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코어 고객 vs. 미래 동력 렉서스의 고민이 담긴 2세대 NX

충성 지지층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고객을 발굴할 것인가이는 영역을 막론하고 각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일 겁니다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브랜드 중 하나인 렉서스도 변화 쪽을 선택했습니다고유의 견고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하려는 절박함이 담긴 차, 2세대 NX를 제주도에서 만나보고 왔습니다

트렌드를 거부한 코어 고객의 지지
판매량이 많아도 고민인 렉서스

전부가 그렇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렉서스의 고객들 상당수가 브랜드에 입문하는 이유로정숙성과 편안함을 꼽습니다렉서스 고객들의 정숙성안락감에 대한 열망은 포르쉐나 BMW M 고객들의 질주 욕망만큼이나 견고하죠렉서스 NX 1세대는 조향의 안정성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극강의 안락감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차였습니다사실 이런 니즈는 SUV 조차 트랙용 머신으로 만들겠다는 최근 자동차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만무시할 수 없는 다수이기도 합니다. 2013년 처음 선보인 이래, 이 차의 글로벌 판매 100만 대 이상이라는 판매 기록이 말해주죠북미 시장 기준으로는 판매량이 5만 대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오히려 비슷한 체급인 메르세데스 벤츠 GLC를 능가합니다.  

사실 ‘파괴적 혁신’은 이런 코어 고객마저 과감히 포기하는 일입니다. ‘따라오지 않으면 여러분도 뒤처지는 것’이라고 윽박지르는 거죠. 하지만 이런 파괴적 혁신이 언제나 성공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불황기의 파괴적 혁신은 기업의 존립을 흔듭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안전한 선택이라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그 핵심 지지층이 쪼그라들면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무엇이 옳은지는 모른 채 결과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 ‘경제’라는 것의 한계입니다.

렉서스는 LS를 통해 이미 그 맛을 따끔하게 봤습니다. ES에서는 크게 불거지지 않은 문제이지만 LS의 고객들이 TNGA 플랫폼의 감각에 거부감을 드러냈던 것이죠. ‘재미있는 차 만들기리는 모토 아래 플래그십 세단의 역동성 강조라는 트렌드를 따랐는데기존 고객들이 완강히 거부했습니다결국 렉서스는 현가 장치를 대폭 개조해 이들의 입맛을 맞출 수밖에 없었고, ES의 페이스리프트에서도 스포티한 성향과 컴포트한 성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최고 사양 NX450h+ F 스포츠
화려하거나 번잡하거나

렉서스의 제주 미디어 드라이브 행사에서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인 UX 300e 2세대인 뉴 제너레이션 NX 두 차종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NX는 최고 출력이 249ps까지 올라간 하이브리드 350h와 최고 출력 307ps를 발휘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450h+가 준비돼 있었습니다저는 그 중에서도 최고 트림인 F-스포츠를 받았습니다

F-스포츠는 외관, 실내 모두 전용 사양이 많습니다. 특유의 블랙 메쉬 그릴, 트리플 풀 LED 헤드램프, 전용 20인치 휠, 도톰한 ‘F’레터링 양각이 돋보이는 시트, F 스포츠 배지가 대표적입니다. 및 대시보드의 우드 트림, 17스피커의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는 350h의 상위 트림인 럭셔리와 공유합니다.

외관 컬러 중에는 고채도의 코발트빛 컬러인 히트 블루, 낮은 조도에서도 빛나는 화이트 노바가 전용 컬러로 제가 받은 차도 이 컬러였습니다. 시트는 화이트 및 플레어 레드가 전용 사양이며 시트 형태는 세미 버킷입니다. 워낙 렉서스인지라 단단하기보다는 부드럽게 몸을 잡아준다는 느낌입니다. NX 시승 코스는 제주 해안 도로와 시내 도로를 거치는 코스였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할 정도로 정체가 있었음에도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 시트였습니다.

외관 면에서의 매력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겠지만 인테리어 면에서는 선호도가 갈릴 것 같습니다. 1세대 NX는 시대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 독특한 수예품 같은 멋이 있었습니다. 대시보드에 적용된 부드러운 가죽 트림, 전면부 라디에이터의 독특한 형상을 닮은 센터페시아 인터페이스의 구조, 아날로그 시계 등이 그러했죠. 토글 방식으로 바뀐 기어 레버는 왼쪽으로 당겨서 조작해야 합니다. 바로 내리면 중립이 되는데 오히려 기존의 기어봉 방식과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편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운전석에 타면서 가방이나 핸드백을 조수석에 옮겨놓을 때 스트랩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체급 대비 넓었던 2열 레그룸도 좁아 보입니다. 트렁크 폭 역시 1세대 모델은 캐디백 하나는 가로로 넣을 수 있었는데 전장이 많아져 벽 측면이 두터워지다 보니 훨씬 좁아진 느낌입니다. 350h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크기는 준중형이지만 문을 열면 기대 이상의 공간감과 여유를 자랑하던 NX는 이제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템 중 14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와 다양한 조명을 자랑하는 멀티 앰비언트 일루미네이션은 반길만합니다. 다소 불편했던 터치패드 대신 시인성 높은 터치스크린, 문전 연결성이 좋은 아틀란 내비게이션, LG유플러스의 U+DRIVE(유플러스 드라이브)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렉서스 커넥트는 렉서스의 약점을 지웠습니다.

