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7일, 지프(Jeep)가 올 뉴 랭글러 풀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한 라인업은 2도어 모델인 스포츠와 루비콘, 4도어 모델인 스포츠, 루비콘, 루비콘 파워탑, 그리고 오버랜드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세 번째 랭글러인 오버랜드는 랭글러에서 ‘최고’들만 모아놓은 지프 프리미엄의 완결판이다.
오프로드 마스터 랭글러, 온로드를 탐하다
디자인에 있어, 그리고 루비콘, 사하라와 같이 세부 모델에 있어 확실한 존재감과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던 지프가 공개한 오버랜드는 한마디로 오프로드 DNA를 갖고 있는 온로드 겸용 SUV다. 참고로 오버랜드는 지프의 전신인 윌리스 오버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으로, 지프의 자존심을 담고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패밀리카로 랭글러를 구입하기 부담스럽던 소비자들을 위해 지프가 준비한 의미 있는 선물인 셈이다.
때문에 랭글러 오버랜드는 출고 타이어부터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를 장착한 루비콘 모델과 차별화되는 도심형 SUV에 사용되는 브리지스톤의 듀얼러를 장착했다. 또한 제동 보조 시스템이 적용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충돌 경보와 같은 안전사양부터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등 편의사양도 대거 탑재했다.
이 같은 사양들은 요즘 출시되는 신차들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오프로드를 위한 차량으로 유명한 랭글러 모델에 적용됐다는 것은 랭글러도 본격적으로 온로드 시장을 탐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셀렉–트랙 풀타임 4륜 구동 시스템을 통해 여전히 오프로드에서도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이전 모델에 비해 온로드 주행 시 승차감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랭글러는 오프로드 마스터
시승이 이루어진 코스는 서울 세종문화회관부터 경기도 양주의 한 카페까지로 도심 주행 코스부터, 도시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고속 주행 코스, 양주 부근 와인딩 코스까지, 랭글러 운전자들이 주로 주행하는 영역을 모두 반영했다. 그리고 시승 중간에는 구조물을 통해 오프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마련해, 랭글러의 강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랭글러 오버랜드 역시 도심과, 고속 영역에서 지금까지의 랭글러와 다른, 편안한 주행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와인딩 도로와 오프로드에서는 본연 랭글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히 오프로드 중에서도 험한 암석 지형을 주행할 때 네 바퀴가 모두 지면에 닿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유연성이 극대화 된 서스펜션 구조와 개별 바퀴가 상하로 따로 움직일 수 있는 액슬 아티큘레이션을 통해 마찰력 확보 성능을 극대화 했다.
특히 부변속기를 이용한 4륜 로우 기어를 통한 험로 탈출 능력은 랭글러 오버랜드의 핵심이자 지프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일반적인 승용차나 2륜 구동 차량의 경우라면 휠 스핀을 일으킬 진흙길이나 모랫길 등에서도 4륜 저단 로우 기어로 변환 시, 전륜 한 바퀴의 힘만으로 장애 상황을 쉽게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 뉴 랭글러 오버랜드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68hp, 최대토크 40.8㎏·m를 8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구동 휠에 전달한다. 참고로 해당 엔진은 올 뉴 랭글러에 새롭게 탑재된 엔진으로, 지난 세대에서 3.6리터 엔진으로 최고출력 284hp를 발휘했던 것에 비해 비슷한 출력을 발휘하면서도 복합연비 9.0km/L라는 큰 발전을 이뤄냈다.
지프와 함께하는 오픈에어링, 올 뉴 랭글러 오버랜드
랭글러가 기타 SUV와 차별화된 기능은 루프부터 도어까지 모두 분리가 가능한 차라는 점이다. 이는 오프로드 주행 시 보다 짜릿한 쾌감을 선사해줄 뿐만 아니라, 주변 지형을 파악하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그 동안 이러한 장점이 곧 랭글러의 단점이 되기도 했다. 일상 생활에서 기분에 따라 루프를 분리하기에는 ‘귀차니즘’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뉴 랭글러의 6가지 라인업 중 ‘파워탑’트림에는 최고 시속 80km에서도 2열까지 완전 오픈이 가능한 원터치 방식의 전동식 소프트탑이 탑재되어 있다. 차체의 구조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속 주행시에도 이와 같은 개방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이전 모델에 비해 오픈에어링의 과정이 훨씬 간소화되었다. 이러한 ‘파워탑’ 기능은 오버랜드 트림에 하드탑으로 기본 적용됐다.
오버랜드 트림에 탑재된 프리탑 모듈러 하드탑은 모두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으며 매우 가벼워 탈착이 편리하다. 또한 주행 상황에 따라 앞 부분 두개의 패널만 분리할 수도 있어 도심에서나 오프로드에서나 시원하고 간편하게 오픈 에어링이 가능해졌다. 거친 상남자에게 허락됐던 오프로드 마스터로서의 랭글러가 패밀리맨을 위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랭글러는 마니아층이 확실한 하나의 브랜드이며 FCA의 판매를 이끄는 살림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마니아 지향성이 강한 자동차인 만큼 자동차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기 어려운 차종이다. 또한 도심형 SUV의 컬러를 더한 랭글러 오버랜드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승용 지향의 SUV를 생각한다면 승차감에 있어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랭글러의 존재감을 알고 구매하는 운전자라면 그 정도쯤은 모두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글
양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