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장에 도전하는 포드의 젊은 맹수, 쿠가

요즘 전세계 SUV 마니아들은 즐겁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그럴듯한 선택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이는 각 자동차 제조사의 치열해진 경쟁 덕분이기도 하다. 특히 콤팩트 SUV 시장은, 보다 많은 고객들과 만날 수 있는 창구라는 점에서, 자고 일어나면 신차가 등장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이며, 까다로운 소비성향 덕에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이와 같은 전장에 발을 디딘다는 것은 다양한 가능성과 리스크에 대한 도전이며, 포드의 쿠가가 하려는 일이기도 하다.


경쟁이 익숙한 운명

2017 1월에 국내 출시된 뉴 쿠가는 2013년부터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판매되어 온  2세대 기종이다. 1세대가 첫 선을 보인 것은 2008년으로, 포드 유럽을 대표하는 콤팩트카인 포커스와 C 맥스 등과 같은 전륜 및 4륜 구동 플랫폼인 C1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플랫폼의 명칭은 말 그대로 콤팩트카 플랫폼을 의미한다.
 
이 플랫폼은 독일에 본거지를 둔 유럽 포드가 2004년에 개발한 것으로, 볼보, 마쯔다와 함께 공유해 왔다. 볼보에서 P1이라는 명칭으로 불린 이 플랫폼은, 테일게이트의 넓은 유리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모은 해치백 C30과 소형 쿠페인 C70의 토대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마쯔다에서는 BK라는 명칭으로, 세단인 마쯔다3와 소형 왜건인 마쯔다5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포드의 형제이기도 했지만, 산업에서 그런 것은 비유적 표현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이렇게 플랫폼을 공유한 자동차들은 철저히 서로의 경쟁자였다.

어느 나라의 소비자들이나, 자동차를 살 때 정 세그먼트만을 대상으로 두고 자동차를 고르지 않는다. 오히려 대략적인 크기와 가격이 선택의 범주가 된다. SUV지만 쿠가에게 있어 경쟁자는 유럽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콤팩트카였던 셈이다. SUV 및 크로스오버 차량으로만 좁혀도 폭스바겐의 티구안, 미니의 컨트리맨, PSA 그룹의 푸조 2008과 시트로엥 C4 칵투스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물론, 이런 환경 속에서도 쿠가는 판매 실적 면에서 호성적을 올려 왔다. 특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2010년에는 북미에서 약 10만 대의 판매고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2016년에는 소형 SUV 부문 유럽 전체 5위를 기록했던 전년도에 비해 다소 판매량이 감소하긴 했지만, 콤팩트카 시장의 차량들이 유례 없는 빅뱅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찾은 젊은 표범