앰비언트 라이트의 경우 기존 고객들의 니즈는 높지 않았지만, 막상 써 본다면 만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승 자체가 주간에 이뤄져서 이는 경험할 기회가 없었는데, 추후 별도 시승차를 통해 이미지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외에 개방 동작을 가볍고도 부드럽게 도와주는 도어와 전자식 도어 핸들인 E-래치(E-Latch)도 반가운 기능입니다. 문콕의 위험도 그만큼 줄겠지요.

참고로 F 스포츠에 적용되는 사양은 350h의 상위 트림인 럭셔리에는 적용되는데 450h+의 프리미엄에는 빠져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 낮은 순으로 보면 350h 프리미엄, 450h+ 프리미엄, 350h 럭셔리, 450h+ F 스포츠 순입니다.

브랜드 최초 PHEV,
하이브리드의 경계를 확장하다

먼저 시승 코스에 대해 간략히 말하자면 UX300e가 1100 도로, 516 도로 등 제주도 내륙 산간의 굽잇길을, NX는 해안 도로를 달리는 코스였습니다. NX로도 산악을 달렸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쭉 뻗었지만 속력 제한이 분명한 생활도로와 정체가 심한 시내 구간이 교하는 코스에서, TNGA 플랫폼의 역동성을 맛볼 기회는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최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효율을 경험하기엔 충분했습니다. 특히 더 큰 배터리 용량으로 하이브리드의 경계를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주행 습관이나 동선에 따라 최적의 전동화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행 모드는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는 EV, 전기를 주로 하되 엔진이 필요시 개입하는 오토 EV 하이브리드 모드,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모드, 그리고 모드 체인지 버튼을 오래 누르면 전환되는 엔진 구동력을 통한 배터리 충전을 우선으로 하는 차지 모드로 나뉩니다. 변속레버 인근의 조작 버튼 위치는 다소 불편했지만 복합 효율 자체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주행하는 동안 18km/L가 넘는 합산 연비가 구현되고 있었습니다. 모드가 여러 가지임에 따라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정보도 다양했는데, 주행 중 EV 가동 비율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유럽 브랜드의 PHEV들은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합니다. 초반 토크가 강력하고 주행 중 합산 출력이 한 체급 더 높은 엔진을 능가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죠. 이에 비해 렉서스의 PHEV는 구동 모터와 엔진 간의 부드러운 주도권 전환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EV를 더 쓰고 싶은 사람과 엔진을 더 쓰고 싶은 사람 모두의 욕심을 만족시키는 전략을 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1세대 NX 300h 대비 움직임이 가뿐했습니다. 1세대 NX는 니켈 메탈 배터리인데다 동종 차급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편의 장비가 들어가다 보니 공차중량만 2.2톤에 가까웠고, 그 체중에 발목이 잡혔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차이는 있지만 NX450h+는 훨씬 가볍습니다. 18.1kWh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했음에도 공차 중량이 2,030kg입니다. TNGA 플랫폼은 경량화에 초점을 맞추되 강성별 소재의 배치를 통해 하중이 차체 아래로 잘 전달되고 최적의 마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주행 감각은 유럽 브랜드들의 단단함(rigidity/stiffness)을 닮으려 했습니다.

렉서스만의 정체성이나 장점이 사라져 아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의도 자체는 정확히 반영됐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끼손가락으로도 돌릴 수 있었던 1세대 NX와는 스티어링휠의 저항감부터가 달랐습니다. 1세대 NX가 아니라 스포티한 준중형 후륜구동 세단인 IS를 닮으려 했다는 카토 타케아키 NX 개발 치프 엔지니어의 이야기도 있었죠.

전기 구동계는, 전륜 모터 제너레이터 최대 토크만 270Nm, 후륜 모터 제너레이터 2기가 각각 121N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합니다. 공차 중량에 비해 토크가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3개의 모터를 절묘하게 협응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1세대 NX와 같은 굼뜬 느낌은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토크 50kg∙m대의 파워트레인이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 후륜으로 80%의 구동 배분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잠깐의 시승 주행 그것도 정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모터의 협응은 새로운 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NX에 조향의 재미와 역동성을 부여한다는 것이 렉서스 측의 메시지입니다. 최근 공개된 차세대의 RX, 전기차인 RZ도 같은 가치를 지향하고 있죠.

진화한 LSS+,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적응 필요해

잘 부각되지 않아서 그렇지 렉서스의 ADAS(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LSS+(Lexus Safety System+) 역시 뛰어난 안전성을 자랑합니다. 정체 구간 저속 주행을 포함, 고속주행까지 커버 가능한 DRCC(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또한 주행 중 속력 제한 표지를 인식하는 RSA(도로표지판 어시스트)가 추가됐는데, 멋대로 속력을 바꿔 버리는 게 아니라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해당 ‘제안’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타 브랜드의 ADAS 중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해당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는 고속도로 위인데 갑자기 시속 40km/h로 속력이 줄어들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 당황하기 쉬운데, 우선 먼저 물어봐 주는 조심성이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도상 배열에는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정보를 띄워주는 것은 좋은데, 강조하기 위한 깜빡임 동작이나 너무 큰 아이콘 등은 오히려 주행 중 시야라 교란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게다가 350h 럭셔리와 450h+ F 스포츠에 적용된 전자 리어 뷰 미러는 주간 시간대에 반사로 인한 이중상(double image)이 생깁니다. 기존 NX는 이런 요란한 장치 없이도 충분히 안전이 확보된 시야를 자랑했습니다.

해당 기능을 마이너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합니다. 후진 시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 뜨는 후방 카메라 이미지는 과거 대비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타 브랜드 대비 왜곡이 많고 빗방울에 취약한 모습도 노출합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