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오픈에어링 (feat.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컨버터블의 계절은 봄과 가을에 한정되어 있다. 아니, 정확히는 대부분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오픈에어링을 즐길 줄 아는 이들은 한겨울에도 시원하게 톱을 개방하고 달린다. 생각 외로 전혀 춥지 않다. 기분 상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견딜 만하다. 온갖차는 수입차 시장의 대표적인 럭셔리 컨버터블이자, 최근 드라마 <운명과 분노>에서 차수현(소이현 분)의 차량으로 등장하는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로 이를 실험해보았다. 실제 온도계와 열화상 카메라 수치는 보너스다.

겨울철 오픈에어링,
해본 사람만이 아는 묘미

오픈에어링이란 컨버터블 차량의 루프를 열고 바람을 맞으며 주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오픈에어링은 청량감은 물론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개방감을 통해 무한한 쾌감과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컨버터블을 타 보지 않은 이들은 있어도, 한 번이라도 컨버터블의 매력을 즐겨 본 이들은 잊지 못하고 다시 컨버터블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오픈에어링은 비교적 연중 기온 변화가 적은 국가나 지역에 어울리며,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다수다. 특히 동절기에는 모터사이클 라이딩만큼이나 도전적인 일로 여겨진다. 과거 한 시트콤에서는 한겨울이 아닌 시기에 컨버터블에 동승한 극중 인물이 혼비백산한 채로 가방도 놓고 내리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컨버터블은 활용 시기가 제한된 차라는 인식이 있다.

틀린 인식은 아니다. 어쩌면 생고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심지어 겨울이 추운 국가에서도 겨울철 오픈에어링을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즉 기온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해외 유수 자동차 매체들은 겨울철 오픈에어링과 관련해 주의할 사항으로, 윈터타이어의 장착 유무, 톱의 청결 상태 등을 언급한 기사를 내놓는다. 이는 최소한 이러한 것만 지키면 별 건강의 문제 없이 동절기의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최근처럼 미세먼지가 심할 때 수도권이나 서쪽 지방에서 이를 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온갖차가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를 통해 동절기 오픈에어링을 시도한 시기에는 미세먼지가 적었지만 상대적으로 더 적은 강원도 쪽으로 행선지를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추워도 괜찮아,
그란 카브리오니까!

이번 겨울철 오픈에어링의 실험을 위해 준비한 차종은 브랜드가 곧 GT 장르 그 자체인 마세라티의 그란카브리오다. 많고 많은 컨버터블 중 왜 그란카브리오일까? 이는 톱을 오픈해도 실내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게 여겨지는 첨단 기능을 배제하고 말 그대로 오픈에어링 본연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물론 열선시트는 있다. 또한 히터 온도를 무려 31℃까지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열선 스티어링 휠이나 윈드 디플렉터, 넥 워머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차는 기왕 오픈에어링을 즐기려면 마음부터 열라는 듯하다.

솔직히 춥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옷깃을 어느 정도 여미고, 시동을 걸었을 때 호랑이의 그르렁거림과 같은 시동음을 들으니 추위는 어느 새 한발짝 물러났다. 그란카브리오는 최고 출력 460hp(7,000rpm), 최대 토크 53kg·m(4,750rpm)를 발휘하는 V8 4.7리터(4,691cc)엔진을 탑재했다. 여러 고성능차량들 대비 특별히 뛰어난 수치는 아니지만,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자연흡기 V8 엔진이다.

무엇보다 이 엔진의 장점은 작곡가와 피아니스트 등이 참여해 조율한 배기 사운드다. 노멀 모드가 비교적 점잖은 서주라면 스포츠 모드는 힘차고 웅장한 관악 중심의 절정부라 할 수 있다. 굳이 급가속을 하지 않아도 기분 좋게 들리는 배기음은 운전자의 입꼬리가 귀에 걸리게 만든다. 적어도 한동안은 꿈에서도 이 소리를 들을 것 같다. 동력 성능은 더 우수하다지만 바람 빠진 듯한 V8 터보 엔진의 배기 사운드와는 비교할 수 없다.

ZF 6단 자동변속기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스포츠카에는 6단 이상의 변속기가 필요 없다고 부르짖는 정통주의자들의 외침을 이해할 만하다. 6단 자동변속기는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줄 때마다 가능한 최저 단수로 변속한다. 때로는 회전계가 레드존(7,500rpm)에 가까운 7,000rpm까지 높아질 때도 있다. 이 때의 배기 사운드는 터널 진입 시 운전자로 하여금 습관적으로 킥다운을 시도하게 만든다. 각 단의 기어비 폭이 넓은 까닭에 변속이 특별히 느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패들 시프트를 이용한 변속 시에도 토크컨버터로서는 상당히 기민한 변속감을 전한다.

열화상 카메라로 보는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한겨울, 강원도 원주로
오픈에어링을 떠나다

이러한 자동차와 떠나는 여행은 목적지가 그 어디든 즐거울 것이다. 하지만 톱을 연 채 고속도로를 110km/h로 주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바람도 바람이지만 안전상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동절기 오픈에어링은 위험의 체험이 목적이 아니었다. 따라서 겨울철 오픈에어링의 코스는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까지의 62km거리 국도로 설정했다.  1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다. 

측정 당시 외기 온도는 영하 2~영상 1℃를 기록했다. 다만 해발 고도가 높은 뮤지엄 산의 지리적 특성상 체감온도는 더욱 춥게 느껴질 수 있다. 뮤지엄 산을 찾은 이유는 동절기 오픈에어링을 즐기는 데 있어서의 일종의 마음가짐을 다지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뮤지엄 산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권투 선수, 트럭 운전 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그가 지은 교회 건축물 중에는 벽의 틈으로 십자가를 구현해 실내에서도 자연의 바람을 그대로 맞이하게 된 곳도 있다. 때로 겸허하게 바람을 맞아보는 것도 모빌리티의 고마움을 상기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겨울철 오픈에어링 시 탑승 공간의 온도 환경은 세 가지 상황을 통해 비교하고자 했다. 첫 번째는 톱을 닫고 히터를 켜는 것, 두 번째는 톱을 열고 히터를 켜는 것, 세 번째는 톱을 열고 히터를 끄는 것이다. 이를 1, 2열에 설치한 온도계로 실내 온도를, 열화상 카메라로 운전자의 체온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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