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E 클래스, 대안을 허락하지 않는 명성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 받는 수입차를 꼽으라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일 것이다. 특히 2016년 출시한 10세대 E 클래스는 역대급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10, 프리미엄 세그먼트 리더 10세대 E 클래스의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시승 행사에서 역사 공부까지?

이번 시승 행사는 무려 10세대까지 이어져온 E 클래스의 헤리티지 소개로부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1947년에 나온 170부터를 1세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170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 생산한 승용차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메르세데스벤츠 역사상 최초로 디젤 엔진을 탑재한 역사적인 자동차다.

2세대 W120 3세대 W110은 동시에 소개됐다. 참고로 이 차들은 대중들에게 W120은 폰톤, W110은 핀테일이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폰톤은 지금의 E 클래스와 달리 작은 사이즈였지만 지금 시선으로 봐도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으로 클래식한 매력을 뽐냈다. 그리고 W110 핀테일은 비행기 꼬리날개에서 영향을 받은 후미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1961년에 출시됐음에도 당시로는 매우 선진 기술인 크럼플존을 적용해 탑승자의 안전에 대해서도 신경 썼다.

4세대부터 9세대까지 E 클래스의 변천사도 축약해 전달했더라면 좋았겠으나 별도의 설명은 없었다. 대신 이번 행사가 진행된 더 하우스 오브 E의 현관에 들어서면 6세대이자 E 클래스라는 이름을 최초로 사용한 W124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이후 진행된 시간에서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더 뉴 E 클래스의 소개로 이어졌다.

생각보다 많이 변한 더 뉴 E클래스

처음 실물로 마주한 더 뉴 E 클래스는 외관은 물론 실내까지 완전변경 수준이었다. 통상 부분변경에서는 교체 단가가 비싼 철판 부분은 그대로 두고 범퍼 등 디자인 교체가 용이한 플라스틱을 바꾸는 것이 정석이다. 예컨대 이번에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스팅어처럼 그릴, 범퍼, 헤드라이드만 살짝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전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의 헤드램프다. 기존 보다 날렵한 모습으로 변해 E클래스를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또한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 기능이 포함된 멀티빔 LED 헤드램프가 적용해 실용성까지 갖췄다. 그리고 트림에 따라 그릴의 모양에도 차별화를 주었다. 아방가르드 라인 모델은 두 개의 크롬 루브르 및 세로형 고광택 블랙 스트럿으로 장식된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어 우아함을 강조했다.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프론트 범퍼에 확장된 크롬 트림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그릴의 삼각별을 없앤 대신 보닛 위로 올려 클래식함을 강조했다, AMG 라인의 경우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과 싱글 루브르가 장착해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후면부는 트렁크 라인 안쪽까지 넓어진 신규 디자인의 분할형 테일램프가 적용되었다. 이는 이전 9세대 E 클래스와 비슷하다. 여기에 트렁크 리드 및 리어 범퍼의 디자인도 변경되어 완전변경 수준의 새로운 스타일을 구현했다.

역시 벤츠는 겉보다 속을 봐야 한다

외관만큼 내부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특히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볼 수 있는 두 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 디스플레이와 메르세데스벤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 그리고 터치로 조작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가 탑재했다. 그리고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을 E 클래스 최초로 적용해 운전자에게 보다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경로 안내를 제공해주었다.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은 실제 주행 시 가상의 주행 라인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운전자가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티어링 휠도 완전히 달라졌다. 메르세데스벤츠 최초로 더 뉴 E 클래스에 적용된 차세대 지능형 스티어링 휠이다. 이 새로운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도 눈에 띄지만 스티어링 휠의 림 앞면과 뒷면에 센서 패드를 탑재해 정전식 핸즈오프 감지 기능을 갖췄다. 이를 통해 물리적인 움직임 없이도, 차량 내 각종 보조 시스템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제어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또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스티어링 휠 스포크에 있는 터치 버튼을 통해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다양한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다.

또한 AMG 라인을 선택하면 컷 형태의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어 실내에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D컷 스티어링 휠을 선택하면 스티어링 휠 열선 기능이 빠진다. 이 점은 매우 아쉽다. 이 외에도 AMG 라인에는 AMG 나파 가죽시트와 새로운 그레이 애쉬우드 트림이 64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 그리고 탁월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파노라믹 선루프가 함께 제공돼 한층 고급스러운 실내를 조성한다.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더 뉴 E 클래스

현재 우리나라에 판매 중인 더 뉴 E 클래스는 E250 E350 가솔린 모델과 E220d 디젤 그리고 E300 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고성능 메르세데스-AMG E53도 판매해 총 6가지 라인업이나 된다. 이날 시승 행사에는 E220d 4MATIC AMG 라인 와 E350 4MATIC AMG 라인이 준비되어 있었다.

더 뉴 E 220 d 4MATIC AMG 라인 모델은 부분변경 이전과 동일한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역시 기존과 동일한 194ps, 40.8kg·m. 무엇보다 정숙성이 놀라웠다. 디젤 자동차는 아무리 방음, 방청에 신경 쓴다고 해도 특유의 달달거리는 소리가 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그 소음과 진동은 더욱 심해진다.

하지만 디젤 엔진 명가답게 메르세데스 벤츠의 마법은 대단했다. 아이들링 시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가속페달을 밟아도 가솔린 엔진처럼 반응하며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흡사 직분사 가솔린 엔진 수준이었다. 너무 조용해서 시승차를 잘 못 받은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지만 시승 중간 지점에서 차에서 내려 보닛을 열어 본 후에야 디젤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라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물론 성능 측면에서는 디젤 엔진의 한계가 확실했다. 초반 가속력은 좋았지만 그게 전부다. 194ps라는 출력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E220d가 예상 외의 정숙성을 보여주어 잔뜩 기대된 상태에서 E350 4MATIC AMG 라인으로 차량을 교체했다. 특히 더 뉴 E350에서 가장 큰 변화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인 EQ 부스트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더 뉴 E350은 기존 E300에 탑재되었던 2.0리터 4기통 트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