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V8 협주, 그란카브리오&르반떼 GTS

각기 다른 엔진과 과급방식, 회전수, 배기라인은 자동차마다 고유의 목소리와 개성을 갖게 한다. 특히 V8 이상의 엔진과 자연흡기의 조화는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고성능 자연흡기 엔진은 밀도 높은 배기음만큼이나 가득 찬 배출가스를 토해냈고, 환경과 소음 규제 기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대안인 다운사이징 터보차저 엔진은 위를 줄인 덕분에 다이어트 효과가 확실했고, 자연흡기 엔진은 더 이상 터보차저를 이겨먹지못하게 됐다.
 
문제는 사운드다. 성능을 대가로 악마와 계약이라도 한 듯, 듣기 좋은 소음을 내던 자동차들이 점차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 믿었던 AMG V8 6.2리터 엔진의 중저음마저 반쯤 분해되어 걸걸해진 지 오래다. 믿을 건 마세라티뿐이다.

이태리 배기음 맛집 MASERATI, 100년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

마세라티의 배기음에 엔진 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들이 참여한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덕분에 배기음하면 마세라티부터 떠오를 만큼 수많은 슈퍼카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는다. 이러한 명성의 기반이 된 엔진은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마세라티의 V8 자연흡기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고성능 자동차 시장은 자연스레 터보차저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 마세라티도 이러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콰트로포르테 GTS, 르반떼 GTS, 르반떼 트로페오 등의 고성능 버전에 V8 3.8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들의 배기음은 여전히 매력적일까?

피는 못 속인다! 마세라티 순수 혈통 르반떼 GTS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르반떼 GTS의 사운드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픽업을 위해 전시장을 찾았을 때에도 그란카브리오는 제쳐두고 먼저 르반떼 GTS에 올랐다. 하지만 옆에서 그란카브리오가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출발 준비를 알렸음에도 르반떼 GTS는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었다. 시동 버튼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자연스레 스티어링 휠의 오른쪽부터 탐색했고, 센터페시아, 기어레버 주변을 훑어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티어링 휠의 왼쪽을 살펴보니 반가운 버튼이 보였다. 우측에서 키를 돌려 시동을 거는 그란카브리오의 아날로그 감성은 없어졌지만, 과거 모터스포츠 DNA를 다시금 살린 듯하다.

왼손으로 르반떼 GTS의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사운드는 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란카브리오의 배기음이 너무 커서 르반떼 GTS의 사운드가 묻혔다. 이에 질세라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으나 역시 자연흡기 스포츠카의 목청은 꺾지 못했다.

도로로 나와 그란카브리오와 멀찍이 떨어지면서 비로소 르반떼 GTS의 사운드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회전 영역에서 V8 엔진은 특유의 울림이 느껴졌고, 실내로 나지막하게 유입됐다.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이중 접합 차음 유리로 인한 높은 정숙성 때문일까? 아니면 마세라티도 터보차저의 흡입력을 이기지 못한 것일까?

, 이게 아닌데하는 마음에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아봤다. 순식간에 르반떼의 앞머리가 들렸고, 이내 머리 위에 떠있던 물음표는 느낌표로 돌변했다. 머릿속에 배기음 생각은 온데간데 없고 너무 빠른 가속력에 전방 교통 상황만 집중해야 했다. 분명 공차중량 2.3톤이라는 제원표를 봤는데, 총중량을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무리 무게가 무거워도 550ps라는 최고 출력은 우습게 볼 숫자가 아닌 듯하다.

마음을 가다듬고 회전계를 서서히 올려가며 다시 청음에 몰두했다. 그런데 3,000rpm을 넘어가자 익숙한 사운드가 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그란카브리오에서 듣던 엔진음이다. 그란카브리오와 르반떼 GTS의 엔진 중 수치상 동일한 부분은 실린더의 개수와 90°라는 뱅크각뿐이다. 굳이 하나 더 꼽자면 출신지도 같다는 것. 그럼에도 분명 V8 3.8리터(3,799cc) 트윈터보 엔진의 회전질감과 엔진음은 그란카브리오의 V8 4.7리터(4,691cc) 자연흡기 엔진과 매우 유사했다.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다. 마세라티는 마세라티다.

0초 이동
0초 이동
광고 후 계속됩니다.


01:45


00:00


01:45


00:00

nextVideoPoster
다음 동영상
title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