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는 현재다! 뉴 CR-V HEV 남도 시승

혼다는 그들의 가장 빛나는 성과인 하이브리드를 과도기라고 부른다전기차 시대로 가는 가교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지나친 겸양이다아직 현실적으로 전기차를 완벽한 탄소 중립 달성의 전략으로 쓰기 어려운 한국이라면 더더욱 하이브리드의 시간은 더 길어져야 할지도 모른다그래서 가장 실용적 영역의 하이브리드는 더욱 필요하다혼다는 2020년 한 해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CR-V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선보였고, 2 2일부터 6일까지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 트랙 주행과 해남 등지를 오가는 미디어 시승 행사를 열었다.

32.1kg∙m에 1,710kg의 공차중량,
움직임이 가뿐하다

혼다가 SUV 시승 행사를 굳이 트랙에서 진행한 것은 2모터 기반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 시스템을가능한 많은 미디어 관계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체험하게 하려는 목적 때문이었다행사가 진행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의 2트랙은 출발 그리드 그리고 3, 4번 코너 사이에 긴 직선 주로가 있다평지에 건설된 서킷이다 보니 i-MMD 시스템의 EV, ‘ECON’, 스포츠 모드에서의 에너지 흐름을 최대한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는 조건이다

매체당 1 대씩 20대의 뉴 CR-V 하이브리드 차량이 준비됐고 모두 4륜 구동인 투어링이었다새로운 CR-V 하이브리드는 1.5 가솔린 터보와 달리 버튼 방식의 변속 장치가 적용돼 있다그리고 그 옆에 ‘EV’, ‘ECON’ 및 스포츠 모드 버튼이 있다. EV는 배터리만으로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모드, ‘ECON’ 모드는 말 그대로 연료 분사량과 공조 장치 제어를 통해 효율 향상이 목적인 모드다. ECON 모드 작동 여부에 따라 i-MMD 시스템의 주행 모드는 4가지로도 볼 수 있다스포츠모드에서는 엔진과 구동 모터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구현할 수 있는 단계다.

혼다코리아 관계자가 탑승한 선도 차량이 전체 페이스를 조절했다. 40~60km/h 구간에서는 EV 모드를 테스트했다차량들의 배터리 충전 상태는 균일하게 완충이었다. i-MMD 시스템이 적용된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경우 해외 매체에서는 전기차가 되고 싶은 하이브리드라는 평가도 받는다가솔린 i-VTEC 엔진의 세부 사양은 미세하게 다르지만 CR-V 하이브리드의 i-MMD 역시 형식은 동일하므로 이 구간에서는 전기차와 다름 없는 주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120kg 정도 가벼운 어코드 하이브리드만큼의 EV 모드에서 경쾌하지는 않다하지만 직경 19인치 휠을 장착한 4륜 구동 하이브리드 SUV 1,710kg이라면 가볍다. 32.1kg∙m의 최대 토크는 이 무게를 견인하는 데 충분하다. 세그먼트만 비슷할 뿐 직접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데일리카로 사용 중인 NX300h의 경우 2,200kg보다 EV 모드의 지구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PHEV라면 더 돋보였을
184ps의 모터 출력

간선도로 속력 정도인 80~100km 정도에서는 별도로 버튼을 조작하지 않아도 EV 모드는 해제된다배터리 용량의 한계다대신 엔진이 개입해 빠른 충전이 이뤄진다서킷 주행의 특성상 감속 시 에너지가 크다 보니 회생 제동으로 인한 충전량도 많았다스포츠 모드에서는 방전과 충전이 모두 빠르다

고속 정속 주행 영역에서는 엔진이 중심이라고 하지만 모터의 토크만으로 달릴 조건이 되면 모터가 수시로 개입한다물론 그 전환에 있어 이질감은 없다엔진과 모터가 결합되면 215ps의 최고 출력이 쏟아진다

사실 i-MMD의 동력 측면에서만 보자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더 유리하다. 2모터 시스템의 출력은 여느 고성능 PHEV의 모터 출력보다 50ps 이상 더 높다물론 혼다는 PHEV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하반기에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 혼다는 CR-V PHEV 콘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2021년 2월 2일에 중국 시장에서 공식 출시했다배터리 용량은 16kWh이며 엔진 배기량은 2.0리터다참고로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중형 세단 클래리티의 경우 17kWh의 배터리와 1.5리터(1,498cc) 엔진이 결합된다


하이브리드는 현재다! 뉴 CR-V HEV 남도 시승
중국 시장용인 CR-V PHEV

‘웰 투 휠’을 생각하면 아직 HEV다,
특히 한국에선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은 탄소 감축을 넘어 탄소 중립으로 목표를 조금 더 구체화하고 있다탄소 중립은 제품의 생산과 판매폐기까지 이르는 전 주기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와 거둬들인 이산화탄소의 합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이는 단순히 에너지원의 종류만 생각하면 기존 엔진 기반 자동차 제조사들의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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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 년 전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웰 투 휠(Well to Wheel, 유전에서 자동차 바퀴까지)’ 자동차의 제품 생애주기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실제 비중을 보면 전기차 역시 만만치 않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자랑한다

특히 이 웰 투 휠 개념을 전력 생산을 화석 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에 대입하면 전기차의 한계가 극명히 도출된다어차피 차량의 연료로 쓰거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쓰는 화석 연료가 아직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다특히 한국은 풍력지열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이 더디다퍼실리티 기술 자체야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을 정도지만 문제는 한국의 자연 조건이다한파가 몰아닥친 2020~2021년 겨울의 경우 태양광 발전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풍력은 들쭉날쭉해 생산량의 일정한 예측이 어렵다. 2020년 기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에너지원별 피크타임 기여도에서 태양광 비율이 1%, 풍력은 그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전력 발전에 대한 로드맵도 부재하다공교롭게도 정부가 탄소 중립을 강조하고 각 브랜드들이 전기차 원년을 외치는 지금,  한국 5대 발전 공기업들의 인사는 정권 말기 마지막 한 자리를 둘러싼 암투장으로 변했다어차피 대선 이후 물갈이될 공기관장 자리이니 마지막에 이력 한 줄 남기겠다는 이들만 득시글거리는 판이니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뭔가 뾰족한 에너지 계획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다피크타임 에너지 수급 기여도가 가장 높은 원전 축소에 대한 대비책은 제로다이런 씁쓸한 이유로적어도 한국에서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가치가 더 높을 수밖에 없고뉴 CR-V 하이브리드의 등장은 더 반가울 수밖에 없다.

배터리도 문제다아직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소재의 개발이 요원하다희토류 패권은 석유패권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부를 수 있다배터리 용량이 큰 전기차는 그런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2030년까지 전세계에 공급하는 차종의 2/3 이상을 전동화하겠다는 하치고 타카히로 회장의 메시지 속에서 하이브리드를 일종의 과도기로 천명한 것은 글로벌한 감각이다적어도 한국에서는 탈 만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더 많이 필요하고 다양화되어야 한다가장 많이 팔리는 준중형급 SUV에 하이브리드 차종의 수급은 제한적이었다. 1.6리터 가솔린 터보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국산 브랜드들의 기술력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트랙 시승을 끝내고 해남 인근으로 왕복 약 150km의 공도 시승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