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의 연인을 찾는 모험, 볼보 S60 T5 인스크립션

최근 지인들로부터 “볼보 S60 어때?”라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필경 이런 경우 그들 앞에 나열된 선택지로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C 클래스와 BMW 3시리즈, 아우디의 A4∙A5 정도다. 또한 이런 질문을 가진 이들은 구동 방식 구분을 크게 따지지는 않으며,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동시에 그 새로운 선택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도 한 이들이다.

사실 이 차는 2019년 8월 말에 출시됐고 1주일 뒤인 9월 초에 미디어 단체 시승회가 진행됐다. 단체 시승회라 디테일한 가치를 살펴보긴 어려웠다. 지인에게 충분한 답을 해줄 겸 해당 차량을 다시 한 번 상세하게 시승해보았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지인과 나눈 대화를 재구성했다. 15년 넘게 인생 선배라, 경어를 쓰는 쪽이 기자다.

눈에 많이 띄긴 하는데, 괜찮을까?
브랜드 가치에 관하여

“그런데 냉정히 봤을 때, 그냥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나 BMW의 3을 사도 후회는 안 하실 것 같아요. 아우디도 그렇고, 흔하다는 건 그만큼 입증됐다는 의미기도 하잖아요. 긴가민가하다면 어떤 차든 권해드리긴 쉽지 않아요.”

“그 긴가민가가 묘하게 자극적이라서 그렇지. 더 이상 마니악하기만 한 차가 아닌 것 같더라고.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도 꽤 보여. 다만 개인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 너무 없어서 그래.”


“사실 수입차를 논할 때 브랜드 인지도가 드러나는 부분이 잔존 가치예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걸 이야기하시는데, 실제 구매 결정을 하시는 분들 중에 잔존가치 하락이 무서워서 못 사시는 분들을 많지 않죠. 선배도 거기에 큰 영향 안 받으실 거고요. 또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볼보 차종들의 잔존가도 꽤 높은 편으로 나오고 있어요. 이 부분에선 걱정 접으셔도 될 거예요.”

“그럼 볼보만의 브랜드 가치는 뭘까? 다른 브랜드가 아니고 볼보를 사야 하는 이유랄까?”
“제가 어느 브랜드 광고 끊길까봐 걱정해서가 아니라, 선택지에 두신 브랜드들이 다 그만의 컬러가 있어요. 메르세데스 벤츠는 어쨌든 그 엠블럼 하나로 설명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엔트리든 뭐든요. BMW도 동급에서 가장 재미있는 차라는 가치, 아우디는 디젤 게이트 전까진 연비와 스타일 같은 걸로 인기를 끌었죠. 볼보는 제대로 브랜딩을 하기 시작한 게 2010년대 초반부터인 걸 감안하면 디자인과 차별없는 안전이란 걸로 꽤 먹히고 있고요.”

“재미없는 소리 한다. 그 정도는 알지. 기자의 눈 말고 소비자의 눈으로 봐주면 좋겠어.”


100%의 연인을 찾는 모험, 볼보 S60 T5 인스크립션
2019년 미디어시승행사 당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 전시됐던 S60

“선배처럼 돈이 많으면 다 소비자의 입장으로만 볼 수 있을 걸요. 물론 최근 특이한 점이 있어요. 다들 브랜드 정체성에서 약간의 변화를 추구하는 시기예요. 메르세데스 벤츠는 젊은 고객들을 잡기 위해 재미라는 요소를 강조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존 고객들의 반발이 있는데, 이걸 투 트랙으로 해결하려는 전략 속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는 것 같아요. 이도저도 아닌 차들이 좀 보이거든요. BMW는 고성능차에서 전동화로 확 틀어야 할지 아닐지에서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과거 대비 안락감을 중시하고 좀 더 세련된 알맹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아우디도 BMW와 비슷한데 그들이 지향하던 안전, 4륜 구동의 신뢰성 등 가치의 파이를 의도치 않게 갈라먹고 있는 게 볼보죠. 그런데 이런 거 말고, 누가 타실 거예요?”

일상을 위한 고성능,
불만의 여지는 없다

“출퇴근용으로 내가 쓰긴 할 건데 가끔 아내랑 차 바꿔 타기도 하려고 해서. 큰애가 독립하면서 차 한 대를 갖고 나갔고 지금 집에 남은 차가 구형 X5(F15)인데, 이게 가솔린 세단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연비도 너무 떨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둔하지도 않은 적절한 차. 이왕이면 적절히 재미도 있는 차.”

