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AMG A45 4매틱+에 대한 평가는 조금 갈렸다. 기존 ‘핫해치’를 표방하는 차종들을 가볍게 누르는 남다른 파워를 갖고 있지만 AMG의 일원으로 합당하냐는 시선도 있었다. 특히 기본이 되는 A 클래스의 존재감과 4륜 구동이라지만 가로 배치의 구동 레이아웃 ‘혈통’의 순수성을 의심받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A 클래스를 자신들만의 것으로 소화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AMG에서도 A의 성공적인 변신을 구현했다. 특히 볼트 하나까지 다르다는 엔진의 ‘포켓 로켓’ AMG 45 4매틱 플러스는 장르와 레이아웃의 경계조차 지우고 진짜 AMG 가문에 ‘입적’을 허락받았다. 그 혈통의 힘은 물론 서킷에서 진가를 드러내는 만큼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이를 직접 맛보았다.
뒤로 돌리면 더 강해진다?
“솔직히 이전 세대 엔진과 같은 엔진 아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볼트 하나 이전과 같은 게 없다고 하더군요. 화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조동현 트레이너가 아팔터바흐의 AMG 연구개발 담당자와 나눴다는 이야기다. 기존 엔진 역시 최고 출력 381PS, 최대 토크 48.4KG・M를 발휘했는데 신형 M139 엔진의 최고 출력이 387PS, 최대 토크가 48.9KG・M정도이니 그럴 만했다. 최고 출력도 6,500RPM으로 엔진회전수가 500RPM 높아졌다. 애프터마켓을 통해 약간의 소프트웨어 변경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변화다.
메르세데스 AMG가 이 엔진에 주안점을 둔 부분은 안정적 고성능으로 보인다. M139 엔진은 터보차저와 배기 계통의 즉각적 냉각을 위해 구조를 ‘뒤로’ 돌렸다. 즉 주행 중 유입되는 공기를 통해 즉각적 냉각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터보차저의 냉각을 엔진오일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내구성과 유지 효율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 터빈의 볼 베어링도 더 높은 열과 토크를 견딜 수 있는 V8 엔진과 동일한 것으로 바뀌었다. 서킷 주행과 같은 지속적 고회전 가혹 주행에도 메리트다.
트랙 초심자에게도 쉽고 친절한
포켓 로켓
서킷 주행은 인스트럭터와의 2랩 주행에 본격 주행 4회로 진행됐다. 이 직전에 탄 차종은, 2019년 10월 트랙 체험 때 타 본 GT4도어 쿠페였다. 오랜만에 타 본 트랙이어서 제동 시점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다소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데, 주행 순서는 인스트럭터 바로 뒤 차량이었다. 이 순서 차량은 대열 주행 시 전체 페이스를 조절하기도 한다. 부담감까지 더해진 상황이었다.
서킷을 자주 타지 않는 일반인들이 굴곡이 심한 서킷에서 고성능 차량을 제어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특히 토크와 출력이 강한 차들은 급선회 시 가속 없이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이븐 스로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몸이 흔들려 가속 페달을 잘못 건드리면 순간순간 바퀴가 헛돌 수도 있다. 모터스포츠 드라이버들이 강인한 체력 훈련과 코어 근육 강화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부담감은 AMG 스피드웨이의 교량 하단 구간까지의 가속 후 오르막 헤어핀을 통과하면서 사라졌다. 스로틀 조절과 조향 조작 등 모든 것이 너무 쉬웠다. 물론 GT4 도어의 배기음이나 구동음이 훨씬 크지만 차량 안으로 들리는 소리는 A45 4매틱+쪽이 좀 더 극적이었다. 가속과 코너를 앞둔 감속에서의 다운시프트 시 들리는 하이 톤의 구동음은 좀 더 귀엽고 젊은 감각이었다. AMG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다소 저렴한 느낌의 변속 레버는 스포티한 퍼포먼스에 녹아드니 애교로 볼 수 있었다.
휠베이스가 2,729MM에 달하는데 거의 과거 D세그먼트급이다. 게다가 전륜 구동 기반 4륜 구동, 후미 와류의 영향이 클수밖에 없는 해치백, 어느 하나 트랙에서의 고속 코너링에 유리할 것 없는 제원이다. 그러나 그런 제약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AMG의 4매틱+ 시스템의 마찰력 조절 능력은 구동 방식과 주행 특성의 경계를 허물려 한다.
단 네 번의 트랙 주행으로 서스펜션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우선 제원상은 전륜 주파수 감응형 쇼크 업소버가 적용된 스트럿 타입, 후륜은 4링크다. 경사가 심한 코너에서 강한 하중을 받아내야 하는 전륜 외측의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스티어링휠 조작은 쉬웠다. 다만 부하가 누적돼 있는 상태여서 그랬는지 내리막 직선도로에서의 고속 주행 후 급감속 시에느 스티어링휠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더운 날씨와 고부하 주행의 연속으로 인해 타이어를 아무리 관리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서킷은 지대의 대부분이 아스팔트라, 뜨거워진 도로가 지표면 대기를 데우고 그 공기가 다시 지표면에 열을 더한다.
선회시 하중의 이동이나 마찰력 유지 부분은 전체 섀시와 구동 계통의 제어, 특히 이 차의 경우는 4매틱+ 시스템의 작용 등 복잡한 조건들이 있다. 하지만 내리막 후 오르막 헤어핀과 같은 측면 부하 상황에서도 몸은 편안했다. 개인적으로는 GT 4도어보다도 편하게 느껴졌다. 부하를 못 이긴 타이어에서 떨어져나온 고무조각들을 비롯해 이런저런 데브리(DEBRIS)도 소리 없이 밟고 지나갔다.
유연하고도 빠른 8단 DCT,
마니아와 대중의 경계를 허물어라
과거 한국 시장에서 이 자동차를 구입한 유저들 중 상당수가 트랙 주행을 즐기는 이들이었다. 이는 AMG의 다른 차와는 조금 다른 운명이기도 했다. 브랜드의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태어난 차이지만, 사실 공도에서 선망의 시선을 끌어내고 있는 차들은 GT4도어나 E, C클래스 기반 차종들이다. 물론 AMG A45 4매틱도 7,000만 원대의 가격으로 결코 만만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억대가 넘는 차종보다는 서킷에서 ‘갖고 놀기에’ 적합했다. 그런 까닭에 보다 AMG 브랜드이 하방 확대라는 메르세데스 AMG 본연의 목적을 본의 아니게 등진 상황이 됐다. 공도용으로 구매했던 이들은 DCT 특유의 질감에 대한 불편, 유지 관리(클러치 교체 비용)을 호소하며 빠르게 중고 시장에 매물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적용된 AMG 스피드시프트 DCT는 8단이다. M139 엔진은 최고 출력 421PS, 최대 토크 51KG∙M로도 셋업되는데 이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물론 AMG에는 GT4도어의 630PS, 90KG ∙M대 토크도 받아내는 변속기도 있지만, 냉각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세로 배치 엔진과, 꼼짝없이 보닛 후드 아래 갇혀 엔진은 물론 마찰열을 감내해야 하는 가로배치 엔진의 변속기의 운명은 다르다. 저단에서의 펀치력은 강하겠지만 내구성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는 구조다. 다단화는 이런 제약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