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40, 컴팩트한 ‘남친’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호성적을 기록한 자동차 제조사 및 브랜드들은 여성 출고 고객의 신규 유치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각 브랜드의 노력이 더욱 뜨거워지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물론 이런 전략은 타깃에 맞는 제품군을 가진 자동차 제조사에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볼보는 확실히 유리한 자리에 서 있으며, 2018년 6월 국내에 출시한 XC40은 볼보를 통해 매력적 ‘남친’으로서의 이미지를 다져가고 있다.

우리,
밝은 데서 좀 볼까?

XC40의 신차 출시 행사는 지난 6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물론 조명 배치는 자동차의 ‘때깔’에 유리했다. 그런 기억 속에 있는 XC40를, 아직 자외선이 쨍쨍하던 8월의 어느 날 대낮에 도로로 끌고 나왔다. 이 환한 낮에도 고유의 매력을 보일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자는 생각이었다.
볼보는 XC40의 마케팅에 ‘미니멀리즘’을 강조하고 있다. 갖출 것은 갖추되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없앴다는 뜻이다.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의 미니멀리즘적 표현은 미덕일까? 미니멀리즘 디자인이란 조형의 단순성과 간결함으로 정의된다. XC40의 외관이 지향하는 미니멀리즘은 시각적으로 눈길을 빼앗는 요소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차의 핵심적인 윤곽과 볼륨감에 시선을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쨍쨍한 조명 아래 드러난 오닉스 블랙 컬러의 XC40은 전체적으로 단정한 윤곽을 보였다. 특히 보닛 후드의 볼륨감은 멈춰 있을 때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주행 중 전측면에서 볼 때, 전장 대비 긴 휠베이스의 비율과 어울려 당당한 멋을 드러냈다.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부의 굴곡은 보닛 후드의 볼륨감과 시너지를 이룬다. 참고로 라디에이터 그릴은 XC40의 세 트림인 인스크립션, R-디자인, 모멘텀이 모두 다르다.
1, 2열 도어 하단부의 독특한 면처리는 기능적으로 선회 시 공기 저항의 최소화와 고속 주행 시 거동의 안정적 제어 등에 기여한다. XC60에 비해 측면 캐릭터 라인 처리가 심플하다. 4,425㎜의 아담한 전장 사이즈를 가진 차에 큰 과장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지 상태에서는 후측면이 눈길을 끈다. 테일게이트 상단부 윤곽을 따라 깔끔하게 다듬어진 측면과, 테일게이트 하단부를 가로지르는 수평의 요철이 단정하고도 여유로운 인상을 구현한다. 좌측 C 필러 상단에는 트림명인 ‘인스크립션’의 영문 표기가 기록되어 있다. 아무래도 SUV 유저라면 수납 등을 이유로, 오히려 전면부보다도 테일게이트 쪽을 보게 될 일이 많을 텐데, 매일 은근한 만족을 줄 수 있는 디자인임은 분명하다. 루프와 차체가 같은 컬러인 인스크립션이나 모멘텀이 다소 심심할 것 같다면 R-디자인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XC40의 인테리어 및 기능,
과연 미니멀한가?

자동차에 있어 인테리어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실내 디자인이 아니라 운전자가 직접 사용하는 도구의 모음이다. XC40은 이 도구들의 조합에 있어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시동 버튼의 위치는 XC60까지만 해도 지켜지던 전통적 자리 즉 센터콘솔을 포기하고 스티어링 컬럼 옆으로 자리잡았다.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중요한 가치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과감함은, 한편으로 볼보가 얼마나 유연해진 브랜드인지를 나타낸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세로형의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디자인적 면에서나 기능적 면에서, 볼보가 강조하는 미니멀리즘적 면모의 핵심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런 방식으로 기능을 숨겨두는 자동차들은 많지만 볼보처럼 해당 기능을 불러오는 것이 편리한 자동차는 드물다. 특히 드라이브 모드는 스크린 하단 왼쪽에 별도의 버튼으로 빼내 조작의 편의성이 두드러진다.

하만 카돈 스피커의 위치는 알맞다. 크지 않은 차체에 스피커를 집어넣으면서 NVH 조절이 쉽지 않았을 텐데 사운드의 명료함도 돋보인다. 특히 블루투스 연결 음색이 또렷한 것이 장점이다. 시승 중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블루투스 통화로도 목소리의 디테일한 특징이 세세하게 느껴졌다. 해당 지인은 여성지 기자 출신으로 마침 XC40의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1년의 대기기간쯤은 현재 보유한 차로 견디면 된다고 했을 정도니, 여성 운전자들의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다만 최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에 적용된 오레포스 크리스탈 기어노브가 과연 인테리어의 미니멀리즘적 가치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가죽으로 마감된 R-디자인이나 모멘텀의 기어노브 대비 특별히 그립감이 우수하다고도 할 수 없다. 볼보의 기어 레버는 토글 방식으로 각 단계를 하나하나 찾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반응이 기민하다고는 할 수 없는 레버인데, 손에 땀이 많은 사람이라면 크게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는 없는 사양이다.

