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2일, 150대 한정으로 나온
5,110만 원의 볼보 S60의 R-디자인이 단 15분만에 매진됐습니다.
블랙 컬러를 포인트으로 한 대담한 외관,
전면 블랙을 통해 심플하고 섹시한 실내 구성을 갖춘 R-디자인.
그 중에서 단 3대만 들어온 퓨전 레드 컬러 차량을
주행거리 128km에 받았습니다.
볼보의 유일한 ‘약간 아픈 손가락’⋯이었는데
완전히 나았다
5년 동안 매년 25%씩 성장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요즘 같은 시기에 도대체 어디냐’라고 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테크 스타트업이나 핫한 쇼핑몰이 아니고서는 나오기 어려운 이런 실적이, 덩치가 무거운 자동차회사에서 나왔습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그 주인공입니다.
전 차종이 고르게 인기를 누린 볼보. 하지만 그런 볼보에도 아주 조금 아픈 손가락이 있었으니, 바로 중형 세단 S60입니다. 차가 아쉽다기보다 동급 세그먼트의 수입차들이 지나치게 강한 탓입니다. 4,800~5,400만 원대에서는 할인 폭격을 하는 BMW의 3시리즈와 아우디의 A4 그리고 제네시스의 G70의 영향력이 너무 큽니다.
하지만 S60 R-디자인 투입이라는 처방은 즉효였습니다. 차 자체가 멋진 것도 있었겠지만, 계약 후 수령에 최소 6개월이 걸린다는 볼보를 단숨에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차량 출고 적체가 이어지는데 ‘혈’을 뚫어 준 마케팅이라 할까요? 물론 150대라는 대수 자체가 볼보의 타 차종에 비해 많은 수치가 아니나 적어도 S60라는 차종의 존재감을 조금 더 시장에 어필했다는 점이 이번 R-디자인 완판의 숨은 성과입니다.
지금부터 S60는 패셔너블 세단!
R-디자인 퓨전 레드와 블랙
S60가 해당 세그먼트에서 경쟁 차종에서 밀렸던 건 어쩌면 지나친 다재다능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동급에서 가장 긴 휠베이스와 공간감을 갖고 있고, 48V 기반 마일드하이브리드이며 디자인 비례감은 후륜 구동 같은 전륜 구동 세단. 하지만 이 영역의 고객들은 그냥 브랜드 하면 메르세데스 벤츠의 C 클래스를, 연비나 때깔 하면 BMW 3시리즈를, 가격 하면 아우디 A4나 제네시스 G70을 찾았습니다. 5,000만 원대에서 공간감을 따지는 고객들은 아예 세단이 아닌 SUV로 발걸음을 옮겼을 테죠.
패밀리 세단도, 스포티 세단도 비교 우위로 내밀 수 있는 특성이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뭘까? 혹시 가장 패셔너블한 중형 세단을 원하는 건 아닐까? R-디자인은 그 가설을 완벽히 입증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단 3대밖에 없는 퓨전 레드는 생각 이상으로 멋졌습니다. 타는 것보다 세워놓고 보는 게 더 즐거웠습니다. 햇빛을 마주하고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했을 때 퍼지는 빛 속에서도, 약간 어두운 곳에서 인공광을 더해 보는 모습에서도 다른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고광택 블랙 컬러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하단의 악센트는 독특합니다. 인스크립션에 플래그십을 꿈꾸는 우아함이 있다면 R-디자인에는 트랙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R도 AMG나 M처럼 볼보의 고성능 디비전이었는데 2007년 V70R을 마지막으로, 디비전으로서의 역할은 다했습니다. 그 자리는 폴스타가 넘겨받고, R은 고성능의 감성을 간직한 디자인 패키지가 됐습니다.
퓨전 레드에서, 블랙은 확실한 포인트가 됩니다. 도어 미러 캡도 고광택 블랙인데 윈도우 가장자리와 함께 어울려 차체 컬러와 대비를 이룹니다. 아니, 대비라는 말은 식상하고 긴장감 있는 조화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퓨전 레드는 채도는 높고 밝기는 약간 어두운 메탈릭 컬러인데, 도료 속에서 부서지는 빛과 블랙의 조화가 감각적입니다.
깨끗하고 차가운 블랙
OOTD를 완성하는 순간
S60 R-디자인의 패셔너블 세단 면모는 블랙으로 통일된 인테리어로 극대화됐습니다. 깔끔하고도차가워 보이는 원 톤으로 가죽 시트와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 헤드라이닝까지 통일돼 있습니다. 크래쉬패드의 인테리어 트림만 회색 계열의 무늬목이 적용돼 있습니다. 원래도 심플한 디자인인데, 컬러까지 통일되니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블랙은 패션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컬러입니다. 현대 지각심리학, 인지과학의 토대를 마련한 생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는 “블랙은 빛이 없어도 완전한 감각 그 자체”라고 짚었습니다. 신비감, 권력, 힘, 악, 독립성, 섹스 등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죠. 또한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료의 질이나 염색 기술이 부족한 브랜드가 쓰면 변색이 쉽고 초라해 보입니다. 그래서 순도 높은 블랙을 잘 구현하는 브랜드가 높은 평가를 받죠.
사실 퓨전 레드 자체는 자동차 외장 컬러로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 할 순 없지만, 이 완전한 블랙 인테리어와 어울려 섹시한 느낌을 구현합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정장을 입었든 캐주얼을 입었든 ‘OOTD(Outfit of the Day)’가 완성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여성 모델과 함께 다양한 의상으로 촬영을 해도 좋았을 뻔했으나 예산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R-디자인에는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돼 있습니다. 중앙에 바워스 앤 윌킨스의 동그란 트위터가 놓여 있는 인스크립션과 달리, 대시보드 트위터는 평평합니다. 큰 차이는 솔직히 느끼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사운드가 단단하다든가 부드럽다든가 하는 표현은 주로 듣는 음악이 어떤 스타일이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운전자의 감각 자체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나온 첨단화된 메틀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들었던 음악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 소스 간의 분리가 바워스 앤 윌킨스의 것만큼 깔끔하진 않지만 고동감은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 Arr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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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Andy James
발매일
2018.10.19.
- A View From The Top Of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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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Dream Theater
발매일
2021.10.22.
T6 AWD라면 어떨까
전체를 R-디자인으로 팔 순 없으니
볼보는 안전과 탄소저감을 위해, 속도나 퍼포먼스에만 집중하는 다른 제조사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고 밝혔습니다. 최고 속력은 180km/h 맞추고 일정 이상의 출력은 전동화 시스템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죠.
2020년 7월에 최고 출력 250ps의 T5를 시승했습니다. B5는 여기에 48V 배터리를 통해 출발이나 가속 시 엔진의 부하를 덜어주는 설계입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풀 하이브리드와 달리 기존 엔진 생산 라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비용 면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B5의 0→100km/h 가속 시간은 6.7초입니다. 느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요즘 차들이 워낙 이 시간을 줄이는 데 집중해서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이는 것뿐이죠. 전륜 구동임에도 조향 이질감이 크다고 할 수 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