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청음 공간 그 이상의 가치, 링컨 콘티넨탈

음악은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이 비밀은 다양한 소리 정보의 조합이다. 시간을 여유롭게 갖고 다른 소리의 간섭이 적은 공간에서 좋은 재생 시스템과 스피커를 활용하면 그만큼 이 비밀의 속살을 즐길 수 있다. 바쁜 세상살이 속에서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며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사치인 것 같지만 의외로 그러한 장소가 있다. 바로 자동차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잊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고를 때 오디오와 음향 조건을 세심하게 따지는 것도 이러한 까닭일 것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팝 컬럼니스트 김태훈과 함께, 프리미엄 청음 공간으로서의 링컨 콘티넨탈의 위치를 살펴보았다.

링컨 차를 탄 컬럼니스트

김태훈은 유명하다. 물론 동명이인인 영화배우 김태훈(김태우의 동생)도 있지만, 존재감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양과 오락을 오가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강연 활동 등을 통해 그의 얼굴이 보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면도 있다.
 
그런데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사실 그를 섭외하려는 많은 이들이 봉착하는 의외의 난관이 바로 이 지점이다. 여러 분야에서 고루 모습을 드러내는데, 영화평론가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연예인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던 연애상담 프로그램과 <김태훈의 러브토크>라는 책 제목 때문에 연애 및 심리 상담가인가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링컨 차를 탄 컬럼니스트 어떨까요.” 그의 직함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그렇게 제안했다. “링컨 콘티넨탈은 미국 대중문화에서 매우 상징적인 자동차죠. 그래서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만, 실제 타 보는 건 처음이네요.” 마침 콘티넨탈 광고의 주인공이었던 매튜 맥커너히가 주연한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영화도 있으니 안 될 것은 없었다.

그는 기왕이면 컬럼니스트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은 좁은 의미로는 영미를 비롯한 해외 대중음악을 일컫지만, 널리 정의하자면 대중이 관심을 갖고, 대중이 주체가 되는 모든 콘텐츠를 지칭한다.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 역시 그 영역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것도 대충 맛본 것이 아니라, 어지간한 자동차 기자들 못지 않은 체험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의 첫 자동차는 1990년대 미쓰비시 FTO의 중고였고 이를 기반으로 튜닝도 즐겼던 자동차 마니아였다. 그런 까닭인지, 콘티넨탈에 앉자마자 자동차의 제원부터 읊고 시승을 시작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과 스티어링 휠의 감각 등을 확인했다. 그를 섭외한 목적, 즉 링컨 콘티넨탈이 가진 청음 공간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꺼내야 할지 조금 고민되기 시작했다.

좋은 오디오를 둘러싼 공간의 맥락이 중요해

요즘 서핑에 빠져 삽니다. 일정만 비면 양양이든 어디로든 향하죠.”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몇 가지의 앱을 보여주었다. 세계 각지 바다의 파고와 풍향 및 풍속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과, 그가 자주 가는 서핑샵의 폐쇄회로TV 화면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모습은 평소 그가 출연하던 방송 프로그램이나 강연에서 볼 수 있던 댄디한 차림보다 활동적이고 캐주얼한 차림이었고, 팔과 얼굴 등이 그을려 있었다.
 
이야기와 글을 통해 알 수 있듯, 그는 다양한 취미를 가졌고, 그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에 달하기 위해 상당 기간 매진했다. 그리고 그 취미의 끝에서 얻은 깨달음은 결국 그 취미가 결국 즐거움과 자유를 얻고자 하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서핑만 해도 마음먹고 장비를 구하려고 하면 가격도 비싸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즐기다 보면 결국 서퍼를 즐겁게 만드는 것은 보드며 슈트, 시계 같은 것이 아니라 파도 그 자체죠.”

컬럼니스트 김태훈에게 음악은 그런 파도 같은 것이었다. 더구나 오랜 세월 음악은 그에게 취미가 아닌 업이었다. 그는 해외 음악이 국내에서 인기를 누렸던 1990년대 중반, 해외 유명 음반사의 한국 배급사에서 잔뼈가 굵었다. 물론 영화평론가로도 지명도가 높지만 그가 팝 컬럼니스트라고 불리는 것을 원하는 이유도 이러한 근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음향기기에 대한 관심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다. 스마트 기기와 음원 중심으로 감상 환경이 재편되었지만, 이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아이템들은 개발되어 오고 있다. 음원의 약한 신호를 증폭시켜주는 스마트기기용의 휴대 앰프 등이 대표적이며, 그 역시 이러한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어폰을 착용하는 상황을 제외한다면, 자동차는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일한 음악감상 공간이라 할 수 있죠. 오디오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카오디오 자체의 한계도 분명할 테니 집착할 필요는 없겠지만, 기왕이면 음악의 결을 선명하고 예리하게 살려주는 편을 바랄 겁니다.” 이야기를 이어 가며 그는 라디오 튜너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러다 한 채널에서 커팅 크루의 “I Just Died in Your Arms”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이 곡은 커팅 크루의 멤버 중 한 명이 연인을 사고로 잃고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각 방송국의 4~6시 타임은 비교적 올드팝 넘버가 많이 나오는 시간대다.

