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한 번도 성능에서 뒤떨어진 브랜드였던 적은 없다. 그럼에도 R8은 ‘준슈퍼카’로 불렸고 RS는 AMG, M 다음의 선택지였다. 물론 한국에서의 이야기다. 디젤게이트 이전까지, 아우디는 합리적이고 패셔너블한 젊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는 성공했다. 하지만 어찌 보면브랜드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빠진 브랜딩이었다. 이제 아우디는 그들의 본질인 ‘고성능’을 그들이 가진 파워트레인 전 영역에서 밀기 시작했다. 6월 1~2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된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AUDI DRVING EXPERIENCE)’ 현장에서 느낀 바를 간략히 짚어본다.
RS가 뜬다
RS 6 아반트∙RS 7스포트백∙RS Q8
AMG, M 등이 상징적이라면 RS(RennSport)는 이름부터 모터스포츠를 직접 겨눈다. 이 이름의 가치는 내구레이스와 랠리를 통해 견고하게 다져졌다. 트랙에서 다져진 힘을 일상과 공도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RS의 본령이고 이번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목적이다.
RS 라인업은 고성능 펀카와 극강의 퍼포먼스카 그리고 공도 지향형 고성능차로 대략 분류할 수 있다. 이번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 전시 및 소개된 RS 차종은 왜건형 A6 아반트 기반인 RS 6 아반트, 럭셔리 4도어 쿠페 타입의 RS 7 스포트백 그리고 쿠페형 플래그십 SUV Q8의 고성능 버전인 RS Q8이다.
RS 6 아반트와 RS7 스포트백, RS Q8은 모두 4.0리터(3,996cc) TFSI(가솔린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얼마 남지 않은 V8 엔진 중 하나로 최고 출력 600ps(6,000~6,250rpm)에 최대 토크 81.6kg∙m(2,050 ~ 4,500rpm)를 발휘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모두 3.6초대이며 최고 속력은 305km/h 에 달한다.
RS Q8도 파워트레인 제원은 동일하지만 최대 토크 전개 시점이 2,200rpm으로 약간 차이가 있다. 최대 토크는 표기상 81.58kg∙m 이나 다른 라인업과 동일하다. 유럽 현지에서는 RS 6 아반트가 11만 7,500유로(약 1억 5,800만 원), RS 7 스포트백과 RS Q8은 11만 4,000유로(1억 5,400만 원) 수준이다. 모두 국내 미출시 차종이지만 고성능화 브랜딩을 본격화하는 현 기조를 감안하면 곧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상을 즐겁게 할 고성능 SUV
RS Q8
RS 라인업 중 실제 시승해본 차종은 RS Q8이었다. 프로그램은 인제 스피디움의 트랙을 구간별로 나눠 드라이브 모드별 0→100km/h 가속과 40km/h 대 슬라럼 그리고 후륜 조향 시스템의 회전 반경 테스트로 꾸려졌다.
0→100km/h 가속은 컴포트 모드와 다이내믹 모드를 통해 진행됐다. 잘 알려져 있듯 컴포트 모드는 승차감 위주, 다이내믹 모드는 파워트레인의 빠른 응답성과 강한 마찰력 발휘를 위한 지상고 하강 등으로 차이가 있다. 참가한 미디어 관계자들이 교대로 운전하는 과정에서 고르게 3초대의 기록이 나왔다. 짧은 가속 거리 이후 강한 브레이킹까지 함께 경험하는 코스이기도 했는데, 어떤 모드에서도 급제동 시 차체의 전방 쏠림이 적은 아우디의 기본기는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급제동 때 다운쉬프트에 의한 구동음과 배기음은 역동적이기보다는 고르고 부드러운 편이었다. 특히 캐빈 차음 효과가 우수해 탑승한 차량의 구동음, 배기음인지 나중에 인지했을 정도다. 유럽 제원상에는 48V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있는 것으로 표기돼 있다. 드라이브 모드 중 ‘효율’을 선택하면 실제로 저속에서 엔진 개입이 현저히 적은 것을 느낄 수 있다.
40km/h 슬라럼은 전혀 어려운 과제가 아니었다. 주행 중에나 뒷좌석에 앉았을 때나 몸의 흔들림은 적었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승차감은 유지된다. 다만 후미의 낮은 쿠페 스타일이어서 앉은키가 큰 운전자들은 후미가 살짝 들뜰 때 머리가 닿기도 한다.
이 차는 포르쉐 카이엔 터보 쿠페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며 차량의 성격도, 가격도 비슷하다. 카이엔 터보 쿠페의 출력이 50ps 낮게 세팅돼 있고 0→100km/h 가속 시간도 0.1초 느리다. 그 이상의 성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터보 S E 하이브리드를 통해 구현되는데, 상품적으로 그 사이에 위치한 차가 RS Q8이라 볼 수 있다.
저속에서는 최대 5º까지 반대 방향으로, 고속에서는 최대 15º까지 동일 방향으로의 후륜 조향이 지원된다. 전자는 좁은 공간에서의 유턴, 후자는 ‘칼치기’라 불리는 고속 추월에 유리하다. 후륜 조향에 기반한 유턴 성능은 A5와 체험해 비교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A5의 휠베이스는 2,825㎜로 2,995㎜인 RS Q8보다 170㎜ 가량 짧다. 출발 시점의 뒤쪽 후륜과 유턴 종료 시점 전륜 측면에 세워진 러버콘을 통해 그 폭을 비교했다. 긍정적 의미에서, 아우디는 핵심 상품성의 쇼에 능하다.
아우디 고성능의 근미래 e-트론
고성능의 가교 S 라인업
RS Q8이 가솔린 엔진에 기반한 고성능 가치를 담고 있다면 e-트론은 전기차 시대 퍼포먼스 브랜드로서의 아우디를 상징한다. S는 과거 아우디가 갖고 있었던 대중적 럭셔리 성향과 고성능차의 가치를 잇는 보완적 라인업이다. 두 차종을 이어서 인제스피디움 근처의 와인딩 로드에서 경험해보는 시닉 드라이빙(Scenic Driving) 프로그램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