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볼보의 인기가도는 차종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3월 5일 출시 행사를 진행한 볼보의 V60 크로스컨트리는 한국 시장에서 인기 없는 왜건에 가까운 유형임에도 선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다. 이 정도면 아이언 마크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가 그만큼 올라간 셈이다. 볼보코리아 측은 이런 여세를 몰아, 볼보의 브랜드 철학을 시장과 미디어 소통의 중요한 테마로 잡았다. 지난 3월 14일, 충북 제천과 강원도 영월 일대에서 진행된 V60 크로스컨트리 미디어 시승회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법적 휴가기간이 5주인 스웨덴,
크로스컨트리의 철학
스웨덴은 법적 휴가 기간이 연간 5주나 된다. 혹독한 겨울 때문이다. 이 때 가족과 함께 레저 활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험로에서 안정적 주행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가족이 안락하게 탈 만한 승차감을 가진 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왜건인 V 시리즈의 지상고를 높이고 4륜 구동 방식을 택한 크로스컨트리는 볼보뿐만 아니라 스웨덴 사람들의 자동차 생활문화를 대표하는 자동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볼보 크로스컨트리의 철학이 한국에도 통할 것인가? 3월 5일 공식 출시 행사 후 사전 계약으로 나타난 관심만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볼보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관심, 그리고 상위 트림의 가격이 채 6,000만 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XC60의 대기 수요가 빠져나온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와 경로이건, 레저 산업의 성장세와 레저 관련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상향 평준화는 크로스컨트리에는 청신호다. 볼보 측은 V60 크로스컨트리가 가진 이런 상징성을 고려하여 행사 역시 충북 제천시의 산 깊숙이 위치한 리솜 포레스트 일대에서 미디어 행사를 가졌다. 참고로 리솜 포레스트는 산사면의 절삭을 최소화하고 산세를 해치지 않기 위해 숲을 사이에 두고 객실동을 분산 배치한 친환경적 리조트다. 환경보호와 관련된 CSR 활동에 전세계적으로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볼보의 가치와도 잘 맞는 장소 선택이었다.
안락한 2열 좌석,
웃으며 넘은 박달재
차량은 5,280만 원의 모멘텀 트림과 5,890만 원의 상위 트림 PRO 모두를 활용했다. 참여한 기자 및 미디어 관계자들이 두 트림을 번갈아 타는 방식이었다. 파워트레인은 모두 최고 출력 250hp(254ps, 5,500rpm), 최대 토크 35.7kg∙m(1,500~4,800rpm)의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인 T5가 적용됐으며, 8단 자동변속기와 파워트레인을 이룬다. 주행 모드는 기본적으로 에코, 컴포트, 스포츠 모드가 있는데 볼보는 모드 간 가속 페달에 대한 스로틀 반응과 엔진회전수, 변속단 교체 타이밍 등의 구분이 확연한 편이다. 구동 레이아웃은 가로배치 엔진 기반 4륜 구동이다.
한 차량 당 복수 매체가 시승하는 관계로 먼저 후석에 앉아보았다. 사실 시승을 하다 보면 흔히 놓치게 되는 것이 2열 탑승자의 입장이기에 좋은 기회였다. 첫 코스는 KBS 가요무대 가창 횟수 1위의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노래로 유명한 중부 내륙의 명 와인딩 코스인 박달재였다. 해발고도 약 450미터로 고도는 높지 않지만 10% 이상의 경사 이후 바로 이어지는 블라인드 코너인데가 전날 눈이 내려 염화칼슘을 뿌린 흔적이 있었다. 기온은 10℃ 정도였으나, 바람이 거셌고 응달진 곳은 노면 온도가 낮을 터였다.
물론 마찰력을 놓칠 걱정은 없었다. 유명 드라이버들이 운전하기야 했겠지만 이 자동차는 전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눈길 주행 체험까지 사고 없이 끝낸 바 있다. 고속 선회 시에 하중의 이동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후미 좌우측으로 무게가 쏠린다기보다는 좌석이 있는 쪽 전체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몸을 단단하면서도 안락하게 잡아주는 시트도 안정감을 더했다. 시트의 착좌감과 가죽의 감촉은 아무래도 상위 트림인 PRO 쪽이 우수했다. 또한 공조장치 제어 시스템 등 상위 트림다운 편의장비가 돋보였다.