쿠가는 지난 2015년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에서 포드의 SUV는 조금 독특한 입지를 갖고 있다. 특히 소형 SUV 분야에서 한국 자동차의 제한적인 라인업과 조금 아쉬운 성능에 싫증을 느끼지만, 독일 3사의 SUV 가격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최선의 대안으로 꼽힌다. 일본 제조사의 차량은 성능과 내구성 면에서는 믿을 만하지만 대부분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인 까닭에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넉넉한 최대 토크와 연비의 디젤 라인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포드는 한국 시장에서 승부를 해 볼 만한 조건을 가진 차량이다. 2.0리터(1,997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은 180hp(3,500rpm)의 최고 출력과 40.8kgm(2,0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이러한 성능은 랜드로버 이보크의 2.0리터 직렬 4기통 엔진 중 최고 출력 180hp 사양과  비슷하며, 비슷한 가격대의 타 제조사의 콤팩트 SUV 보다 앞서는 동력성능이다. 여기에 매뉴얼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를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이루었다. 엔진의 토크 전달에 있어 끊김이 없도록 다음 단계의 기어가 미리 대기하는 방식이지만, 섬세하다기보다는 박력 있는 주행에 적합한 변속기다. 최근 국내 제조사 차량들이 2.0리터 디젤 엔진 SUV에 듀얼클러치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국내 SUV 소비자들이 고성능 세단 못지 않은 화끈한 가속력을 요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쿠가의 파워트레인은 우선 한국 시장에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냉정히 봤을 때, 아직 쿠가의 국내 판매량은 글로벌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2016년 국내 출시되었던 쿠가는 매월 조금씩 판매량을 늘려 나가고 있으며, 이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쿠가의 디자인은 이러한 성과의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전장 4,525, 휠베이스 2,690의 쿠가는 국내 SUV 시장에서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투싼과 비슷한 체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3세대 투싼이 길어진 보닛의 비례를 통해 여성적이고 유려한 성향을 보인다면, 쿠가는 짧은 오버행과, 헤드라이트 및 테일램프의 윤곽선에서 보이는 단단한 선의 마무리 등이 막 어른이 된 수컷 맹수를 떠올리게 한다. 참고로 쿠가(Kuga)라는 이름은 과거 포드의 디비전이었던 머큐리의 쿠페인 쿠가(Cougar)의 발음을 간략화한 것이기도 하다. 전혀 다른 차종이지만 해당 차종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쿠가는 퓨마를 뜻하는데, 19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 자동차는 포드의 머슬카 머스탱을 다운사이징한 차량으로서, 날렵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 차량이기도 하다.
 
이러한 쿠가의 이미지는 수입 자동차 중에서 크게 유별나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강렬한 개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어차피 그것은 쿠가의 디자인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도 SUV라면 보편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질만한 모습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 것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 시장에서 쿠가라는 이름이 좀 더 사람들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버티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화와 친환경 가치를 통한 성장

포드는 현재 스마트 기술의 적용과 연구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제조사 중 하나다. 꿈 같은 기술의 스마트 콘셉트카를 공개하는 제조사도 많지만, 포드는 역사적으로 일상에서의 실용성을 중시해 온 제조사다. 그런 만큼 실내의 스마트 인터페이스 등도 매우 간결하고 실제 사용 패턴과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음성을 통해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싱크3(SYNC3)는 물론, 심플한 센터페시아의 8인치 컬러 패널을 통해 각종 미디어 기능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 카플레이 역시 기본으로 적용되었다.

국내에 출시되는 포드 차량에의 적용 여부는 아직 언급하기 어렵지만, 포드는 현재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협력하면서, 그들의 클라우드 기반 음성 인식 시스템인 알렉사를 탑재할 예정이다. 알렉사의 음성 인식 기능은확성이 높아, 운전자가 휴대폰을 조작하지 않아도 음성만으로 쇼핑 리스트 작성이 가능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아직 소형 SUV인 에코에 시범적으로 적용되는 기술이지만 향후 적용 범위는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쿠가를 넘어 2018, 2019년의 쿠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포드는 자사 주요 차량들의 친환경 자동차화를 근미래의 가시적 과제로 꼽고 있다. 특히 유럽 포드는 주력 SUV를 중심으로 주행 거리가 480km에 이르는 성능의 전기자동차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중에는 당연히 포드의 쿠가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인프라 확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추세다. 이로 본다면 새로운 동력원을 지닌 쿠가가 국내에 들어오게 될 때면, 현재의 쿠가 보다 큰 환영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는 매우 복잡한 이야기를 품은 재화다. 따라서 대다수의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의문법도 특정 시장에서는 이해시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의미가 전달된다면 해당 자동차는 시장에서 폭발적인 판매량까지는 아니더라도 견고한 지지층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히 판매량의 확보를 넘어, 새로운 자동차가 하고 싶은 새로운 이야기가 그 사회에 전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단하고 힘 있는 젊은 맹수, 쿠가는 단순히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가 뛰어나고 효율이 좋은 오늘의 자신만을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국내에서 선보이는 쿠가는 미래적인 SUV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