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지향하는 방향은 대중이다. 그러나 엠블럼만 바꾸면 프리미엄이 될 만한 고급 자동차도 선보이곤 해왔다. 사실 대중을 위한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는 다소 구현하기 까다로운 정체성이다. 실험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기준을 차종의 존속에 둔다면 투아렉은 성공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진화된 면모까지 덤으로 갖춘 투아렉을 만나봤다.
못다 한 페이톤의 꿈이 담긴 1열,
‘대중 플래그십’의 상한선 보이는 2열
2000년대 중반 폭스바겐은 페이톤을 통해 플래그십 세단의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고급스러운 주행감각과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춘 이 차는 ‘엠블럼만 다른 것이었다면’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건 칭찬이자 독이었다. 플래그십급의 세단을 선택할 때, 사람들이 브랜드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은, 넘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세단과 달리 SUV의 ‘격’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지금이야 그런 시선이 덜하지만 ‘카이엔을 탈 거면 포르쉐를 왜 타’라는 말이 공공연히 통용되던 시절도 투아렉의 아군이었다. 페이톤은 아버지 아폴론의 의전 차량인 태양의 수레를 몰다 에리다누스 강에 떨어진 그리스 신화의 페이톤처럼 사라졌지만, 투아렉은 그 뜻을 이어받으며 진화했다.
3세대 투아렉의 1열 공간에는 채 이루지 못한 플래그십 세단의 꿈이 녹아 있다. 특히 운전석에서의 안락감, 페달과 풋레스트 조작성, 스티어링휠과 대시보드 및 전방 윈드실드 쪽의 시인성까지 전형적 SUV와는 다르다. 특히 4방향의 전동식 요추지지대 조절 장치가 있어 어떤 체격의 운전자라도 자신의 몸에 맞는 시트 포지션을 만들 수 있다.
소재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고가는 아니지만 조잡한 플라스틱 덩어리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전면 대시를 길게 가로지르는 무광 우드 트림이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준다. 옅게 남아 있는 페이톤의 추억이 보인다.
그러나15인치 대형 터치스크린과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를 연결시킨 ‘이노비전 콕핏(Innovision Cockpit)’은 그런 분위기에 도취되도록 두지 않으며, 첨단의 생활을 제안한다. 주요 그래픽의 시인성은 오히려 같은 그룹 내 아우디의 Q7보다 명료하다. 주변 밝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눈에 주는 피로감도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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