모델 3는 그조차도 없다. 물론 실제 운전해보면 해당 정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면허 취득과 연수를 모두 모델 3로 하게 될지도 모를 미래의 ‘모델 3 네이티브’가 아니라면 급한 순간에는 익숙한 곳을 보기 마련이고, 응당 있어야 할 곳에 계기반이 보이지 않는다면 당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전방 시야 확보에는 유리하다. 모델 3는 정보를 전시하지 않는다. 마치 아이폰의 심플한 인터페이스와도 비슷하다. 테슬라의 지지자들이 모델 3야말로 일론 머스크의 가치와 미래 지향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제3자적 시선으로 맛본 테슬라 모델 3
센터 스크린에서 바람의 방향을 스와이프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일단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스크린 내의 기능들은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쉽다. 특히 공조 제어에서 풍향을 스와이프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한 공조 기능과 스크린이 합쳐져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모드를 선사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로맨틱 모드’다. 이를 터치하면 화면에 장작불 아이콘이 뜨고 오디오를 통해 장작 타는 소리를 내 주며 공조기는 더운 바람을 내뿜는다. 차라리 유머러스해서 ‘로맨틱, 성공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겠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단차보다 ‘인테리어’의 개념 부족

그러나 사용성을 떠나서 인테리어 측면에서는 ‘휑’한 게 사실이다. 대시보드의 난데없고 어설픈 우드 트림만 없었어도 초지일관의 심플함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초벌 오일 피니쉬만 겨우 먹인 듯한 질감 역시 내구성이 떨어져 보인다. 옵션으로라도 트렁크 리드에 장착한 스포일러와 같은 카본 파이버 소재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기존 모델 3 인테리어 트림(왼쪽)과 카본 파이버를 적용했을 경우를 가상으로 구현한 인테리어(오른쪽)

반면 마케팅적으로 채 부각되지 않았던 장점도 있다. 밀착감이 우수한 가죽과 부드러운 착좌감을 주는 시트가 그것이다. 퍼포먼스 지향형 차종답게 버킷 시트의 형상을 하면서도 소재가 신체에 압박감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트에도 컬러 스티치라든가, 알칸타라 옵션이 가능하게 하는 등 조금만 더 미학적 터치를 더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3자적 시선으로 맛본 테슬라 모델 3
다른 부분은 몰라도 가죽의 질은 우수한 편이다

2열 레그룸 역시 모델 3만의 숨은 강점이다. 2,875㎜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BMW의 3시리즈보다 24㎜가 길다. 별도의 구동축이 없어 레그룸이 여유롭다. 다만 후미 루프 라인이 워낙 낮다 보니 키가 큰 동승자의 경우 머리가 루프에 바로 닿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전복사고 시 머리 부상의 위험도 있다. 물론 2019년 IIHS(미국 고속도로 손해보험협회)의 신차 안전도 검사(https://www.iihs.org/ratings/vehicle/tesla/model-3-4-door-sedan/2019#roof-strength)에 의하면, 모델 3의 루프 강성은 차체 중량의 5.85배를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차량 내부에서 머리와 루프의 충돌로 발생하는 충격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3자적 시선으로 맛본 테슬라 모델 3
세그먼트 대비 여유로운 2열 레그룸. 시트 재질도 우수하다

