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거지’라도 잘 나가는 이유, 몸이 안다? 벤츠 GLC 300 쿠페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수 년간, 희소성과 부의 상징에서 라인업 다양화를 통한 인기 브랜드로 존재감을 확장했다. 도로에서 눈만 돌리면 3~4대씩 보일 정도다. 이렇게 많은 메르세데스 벤츠들 중 약 3할을 차지하는 차가 바로 GLC와 GLC 쿠페. 이해되면서도 동시에 궁금했다. 상품성 구성에서의 경쟁력 부족, 더는 느껴지지 않는 프리미엄 가치 등에도 수입 중형 SUV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도대체 이 차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매력 포인트 1. 볼수록 잘 빠졌다!
페이스리프트의 기본 지킨 GLC 쿠페

메르세데스 벤츠 GLC 2015년에 출시된 벤츠의 중형 SUV 2008년 선보인 GLK의 후속이다. 2014년부터 실시한 벤츠의 새로운 네이밍 전략을 반영했고 C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SUV. 물론 GLK에서 GLC로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디자인도 크게 바뀌었다. GLK는 당시 출시된 모든 벤츠들이 그렇듯 각진 디자인이었던 반면 GLC는 곡선을 강조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스포티하면서 스타일리시한 외형을 갖춘 GLC 쿠페 버전을 공개했다.

이번에 시승한 GLC 300 쿠페는 새로운 벤츠의 패밀리룩을 적용한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 지난 1월 출시됐다. 4년만에 부분변경을 거친 더 뉴 GLC 쿠페는 이전보다 루프 실루엣이 더욱 낮아졌으며,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내부 다이아몬드 디자인과 전면부의 싱글 루브르가 특징이다. 그리고 AMG 라인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패키지가 적용되어 한층 스포티해졌다.

사실 이러한 것을 제외하면 크게 눈에 띄는 변화가 거의 없다. 페이스리프트이기 때문에 역사다리꼴이더너 라디에이터 그릴 윤곽이 사다리꼴로 바뀐 정도의 변화가 전부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디자인이라면 과하게 손댈 필요는 없다. 엄밀히 페이스리프트는 한 세대의 정체성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게 본질이다.. GLC는 불필요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심플하게, 기본에 충실한 약간의 변화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신뢰는 이런 데서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력 포인트 2. 까다롭지 않게, 요구에 응하는 차

GLC 300 쿠페는 상품성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는 있지만 정작 유저들은 여러 방면에서 만족하는 경향이 크다. 그 대표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직관성과 처음 봐도 익숙한 차처럼 여겨지는 편의성이다. 개인적으로 시승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파워트레인도 아니고 차가 단번에 내 손에 들어오는가. 이날 처음 GLC 300 쿠페를 시승했지만 차량의 제동감과 가속감 그리고 조향감 등 주행감도 파악하기 쉬워 마치 오랫동안 타왔던 내 차 같았다.

GLC에 처음 탑승해 시동을 걸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몸을 살짝 조여주는 패스트닝 기능이 적용돼 있다탑승자의 안전을 배려해주는 부분인데,  과거에는 E 클래스 이상에만 적용되던 기능이기도 하다. 시트 포지션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아무리 조정해도 불편한 차도 있는데 이는 주행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그러나 GLC는 대충 버튼 몇 개를 눌렀을 뿐인데 맞춤 정장을 입은 것처럼 딱 원하는 포지션이 나왔다. 다만 신장이 평균보다 작은 운전자들은 풋 레스트 포지션에 있어서 다소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조작계통은 마치 자동차가 이렇게 조작하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쉽고 한 눈에 들어왔다자동차를 자기 수족처럼 움직일 수 있어야 운전 피로도가 낮아지고 사고의 위험도 줄어든다방해 없는 전·후방 시야도 편안함을 더한다시트가 만족스럽다 해도 시야가 나쁘면 도루묵이다전장 5미터가 훌쩍 넘는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아무 방해 없이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수입국산 대형 SUV들을 타면서는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있다.  

