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보이는 것들? 경부고속도로의 숨은 매력

자동차 등록 대수는 2,200만 대를 넘었지만 운전자 1인당 연간 자동차 운행 거리는 1만 3,000km 선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장거리 이동 대중 교통이 빠르고 정교하게 발전한 까닭일 것이다. 따라서 많은 운전자들에게 고속도로는 명절이나 휴가 시즌에만 가끔 달려보는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깊어지는 역사 속에서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면 경험할 수 있는 숨은 매력과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다.

경부고속도로는 회춘하는 중?

경부고속도로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 된 고속도로이다.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의아할 수 있을 텐데, 한국 최초의 고속도로 타이틀은 제1경인고속도로가 갖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착공 시점은 경인고속도로가 개통되기 10개월 전인 1968년 2월이며, 1970년 7월에 개통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경부고속도로를 한국 최고(最古)의 고속도로로 인지하는 이유는, 개통 이후 물류와 인력 등의 이동을 책임지는 젖줄로서의 존재감이 컸던 까닭이다.
그만큼 ‘고생’을 해서인지 경부고속도로는 노화가 심하다. 지금도 경부고속도로는 국내 고속도로 통행량의 22%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평지와 임야 등 상이한 지형조건의 지역을 관통하다 보니 선형 역시 현재의 자동차 및 물류 사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휴게소 등의 편의시설도 노후화된 곳이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경부고속도로는 다시 젊어지고 있다. 언양~영천 구간의 차로 확장 및 선형 보수 공사 간은 같은 주요 구간의 대대적인 공사는 도로의 조건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고 있다.

개성 가득, 경부고속도로의 휴게소

경부고속도로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데는 휴게소의 역할도 크다. 경부고속도로의 휴게소들은 그 역사가 오래 되었다. 그만큼 시설이 노후했는데, 2010년대 들어 본격적인 시설 개선을 통해 쾌적한 휴게소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지역의 특성과 주변 환경을 고려해 새로운 특징과 테마를 중심으로, 휴게소를 넘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경산휴게소 주차장 끝에는 조금 특이한 테마 공원이 있다. 휴게소 바로 옆에 위치한 고분들을 테마로 한 신상리 고분군 공원이다. 원삼국시대(기원~A.D.300년) 압독국의 지배자들의 묻혔을 것으로 여겨지는 고분군인데, 최근 인근에서 압독국 군주급 지배자의 무덤이 발굴되면서 고고학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신상리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들을 실제로 보관하여 전시하고 있어, 방학숙제의 명소이기도 하다. 취미 사진사들에게는 해 지는 풍경이 멋진 포인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경산휴게소에서 서울 방향으로 약 67km 떨어진 칠곡휴게소는 자율식당으로 유명하다. 간편음식에 질린 이들에게 여러 가지 반찬과 밥, 국이 조화된 한 끼로 인기가 높다. 최근엔 혼밥족들을 위한 특별 메뉴는 물론 나홀로족을 위한 좌석도 마련되어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방향의 칠곡휴게소는 1972년에 건설되었으며, 서울방향 칠곡휴게소는 1986년에 개장했으니 햇수로만 따지자면 무려 31~45년이 지났다. 그러나 시설 개선을 통해 꼭 들러야 할 휴게소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1인용 캡슐 수면실과 샤워실, 세탁실 등의 편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칠곡휴게소 자율식당

1971년 개장한 경부고속도로 ‘최고령’ 휴게소인 서울방향 추풍령 휴게소와 옥천휴게소 등도 새단장 중이다. 서울 방향 휴게소의 경우 건립 기념탑이 있는데, 기념탑보다도, 탑이 있는 위치에서 바라보는 산세와 풍경이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방향 출구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않고 나가면 추풍령 요금소를 지나 김천의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참고로 추풍령 요금소를 나서면 바로 김천 민속예술관이 있고, 3km 정도 더 가면 관광 명소인 추풍령역도 있다. 김천시의 특산물인 사과와 사과 가공식품을 구매하고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추풍령 휴게소 건립기념탑(왼쪽)과 기념탑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오른쪽)

충북 옥천군 조령리에 위치한 금강휴게소는 상행과 하행 휴게소가 모두 같은 곳에 있다. 매년 전망 좋은 휴게소를 꼽는 설문에서 최상위권에 랭크된다. 금강 휴게소 바로 옆의 유원지는 수상 스포츠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금강휴게소에서 계단을 통해 내려갈 수도 있다. 참고로 금강은 하도 유형이 매우 구불구불한 편인데, 내륙의 산 사이를 깊이 적시며 흐르다 대청호에 머무른 후 세종시와 공주 등을 지나 군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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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의 숨은 매력
금강휴게소 옆 유원지. 여름에는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레저 장소로도 유명하다

금강휴게소에서 약 5km를 더 가면 옥천 휴게소가 있다. 옥천휴게소는 갓 새단장을 마쳐 쾌적하다. 금강과 옥천휴게소는고속도로 휴게소 간의 간격 치고는 짧은데 붙어 있는데, 덕분에 연휴나 명절 때는 비교적 주차 공간이 협소한 금강 휴게소에 몰리는 사람들을 분산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입장휴게소는 지역특산물인 거봉포도라는 테마로 운영되는 곳이다. 국민평가 최우수 휴게소에도 선정된 바 있는 입장휴게소는 직원들이 직접 가꾸는 거봉포도 농장으로 유명하다. 수확시즌에는 휴게소 이용객이 직접 포도 따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참고로 서울 방향 입장 휴게소는 입구가 매우 길다. 그러나 주차장 입구는 급커브이므로 절대 서행해야 한다.

길이는 길어지고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경부고속도로는 부산의 금정구 구서동과 서울의 서초구 양재동을 잇고 있으며 연장 길이는 416km로, 국내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다. 재산가치는 11조원에 이른다. 그만큼 지리적인 여건과 운송능력, 가치가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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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의 숨은 매력
부산요금소 인근

하지만 경부고속도로는 고질적인 정체가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특히 주말 혹은 퇴근시간에는 주요분기점과 요금소 인근 정체가 심하며, 이것이 인근 도심 도로의 정체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이로 인해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제2 경부고속도로라 불리는 서울~세종 구간이 건설되고 있다. 최근 인구가 크게 늘어난 세종시 출퇴근 교통량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개통된 포천-구리 고속도로를 하행으로 연장해 세종시까지 연결할 예정이다. 완공 예정 연도는 2024년이다. 또한 제2 경부고속도로는 근미래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ICT(정보통신기술) 융합형 고속도로로 건설될 예정이다. 만약 이 고속도로가 완공될 경우, 서울에서 세종시까지는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포함해 총 3개의 대안이 생기는 셈이다.

경부고속도로는 전후 한국이 이룬 압축 성장의 속도에 ‘오버부스트’ 역할을 한 도로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물류 비용은 줄어들고 지역 간 교류도 늘어났다. 경부고속도로는 그 역사가 반세기를 바라보는 만큼 현재 활발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환경과 산업의 흐름 속에서, 경부고속도로는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도로로 진화해갈지 기대를 모은다.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