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운전 좀 아는 언니의 컴팩트 SUV

시트로엥은 2019년까지 100년 간, 역사에 남을 차종들과 함께 다양한 특허 기술들로 자동차 역사 발전을 견인한 브랜드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 입지가 넓은 것은 아니다. 본고장인 유럽과의 자동차 문화 차이, 주로 C 세그먼트 이하에 집중되어 있는 차량 포트폴리오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러나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시트로엥의 존재 이유는 엄청난 판매고가 아니라, 개성 있는 디자인과 색다른 운전 감각을 원하는 이들에게 믿을 만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데 있다. 온갖차는 유럽 시장의 인기 차종이자 국내에서도 의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C3 에어크로스를 만나보았다.

꿈틀대는 역동성,
모범적인 연비

C3 에어크로스는 유럽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해치백 C3의 SUV 버전이다. 파워트레인은 1.5리터(1,499cc) 블루 H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인 EAT6가 적용되어 있다. 최고 출력은 120ps(3,750rpm), 최대 토크는 30.6kg∙m(1,750rpm) 수준이다. 뉴 C4 칵투스와 동일한 구성이다.

하지만 전하는 감각은 다르다. 뉴 C4 칵투스도 페이스리프트 이전 대비 스포티해졌다고 생각했는데, C3 에어크로스 쪽이 보다 역동적이었다. 시승 후 마케팅 담당자가 변속기 감각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왔는데, 이유인즉슨 유저들 중 과거 싱글 클러치 기반이던 ETG6가 아니냐고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작 ETG6를 적용했다가 EAT6로 바꾼 뉴 C4 칵투스의 경우에도 없었던 문의인데, 그만큼 직결감이 강하다는 의미다. 아이신과 푸조는 협업을 통해 변속기 유닛을 경량화하고 부피도 작게 만드는 데 집중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생긴 개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변속시점은 평균 60km/h 내외의 도심 구간 주행 기준으로 1,800~2,000rpm 사이인데, 50km 정속 주행 기준으로 4단에 1,500rpm을 유지한다. 하지만 엔진회전수가 조금만 떨어져도 바로 하향 변속이 일어난다. 최대 토크 영역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성향이 그만큼 강하다. 4단 이하 단수에서 변속 직결감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엔진의 성향과 맞물려 이것이 일부 운전자에게는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저속 오르막길 주행이나 가속에서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공차중량이 뉴 C4 칵투스보다 110kg 정도 무거운 1,375kg에 달하지만 이 차의 파워트레인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70km/h 정도에서는 5단이고 90km/h에 가서야 6단에 이른다. 타 제조사 차종들과 달리 에코 모드에서는 페달을 살짝 깊이 밟아도 하향 변속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킥다운 효과를 보려면 기어박스 앞에 있는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90km/h 정도의 속력으로 정속 주행을 하다가 재빠른 추월 가속이 필요할 때 이 모드를 사용하면 4단까지 하향 변속이 일어나고 그 다음에는 약 4,000rpm 이상에서 변속이 일어난다. 부족함 없는 가속 성능이다.

다만 고속 주행 시 상향 변속 후 회전수를 툭 떨어뜨려 크루징을 하는 맛은 느끼기 어렵다. 또한 최대토크 구간에 머무르려는 성향이 큰 까닭에  크루즈 컨트롤 시에도 엔진회전수가 약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고속 주행 시 연료 소모량은 100km당 4.8~5.1L, 환산하면 20km/L 내외의 연비를 기록한다. 아쉬움 없는 수준이다. 혼잡한 도심과 고속도로를 번갈아 주행해, 평균 속력이 32km/h 내외가 되었을 때도 100km당 연료소모량은 5.4리터 정도로, 18km/L에 달한다. 제원상 연비를 크게 웃돈다.

2열 창문 내려갑니다,
차양막도 있습니다

C3 에어크로스는 개소세 인하가 기준으로 2,925만 원의 필 트림과 17인치 휠과 파노라믹 선루프,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 그립컨트롤과 내리막길 주행보조장치, 스마트키 3,153만 원의 샤인 트림으로 나뉜다. 샤인 트림의 경우, 센터페시아 공조기 하단 가운데 어드밴스드 그립 컨트롤 레버가 있고 좌우로 각각 시동 버튼, 내리막길 주행보조 장치 버튼이 있다. 참고로 이 장치는 최저 3km/h의 속력까지 작동한다. 수동 키를 선택할 경우 시동 버튼 자리에 내리막길 주행보조 장치 버튼이 적용된다.
아마도 시트로엥의 영업사원들은 C3 에어크로스의 2열 창문이 내려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대답은 ‘예’이다. 최근에는 유럽의 젊은이들도 과거보다 다소 편의 사양 등이 적용된 차를 선호하는 까닭에 2열 선쉐이드 등도 추가되어 있다.