“S60는 주행모드별로 개성이 확연해요. 그것 역시 재미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ECO 모드에서는 변속 반응이 좀 느려요. 터보 랙으로 오인되기도 하는데 요즘 터보차저가 그럴 정도로 심하진 않습니다. 추월시에는 최소 컴포트 이상은 놓고 쓰시는 게 좋아요. 0→100km/h 가속 시간은 제원상 6.5초인데, 초기 가속은 BMW 330i보 느립니다. 최대 토크가 35.7kg∙m(1,500~4,800rpm)이어서, 330i보다 5.1kg∙m 정도 약해요. 하지만 최대 토크 영역이 330i보다 위쪽으로 400rpm 정도 더 넓죠. 그런 걸 감안하면 패들 쉬프트가 없는 게 아쉬워요. 아, 구동음이 고르고 매력적입니다. 카울 방음이 좋아서 멀리서 들리는 북소리 같아요.”

레이아웃은 몰라도 된다!
솔직하고 관용적인 드라이빙

“조향은 재미 이전의 안전의 문제라고 생각해. 그리고 의외로 스티어링 휠 정렬이나 휠 얼라인먼트가 쉬이 틀어지는 차들이 있더라고. 스티어링휠이 무겁고 가볍고는 부차적인 문제야. 믿을 만한지가 궁금해.”

“바로 보셨어요. 의외로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는 불만 사항이죠. 사실 내구성에 관한 걸 고작 수백 km 시승해본 기자가 언급하긴 어렵지만, 볼보는 그런 문제가 있다는 이야긴 들은 적이 없어요. 물론 조향 저항감은 적어요. 새끼손가락으로 돌려도 돌아갈 정도니까요. 하지만 조향 조작에 대한 차량 움직임은 예리하진 않아도 솔직해요. 인제 스피디움에서 타임 어택을 하실 게 아니라면 충분히 스포티하게 느끼실 정도예요. 단점은 오토 홀드를 켜놓으면 후진 주차처럼 저속 주행과 잠시 정차를 반복할 때 이질적인 저항감이 커진다는 정도입니다.”

“조향 감각에 대해서는 좀 더 듣고 싶어. 일반인들에게 시승차를 제대로 돌려보게 해주진 않으니까.”

“깔끔해요. 말씀드렸다시피 전륜구동 차량이고 꽤 높은 토크가 앞바퀴에 몰리는데도 조타각을 놓치진 않아요. 속리산 말티고개나 춘천-홍천 간 국도 56호선, 양평 유명산처럼 와인딩이 심한 곳에서도 안전 속도만 지킨다면 어려움 없이 달리고 돌고를 반복할 수 있어요.”

“후륜 서스펜션이 리프 스프링(leaf spring)이라던데 그거 트럭에 들어가는 거 아냐? 농담이긴 하지만.”
“이게 명칭은 리프 스프링인데 상용차의 판 스프링과는 구조도, 소재도, 적용 목적도 완전히 달라요. 플래그십인 S90에도 적용되는데, 실제 아무리 타봐도 이게 판 스프링이라서 상용차처럼 불편하고 쿵쾅댄다는 느낌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차체의 지상고를 낮추고 무엇보다 코너를 돌 때 후륜이 가볍게 따라오는 재미가 있어요. 예전에 볼보 엔지니어에게 물어본 바로는 이게 양 끝단의 무게가 좀 더 가벼워서 훨씬 구조적으로 유리하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코일 스프링 대비 비싸대요. 굳이 단점이라면, 물론 안 하시겠지만, 튜닝을 적용하기 애매한 구조라는 정도?”
“그거 말곤 단점이 없어?”


100%의 연인을 찾는 모험, 볼보 S60 T5 인스크립션
휠/타이어 사이즈는 전 후륜 19인치, 단면폭 235㎜, 편평비40%, 컨티넨탈

100%의 연인을 찾는 모험, 볼보 S60 T5 인스크립션
S60의 지상고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 계산대의 상대 높이

“서스펜션의 구조라기보다 차를 낮고 스포티하게 세팅하다 보니 하부가 좀 딱딱하게 느껴져요. 취향의 사안이죠. 시승차로 제공되는 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의 경우에는 19인치 휠에 단면폭 235㎜, 편평비 40% 타이어(컨티넨탈)가 적용돼서 노면 충격도 조금 더 강해요. 참고로 모멘텀엔 단면폭 편평비 45% 타이어와 18인치 휠이 적용됩니다. 저라면 망설임 없이 19인치를 택할 거예요.”