벤츠 GLC는 전장 4,740, 휠베이스 2,875, 전폭 1,890㎜로 차체까지 알맞다 보니 사이드미러는 원하는 곳을 충분히 보여주어 후방 카메라가 있어도 잘 보지 않게 될 정도다. 그리고 전방 시야는 너무 잘 보여 좁은 골목길 주행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도심 주행이 많은 주요 고객층들이 딱 원하는 차량이다.

매력 포인트 3. ‘그 자체로 기분이 좋거든요’ 파워트레인

자동차가 얼마나 운전하기 편하고 쉬운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동력 성능이다. 벤츠 GLC 300 쿠페는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M274)을 탑재했다. 엔진 최고출력이 258ps에 달하며 최대토크는 37.7kg·m. 숫자만 놓고 보면 평범한 2.0리터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중량이 1,820kg이나 되기에 출력 당 무게비가 나빠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주행해 보면 움직임은 민첩하다. 공식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6.3초라고 되어 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과장 없이 그 정도의 가속력이었다. 1월 미디어 시승을 경험한 기자의 전언에 따르면 겨울이라 마찰력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는데, 계절적인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추월 가속을 포함해 상당한 고속 항속 영역에서도 무리는 느껴지지 않는다.
 
직렬 4기통 터보 차저 차량임에도 터보 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벤츠의 훌륭한 트윈스크롤 터보 기술 덕분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엔지니어링적인 기본기로 차별화를 기하고자 하는데, 베어링 마찰의 저감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역량을 높이 평가받아, M274 엔진은 2017년 워즈오토의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해외에는 이 엔진에 48V 배터리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국내에는 엔진 차종만 판매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가격문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350e와의 정체성 충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 물론 쿠페 버전에는 350e가 적용되진 않는다. 
 
동력 전달 지연 현상이 잘 느껴지지 않는 데는 9 G트로닉 변속기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참고로 G트로닉은 벤츠가 독자 개발한 토크컨버터 변속기의 명칭으로 내구성과 성능이 우수해 토크 컨버터 변속기 명가 ZF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패들 쉬프트를 이용해 변속하면 DCT 보다 빠르게 RPM이 상승하거나 다운되면서 반응한다그러면서도 변속 충격이 거의 없으며, 편한 펀드라이빙이 가능하다
 
꽤 오랫동안 적용돼 온 변속 레버의 사용성도 우수하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오른손으로 기어 레버를 잡고 기어 변속하는 것을 선호하겠지만 만약 전자식 변속기 중 최고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벤츠의 컬럼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조차도 컬럼식 변속 레버를 사용하지만 차 급에 맞지 않게 작동시 불필욯판 유격으로 헐거우며,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괜히 테슬라에서 벤츠의 컬럼식 변속기를 채용한 것이 아니다.

매력 포인트 4. 부드럽지만 때로 단단해진다

GLC 300 쿠페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고속주행 시 안정성이다. 특히 공기저항 계수는 낮지만 고속 주행 시 양력(상하부 기압차로 인해 들뜨는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쿠페형의 후미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는 벤츠가 제왕이라는 말이 있는데, 절대 허풍이 아니다. 고속 항속 시, 흔한 말로 ‘바닥에 붙어 있는’ 느낌이다. 이는 4륜 구동이지만 후륜 구동 기반의 태생적인 장점 덕분이기도 하다. 

휠 & 타이어의 제원은 전륜 235/55R 19인치, 후륜 255/50R 19인치다. 이는 안정적 코너링의 조건이 된다. 날카롭기보다는 뜻하지 않게 원심력 방향으로 밀려나가지 않는다는 정도다. GLC의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이렇게 4가지이며 모드마다 파워트레인 및 서스펜션의 감응 정도가  달리 세팅된다.

0초 이동
0초 이동
광고 후 계속됩니다.


00:4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