사실 카오디오는 오디오가 무엇이냐, 스피커가 몇 채널이냐 하는 문제보다도 자동차라는 공간 및 상징성 등이 이루는 맥락이 중요할 겁니다. 물론 콘티넨탈의 오디오 시스템은 그런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그런데 링컨의 오디오 시스템, 낯설지 않은데요?”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지난 2015년 링컨의 SUV MKX 론칭 행사에서 오디오를 주제로 한 스피치를 맡은 인연이 있었다. 현재 링컨에 적용된 레벨 오디오 시스템과 19 채널 스피커는 MKX에서 처음 선보인 것이기도 했다.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소리의 선예도(오디오 사운드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선명도)가 두드러진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리고 실내 디자인과 잘 어울리네요. 호불호가 있겠으나, 이 우드 트림, 클래식한 대시보드 처리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도 사운드의 감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건입니다.”


프리미엄 청음 공간 그 이상의 가치, 링컨 콘티넨탈
레벨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된 또 다른 차량 MKX

예전에도 그랬지만 고급 세단을 설계함에 있어 자동차 제조사들은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소음, 진동, 거슬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조용하기만 하다고 해서 카오디오와 스피커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엔진의 구동음, 노면으로부터 느껴지는 진동, 풍절음 등 수많은 음향적 요소로 인해 상쇄되거나 증폭되는 소리들 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 바로 카오디오의 설계다. NVH 설계가 좋지 않은 자동차에 거금을 들여 오디오 튜닝을 한다고 해도 결코 소리의 즐거움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그가 말한 맥락은 바로 이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명랑한 첼리스트 같은 링컨 콘티넨탈

사실 그는 시승 중, 오디오에 대한 이야기보다 콘티넨탈이라는 자동차의 주행 감각에 대해 훨씬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링컨, 특히 콘티넨탈이라고 하면 이름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무게감, 역사 그런 이미지 때문에 둔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몰아보니 매우 경쾌해요. 대형 세단, 플래그십 그런 수사를 잊게 되네요.” 이런 콘티넨탈을 연애 상대로서의 이성에 비유해달라고 주문했다. 그의 이전전문분야가 바로 연애상담이었던 까닭이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명랑한 첼리스트 같다고 답했다.

첼로라는 악기의 음색과 근엄한 이미지는 첼리스트의 이미지도 그렇게 물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깨고 명랑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연애에 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링컨 콘티넨탈 같은 연애 상대가 아닐까 싶네요.” 참고로 아직도 그에게 많은 이들이 연애를 주제로 강연이나 원고를 요청하지만 고사한다고 한다. “이제 그런 연애의 아기자기한 감정선을 이야기할 때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건 다른 젊은 컬럼니스트들이 잘 하죠.”

이번에는 비유의 초점을 그의 현업분야로 돌려, 콘티넨탈의 이미지와 닮은 감독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했다. 이번엔 망설임 없이 크리스토퍼 놀란을 언급했다. “그의 최신 개봉작 <덩케르크>에서의 2차 세계대전은 고전적 소재로서의 전쟁이 아니더군요. 속도감, 그리고 그 속도를 이끌어가는 상상력에 감복했습니다. 영화에 망설임이 없어요.” 아닌 게 아니라 그는 링컨을 정말 즐겁게 몰았다. 뒷좌석에서의 청음과 오디오 콘솔 등을 조작하는 모습을 담고자 뒷좌석으로 안내하려고 하자 자신이 운전해도 되는데라며 조금 아쉬운 웃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 자동차 특유의 경쾌한 질주감과 오디오 및 음향 장비, 이런 조건에서 현재 책정된 가격이면 동급 유럽 제조사 차량 대비 착한 가격일 텐데, 그렇다면 젊은 이미지로 포지셔닝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다음 날, 그는 촬영 차 쿠바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적성국가였던 까닭에 무역이 단절되었던 쿠바는, 역설적으로 클래식카의 천국이기도 하다. 도장이 벗겨져 형형색색의 컬러로 칠한 자동차들을 직접 만날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그 쿠바와 미국이 단교하기 약 20년 전에 링컨 콘티넨탈의 1세대가 태어났다. 물론 현재의 콘티넨탈은 그 전통과 감성은 잇되, 무거움은 잊고 새로이 도약하고자 하는,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다. 컬럼니스트 김태훈은 시승 내내 이러한 본질에 주목했다. 그의 의견을 조금 확장하자면, 프리미엄 청음 공간으로서의 가치도 결국 이러한 새 시대를 지향하는 링컨의 가치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