눈은 즐겁고
몸은 편안한 시트

최근 유럽 제조사의 몇몇 차종들은 휠베이스가 길어지면서 페달 위치가 깊어진 나머지, 신장이 작은 운전자가 바른 운전 자세를 취하면 왼발이 살짝 뜨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안정적 조향 조작을 방해하고, 사고 시 충격 완화에 취약한 구조다. 그러나 XC40의 왼쪽 풋레스트 위치는 비교적 신장이 작은 여성들이 바른 운전자세를 취하더라도 편안하게 지지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여성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유럽인 대비 신장이 작은 아시아 남성들에게도 편안하다. 물론 허벅지 부분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길어 종아리 부분에 하중이 더 느껴지는 운전자들은 1열 좌석 쿠션 익스텐션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전방 시야는 넓다. 외부에서 느껴지는 볼륨감과 달리, 전면 윈드실드에서 보이는 보닛의 위치는 크게 높지 않아 전면 하부 시야 확보도 불편하지 않다. 도어 미러는 좌우 폭이 좁다는 단점이 있지만 야간에도 전후좌우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래도 시야 때문에 불안하다면 광시야각 도어 미러를 장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심한 듯 세심한
안전 기능의 손길

이 자동차가 여성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저속에서 조작 저항감이 적은 스티어링휠과 반자율주행 기능인 파일럿어시스트 Ⅱ 덕분이다. 우선 스티어링휠의 감각은, 저속에서 가볍기로 소문난 국내 제조사의 주요 차종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물론 새로운 플랫폼인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로 제작된 섀시는 자체 균형감이 우수해 주행 안정성을 유지한다. CMA 플랫폼의 섀시는 보론(붕소)강이 적용되어 있다. 참고로 보론강은 볼보와 협력관계에 있는 포드의 주요 차종에도 적용되어 왔다. 이를 토대로 XC40는 유럽과 미국에서의 신차 안전도 검사에서 완벽에 가까운 충돌 안전성까지 증명해낸 바 있다. 물론 이러한 강성을 실제로 확인할 기회는 없어야 할 것이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교차로 제동, 도로이탈 완화 등의 기능을 포함한 운전자 보조 기능이다. 여느 제조사의 ADAS와 능력이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악스럽지 않으면서 꼭 필요한 순간에 조금씩 개입한다. 예컨대 차로 유지 기능의 경우도, 이탈의 방지라는 개념보다는 완화에 가깝다. 작동 방법은 스티어링 휠의 우측 스포크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된다. 해당 버튼은 상하로 나뉘어 있으며 앞 차량이나 전망 사물과의 간격에 대한 감지 민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주행 시 손을 놓고 있어도 차로를 유지하지만, 지속 시간은 20초 미만이다. 즉 졸음운전 등 주의력이 극도로 부족해지는 상황에 대한 예방이다. 작용 속도 범위는 60~140km/h 수준이다.

부드러운 것이 좋아

XC40에는 직렬 4기통 2.0리터(1,969cc) 가솔린 터보 엔진인 T4가 장착된다. 최고 출력은 190hp(4,700rppm)에 달한다. 제원표상으로는 경쟁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GLA의 220(184hp)와 250(211hp) 사이다. 그러나 최고 출력 도달 엔진 회전수는 경쟁 차종들보다 낮다. 2.0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사용하는 렉서스의 NX300은 비슷한 엔진회전수에서 238hp 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XC40에는 그만의 길이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 자동차는 운전의 역동성이나 즐거움을 지향하는 자동차는 아니다. 1,400~4,000rpm에서 발휘하는 30.6kg∙m의 최대 토크는 특히 언덕길에서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연인이나 친구 간의 레저에도 좋고,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엄마들에게도 무리는 없다.

8단 기어트로닉의 변속은 어떤 모드에서든 부드럽다. 높은 연비를 보장할 수 없는 파워트레인이지만, 동급의 가솔린 SUV 중에는 비교적 준수한 10.3km/L의 복합연비를 발휘한다. 시내 도로와 신도시 주변 간선도로에서 측정한 실제 연비는 10.8km/L 수준이다. 에코 주행에서는 변속기가 무척 바쁘다. 특히 상향 변속이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이루어지는데, 클러스터의 오른쪽 게이지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실제 에너지 소모와 절약 구간을 나타낸다. 고성능 주행 모드에서는 30.6kg∙m의 최대 토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낮은 단에서 버텨 준다. 물론 DCT와 같은 킥다운에서의 명쾌함은 기대할 수 없지만 굳이 액셀러레이터를 짓이기지 않아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고속도로의 주행 상한 속도에 달한다. DCT 특유의 고효율과 역동성을 울컥거림으로 느끼는 운전자라면 XC40 쪽이 만족감이 높을 것이다.

볼보 XC40은 XC60에 이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자동차다. 볼보 각 차종의 약진은 호칸 사무엘손 CEO의 임기 연장에도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큰 변화는, 볼보가 보수적이고 딱딱한 차라는 이미지를 벗고 역동적인 삶을 원하는 젊은 도시인들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안에 상대적으로 미개척 타깃이었던 젊은 여성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분명 동급의 다른 자동차 대비 동력 성능은 부족하지만 일상의 편의성과 디자인의 완성도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자동차라 할 수 있다.

한명륜 기자
사진
한명륜,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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