“예뻐서지?”

“이건 주관적인 생각이긴 한데, S60의 19인치 휠은 동급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해요. 입체감도 돋보이고 고광택 처리된 면과 커팅된 면의 조화가 돋보여요. 이 차에 한정해서만은 휠 디자인을 먼저 주행 시의 스포티함은 그 다음으로 생각해요. 그런데 진짜 구동 레이아웃은 상관없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서킷에 들어갈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전륜이냐 후륜이냐는 중요하지 않아. 그런데 이 차의 4륜 구동이 국내에는 안 들어왔다고 들었어. 그게 좀 아깝고, A5 스포트백(4인승) TFSI랑 약간 비교 고민 중이야. 그런데 S60이 좀 더 크긴 하더라고.”

“휠베이스가 2,872㎜니까, A5 스포트백보다는 50㎜ 가까이 길고, 이 급에서는 최장이죠. 그래봐야 5cm 차이지만 사실 이 정도 차이로도 패키징 여유 공간이 달라져서 조금이라도 공간이 넓어지는 경향은 있어요. 트렁크도 깊고 넓어요. 드라이버를 넣은 골프백이 가로로 무리 없이 들어가요. 여기에 지금 이 사진 보시면 운전석의 제 자리 뒤인에 이만큼의 레그룸이 나와요.”

“그건 네가 호빗이기 때문 아냐?”
“바른 운전자세 덕분이라고 해주세요.”

여성운전자에게 인기,
파일럿 어시스트+디테일한 인테리어

“볼보를 선택지에 이렇게 오래 올려놓은 이유는 아무래도 ADAS인데, 테슬라랑 많이 비교하더라고. 너도 XC90이랑 모델 X를 비교했고.”

“둘 다 명확한 장점이 있어요. 테슬라는 우선 클러스터에 표기되는 아이콘들이 참 재미있고 상상력을 자극해요. 조작도 쉽죠. 그러나 정말 자율주행에 근접했다는 식의 찬사는 다소 과장됐다고 봐요. 어차피 현재 상용화된 ADAS의 수준은 SAE(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 레벨2(시스템과 인간의 공동 제어, 부분 자율화)정도예요. 볼보와 테슬라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요. 비올 때 차량 인식 능력도 뛰어나요. 볼보가 약간 앞서는 점은 끼어드는 차량에 대한 방어적인 태세인데, 일단 선행 차량을 따라가는 게 목적인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는 좀 다른 면이 있죠.”

“조작 편의성은 어때? 아내도 편하게 탔으면 해서 말이지.”

“정량적 자료는 구하지 못했지만, 볼보는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고 차종의 사용 용이성에 대해선 구전 효과가 매우 커요. 스티어링휠 스포크 왼쪽에 있는 버튼으로 조작 가능하고요.”

“지인 중에 여성분이 S90을 타는데 역대 타본 차 중 인테리어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하더군. 심지어 이전에 E 클래스를 탔었는데. 내가 봤을 때도 세련되고 미니멀한 가구 디자인 같긴 한데,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야 싶었어.”

“개인적으론 대부분의 남자 운전자들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가치들에 정성을 둔 것 같습니다. 시트 포지션의 안정감이 뛰어나고요. 버킷 시트가 아닌데도 몸을 부드럽게 잡아줍니다. 그리고 눈부심은 최소화하면서도 채광은 좋은 사무실 같아요. 새차인데도 거북한 접착제 냄새가 덜해서 어린 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시트 등받이 측면의 조그만 스웨덴 국기도 포인트죠. 다만 주행 중 A 필러 쪽인지 대시보드 쪽인지 얇은 플라스틱이 떠는 듯한 잡소리가 좀 있는데, 이건 예민하신 분들은 진동 저감 작업을 별도로 하시죠.”

“그러고 보니 S60가 이 영역에서는 다른 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걸 하나씩 장기로 갖고 있네. 물론 경쟁 기종엔 있는 게 없기도 하지만. 예컨대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같은 거 말이지.”

“네. 사실 완벽한 차는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특히 프리미엄 D세그먼트에서는요. 특히 브랜드마다의 지향점이 극명히 갈리는 영역이라 당연해요.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자신에게 100%인 차는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루키가 말했던 100%의 소녀 같은 존재요.”


글·사진
한명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