여기에 충분한 행정 거리를 가진 댐퍼가 불필요한 충격은 걸러내주었다. 1열에 탄 타 매체 기자들의 신장이 작지 않았으나 2열 레그룸도 여유로웠다. 다만 SUV 대비 낮은 차체를 기반으로 4륜 구동 시스템을 구현하다보니 구동축이 지나가는 가운데 부분은 거의 활용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는 있다.
절묘한 포지션,
적절한 동력 성능의 T5 엔진
V60 크로스컨트리에 적용된 T5는 포지셔닝이 절묘하다. 상위 기종인 V90 크로스컨트리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출력을 내지만 60 클러스터에 속해 있는 S60의 T5보다는 출력이 높다. 아우디의 올로드나 A6 아반트 등이 들어올 계획이 요원한 상태에서, 협소하지만 이러한 왜건 기반 크로스오버 차량으로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큰 경쟁자가 없다.
최대 토크 영역이 높은 엔진회전수까지 뻗어 있다. 1,840kg에 달하는 공차 중량을 감안했을 때 순발력 있는 가속을 구현하는 것도 이 덕분이다. 다만 가속력을 충분히 느끼려면 최소 컴포트 모드 이상을 활용해야 한다. 볼보는 에코 모드와 컴포트, 스포트 모드에서의 가속 페달에 대한 반응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까닭이다. 모드를 바꾸는 동작은 시동 다이얼 아래 다이얼과 화면 터치의 두 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지는데, 버튼 조작만으로 바뀌는 시스템에 비하면 다소 시선 분산을 피할 수 없다. 이는 볼보 차량에서의 공통된 특징이므로 단점이라기보다 유저가 적응할 사안이다.
볼보의 8단 자동변속기보다는 기민한 응답성보다는 내구성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다. 킥다운 등에 대한 기민한 반응은 크게 기대한 부분은 아니었다. 현재 볼보의 가치는 강하고 빠르게 달리기보다는, 적절한 동력성능을 구현하는 가운데도 환경 영향, 사고 위험 최소화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재미보다는 안전,
V60 크로스컨트리의 조향과 제동
사실 미디어 시승은 운전자로 하여금 극한의 조작을 할 만한 기회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일정에 맞춰 차량들이 대열로 달리는 데다 어느 정도 참가한 미디어 관계자들은 서로를 배려하며 달리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운전자의 입장에서 크로스컨트리만의 조향적 장점을 느껴 볼 기회는 다소 적어 아쉬웠다.
제동력의 구현은 제조사마다 그리고 차량마다 조금씩 다르다. V60 크로스컨트리의 경우, 4륜 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지만 험로에서 브레이크 페달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오히려 안전하지 못하다는 개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인 온 로드에서의 고속 주행에는 이러한 점이 다소 당황스러운 순간도 있다. 속력이 생각만큼 줄어들지 않아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으면 갑자기 급정지 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물론 급격한 노즈 다운 같은 현상은 없는데, 이는 순간적인 압력 변화에 대응하는 댐퍼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손상된 도로가 많은 시승 구간의 특성 상,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마찰력에 대한 시험을 받으면서도 크게 조향 조작에 부담이 없었다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조향 조작의 최종적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너클을 크로스컨트리 전용 부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볼보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부품 자체는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영역보다 오랜 기간 차를 이용하면서 알게 되는 내구성 등에 관한 부분이기도 해, 조향 시의 현상을 이와 직접 연결지어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참고로 볼보의 첨단 ADAS 시스템인 인텔리세이프Ⅱ에는 전방에 갑작스런 장애물이나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급정거보다 회피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이러한 메시지를 계기반에 표시한다. 즉 제동과 조향의 제어를 동시에 보조하는 것이다. 물론 시승 중에는 이 메시지를 볼 일이 없었다. 향후 이 차를 구매하는 운전자들도 해당 기능을 경험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한편 볼보 차종들의 또 다른 장점은 NVH 성능과 오디오의 조화다. 그러나 미디어 시승에서는 무전 등으로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파 및 공유된다. 따라서 V60 크로스컨트리의 NVH 및 오디오 성능에 대해서는 추후 시승차량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일과 삶의 균형 개념의 확산을 중심으로 레저, 여가 문화가 활성화되는 한편 관련 산업의 시장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는 SUV이다. 그러나 뻔한 SUV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담은 레저용 차량을 원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V60 크로스컨트리가 독특한 존재감을 기반으로 볼보의 전략에 힘을 더할지 주목해볼 만하다.
글
한명륜 기자
사진제공
볼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