제3자적 시선으로 맛본 테슬라 모델 3
키 183cm인 막내 기자는 머리가 글래스 루프에 바로 닿는 모델 3의 2열

배터리 용량 따라 출력 저하?
그래도 0→100km/h 4초 미만

시승한 모델 3는 퍼포먼스 트림이다. 배터리 용량은 75kWh로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는 415km에 달한다. 모델 3 퍼포먼스 트림의 퍼포먼스 요소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역시 0→100km/h 가속 능력이다. 제원상 퍼포먼스 트림은 3.4초만에 100km/h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모델 3 퍼포먼스의 합산 출력은 340kw(462ps), 최대 토크는 65kg‧m이다. 전륜과 후륜 모터의 출력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출력만 놓고 보면 자연흡기 엔진 기준으로는 머스탱 GT의 5.0리터, 마세라티 그란 투리스모 등에 적용되는 4.7리터 엔진이 비슷한 수치를 낸다. 과급 엔진으로는 BMW의 M3 CS 등의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 등이 꼽힌다. 물론 고성능이라는 가치의 해석에 있어, 폭발적인 초반 가속과 효율 우수한 무게 당 출력비 등이 중심이므로 후자 측이 더 가까운 경쟁 상대다.
실제로 테스트해본 모델 3의 0→100km/h 결과로는 3.6~3.7초 정도로 측정됐다. 사고가 우려돼 적극적인 가속을 하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고 시승 당시 꽃샘추위로 노면 온도가 다소 낮았던 까닭도 있었다. 물론 기우였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모델 3 퍼포먼스의 휠 림 직경은 20인치이고 타이어 단면폭은 235㎜, 편평비 35%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가 장착됐다. 여기에 전륜 구동 모터의 최대 토크보다 후륜 구동 모터 최대 토크가 조금 늦게 나오며, 주행 시스템도 타이어의 마모 상태나 노면 마찰력 등에 따라 토크 및 회생 제동을 보정하는 경향이 있다. 트랙 모드를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고속 주행에서도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구동음이나 배기음도 없이 차량 전방의 공간이 급격히 일그러진다. 통상 엔진 기반 고성능차의 경우, 귀로 들리는 엔진 구동음이나 배기음이 이 왜곡감을 보상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테슬라 모델 3의 모터 회전음은 날카롭게 솟기는 해도 조용하다. 따라서 가속이 좀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곧 익숙해질 미래의 감각이라 하겠다.

모델 3의 퍼포먼스 트림을 나타내는 4가지 요소. 왼쪽 위 20인치 퍼포먼스 휠, 오른쪽 위 알루미늄 합금 페달,
왼쪽 아래 ‘듀얼모터’ 표기, 오른쪽 아래, 카본 파이버 리어스포일러  

경쟁 차종들인 BMW M3 등의 우위를 주장하는 이들은, 모델 3를 비롯한 전기차의 퍼포먼스가 완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테슬라 오너들의 전언에 따르면 배터리 잔량이 60% 정도로만 떨어져도 0→100km/h 가속 시간이 3.7초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즉시 충전을 요하는 10~20%의 배터리 잔량에도 4초 미만에 턱걸이한다는 것 역시 테슬라 오너들의 경험담이다.

이의 없음! 쫄깃한 조향의 감각

펀카의 조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스티어링의 감각이다. 조작 시 다소 빡빡하지만 차량의 날카로운 반응을 불러오는 스티어링 휠의 세팅 강도는 스포티한 주행의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모델 3의 스티어링 세팅 강도는 표준, 스포츠, 컴포트 3단계로 구분된다. 스포츠 모드는 유압식에 버금갈 만큼 타이트하다. 락 투 락(lock to lock)회전수가 일반적인 승용차와 달리 2바퀴인 것도 영향을 미친다. 표준 모드로만 해도 조향은 타이트하다. 컴포트는 두 모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편이지만 국내 주요 제조사의 차종들과 비교하면 다소 빡빡하다.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멀티 링크로 역시 스포티한 운동성능을 요하는 차량의 전형적 세팅이다. 배터리 팩의 무게로 인해 공차 중량이 1,860kg으로, 체급 대비 아주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상황에 적절히 반응하는 전후륜 모터의 토크 배분, 넓은 윤거를 기반으로 어떤 코너길도 쉽게 제압한다. 다만 매끈한 외형과는 달리 선회 시 후측면 풍절음이 다소 크게 느껴진다.

‘지존’은 글쎄,
‘최정상급’임은 인정

테슬라의 경우 퍼포먼스만큼이나 화제가 되는 것이 바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이다. ADAS는 제조사마다 별도로 브랜딩하는데 ‘파일럿’ 등의 명칭을 활용하는 경우와 ‘센스’나 ‘스마트’, ‘어시스트’를 변형하는 경우로 대략 구분된다. 파일럿을 강조하는 제조사는 보다 적극적인 능동제어를 통해 자율주행의 가치를 조금 더 앞당기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오토파일럿의 작동법은 어렵지 않다. 주행 중 기어 레버를 아래로 크게 두 번 내리면 오토스티어(자동 조향 제어)와 트래픽 어웨어 크루즈 콘트롤(전방 차량과의 거리 인식)이 활성화되며 이른바 ‘반자율’ 주행 상태가 된다. 가운데 스크린에는 스티어링휠과 설정된 속도가 표시된다. 주행 속력은 스티어링 휠의 오른쪽 스포크 다이얼을 아래위로 돌려 조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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