샤인 트림에서는 옵션으로 컴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과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된다.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대체할 수 있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운전 좀 아는 언니의 컴팩트 SUV
사진 제공 시트로엥 코리아

다만 주행보조 시스템은 귀찮을 정도로 개입해 직진 중에서 스티어링 휠이 까딱까딱  움직이는 국산 소형차들과는 다소 다르다. 스티어링 휠의 안정성은 시트로엥을 포함한 PSA의 오랜 트레이드마크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주차 보조 시스템도 적용된다. 다만 후진 주차 시 스크린에 보이는 화면의 해상도가 다소 떨어진다.  편의사양으로 승부하는 일부 국산 소형차만큼 또렷하지 않다. 대신 도어 미러의 좌우 시야감과 룸미러에 비치는 영상의 조화가 좋다. 때문에 초보운전자보다 어느 정도 차폭에 대한 감각이 있는 운전자에게 어울리는 자동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숨은 장점이 많다. 창을 열고 주행할 때 실내 유입되는 주행풍으로 인한 와류가 극히 적다. 타 제조사 소형 SUV의 경우, 창을 열고 60~70km/h 정도로만 주행해도 2열 시트 뒤쪽의 트렁크 칸막이가 심하게 떨리는 경우가 있다. 주행풍이 그 위로 지나가면서 불필요한 양력이 생기는 탓인데, C3 에어크로스에서는 여기에 여러 개의 홈이 나 있다. 이것이 외부 주행 풍 유입 시, 이 위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양력을 막아주고 떨림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어를 열었을 때 힌지 부분이나 B필러, 테일게이트 힌지 부분의 도색 마감도 깔끔하다. PSA 차량들은 고급 소재를 애써 적용하진 않아도 일단 적용한 소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마무리를 잘 이뤄져 있다. 돈 들인 ‘티’가 나는 곳에 보이는 장점이 아니다 보니 마케팅 입장에서는 다소 언급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토션 빔이 뭐가 나쁜가요?

시트로엥을 비롯해 PSA 그룹 차량들의 장점으로안정적인 하체와 우수한 조향 감각 등을 꼽는 것은 클리셰에 가깝다. 그러나 이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한 차종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두드러진다. 전장 4,160㎜, 휠베이스 2,605㎜로 동급 차량에서는 휠베이스가 긴 편이다. 요즘 차량들의 디자인과 달리 휠센터와 대시 간의 거리가 다소 짧은데 이를 통해 캐빈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 했다. 시승한 차량에는 단면폭 215㎜, 편평비 50%의 17인치 휠이 적용된다. 전륜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은 토션 빔이다.

FF 레이아웃의 자동차에서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에 대한 오해가 시장에 만연해 있다. 물론 후륜의 토션빔 서스펜션은 분명 150km/h 정도의 고속 주행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C3 에어크로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세로 그루브가 있는 콘크리트 고속도로에서는 골을 타며 후륜이 좌우로 조금씩 떨린다. 하지만 구동륜인 전륜은 어떤 상황에서도 견고하다. 온갖차는 지난 7월, 시트로엥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차령 평균 60년의 시트로엥 2CV가 120km/h 이상의 속력으로 무리 없이 달리는 것을 직접 보고 왔다. 작은 차에서는 조향을 위해 하체에서 불필요한 관성 모멘트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시트로엥의 섀시 철학은 하루 이틀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C3 에어크로스의 후륜에도 그러한 철학이 녹아 있다.
시트포지션과 지상고가 어느 정도 높은 SUV를 지향하지만 선회 구간에서 롤링도 적다. 통상 50km/h 정도의 속력으로 달리는 고속도로 진입∙진출로 구간에서 이러한 역량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다만 C4 칵투스만큼 부드러운 느낌은 아니다. 주행 시 턱을 조우할 때도 C4 칵투스보다는 다소 딱딱하게 반응한다.

제동력은 이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고속, 저속에서 모두 안정적이고, 급히 속력을 줄일 때도 코를 앞으로 박는 듯한 촌스런 동작이 아니라 차량 자체가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을 준다. 역시 기본기로 승부하는 제조사답다.
시트로엥은 7월 한 달 간 전월 대비 1.5배 정도의 판매량 신장을 기록했고, 여기에는 C3 에어크로스도 크게 기여했다. 물론 일본차 불매 운동의 반사 영향이 있겠지만, 타국 브랜드이면서도 그 이익을 전혀 보지 못한 제조사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트로엥이라는 브랜드가 좀 더 사람들에게 강하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브랜드 자체로서는 나치에 저항하며 차량을 숨겼던 스토리 등도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살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좀 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적합한 운전자들을 타깃으로 삼는 마케팅 전략이다. 초보 운전자보다는 뻔한 차량에 질린, 일상에서의 역동성을 바라는 이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 대상의 차량 체험 행사가 다소 부담된다면, 미디어와 일반인 참가자를 짝지어 함께 차량을 경험하게 하는 이벤트도 해당 차량의 가치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글·사진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