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은 이미 난숙기에 접어들었고 대부분의 기능 수준은 평준화됐다. 그래서 디자인은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됐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정체성까지 지키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캐딜락의 세단은 애초부터, 외모 유전자 하나는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았다. 각기 ATS와 CTS의 뒤를 이은 세단 CT4와 CT5도 그러하다.
직선의 미학?
이 정도는 돼야지
캐딜락의 디자인은 직선을 지향한다. 그 직선은 작대기가 아닌 날붙이다. 보닛 및 측면 캐릭터라인, 전후 범퍼 가장자리, 트렁크 리드 등에 담긴 선은 소실점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뻗어 있다. 예리함은 거기서 나온다.
또한 캐딜락의 직선은 잔재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측면 벨트 라인 아래의 캐릭터라인은 전면부 DRL(주간주행등)의 위쪽부터 후미등까지 단숨에 뻗어 있다. 하단부의 캐릭터라인도 그에 평행하다. 라인을 숨겼다가 다시 드러내는 다른 브랜드의 시각적 트릭은 이들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다.
직선은 두 차종의 전후에 안정적인 구획을 만든다. 전면부의 가장 바깥쪽에서 윤곽을 정의하는 LED DRL(주간주행등)과 후미 등의 수직 라인이 그러하다. CT4는 프런트 패널 일부에 의해 상하로 분리돼 있고 CT5는 하나로 이어진 점이 차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좌우 끝단은 날카로운 헤드램프 안쪽과 맞물리며 보닛 끝단 라인의 흐름을 단절시키지 않는다. 다만 보닛 후드의 경우 CT4는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뻗어 있고 CT5는 그 앞에 멈춰 있다. 충돌 시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체급 상의 길이 차이를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
직선 사이의 공간에 자리잡은 조형요소들이 입체감을 만든다. CT4, CT5 모두 캐딜락 엠블럼 윤곽을 확장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갖고 있다. 모티브의 확대 재생산은 조형 예술에서 기본적인 수법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광택 입체 소재들의 반복 패턴으로 채워져 있다.
시승차로 나온 두 차는 모두 스포츠 트림이어서 그에 맞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CT4의 경우에는 단일 트림이고 CT5는 하위에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이 있다. 두 차종 모두 좌우 에어 덕트와 가운데 공기흡입구 사이의 분리를 통해 입체감을 구현했다. 캐딜락 세단의 고성능 버전인 V의 디자인 타입이다.
두 차종 모두 도어 미러의 상하 폭이 극단적으로 좁다. CT5쪽이 좀 더 날카로운데 체급을 생각하면 CT4의 도어 미러도 이렇게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직선의 힘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곳곳에 숨어 있는 곡선이다. 루프와 C필러의 곡선은 전체적인 차고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CT4의 전고는 1,425㎜, CT5의 경우1,455㎜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동급 차종보다는 낮다.
관능과 육감의 시트 디자인
캐딜락의 인테리어 성격을 정의하는 것은 시트다. 시승차로 나온 CT5 스포츠에는 세도나 소바주(Sedona Sauvage)라는 컬러의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가 적용됐다. 스포츠카 아니면 침대를 지향하는 요즘의 트렌드와 달리 문을 여는 순간 사람이 앉아 있는 느낌이다. 깊은 곳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광택이 잘 태닝 된 피부를 연상케 한다. 빛의 온도에 따라 오렌지빛 같기도, 꿀빛 같기도 하다.
CT4 스포츠의 시트 컬러는 상그리아 즉 와인 음료 빛이다.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진한 자주색의 시트 역시 빛을 경박하게 반사하지 않고 은은하게 품는다.
두 시승차 모두 외관은 레드 컬러로 제공됐다. 컬러의 명칭은 레드 옵세션 틴트코트(red obsession tintcoat), 의역하면 붉은 집착 정도가 되겠다. 에로티시즘 영화의 거장 잘만 킹의 영화에 어울릴 법한 작명이다. CT4 시트의 포도주 빛, CT5 시트의 살냄새 나는 컬러와 이루는 매치는 각자의 방식으로 에로틱하다. 등받이 상단에 박힌 ‘V’ 액세서리는 여기에 포인트를 더한다. 사실 캐딜락은 미국 자동차 문화의 섹슈얼리티를 가장 잘, 고급스럽게 드러내 온 브랜드 중 하나다.
다만 CT5는 키가 작은 운전자의 경우 위치를 아무리 당겨도 왼발바닥이 풋 레스트에 완전히 닿지 않는다.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와 비슷한 종류의 운전석 레그룸 공간 설계다.
스티어링휠의 경우 CT4에는 가죽 랩핑 퍼포먼스, CT5의 경우 스웨이드 마이크로파이버가 적용됐다. CT5도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에는 가죽 랩핑 스티어링휠이 적용되는데, 손에 땀이 적고 건조한 운전자라면 스웨이드 마이크로파이버의 경우는 다소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있어 불편을 느낄 수 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라디에이터 그릴처럼 방패 엠블럼의 윤곽을 확장했다.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지만 군더더기 없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매력적이다. 터치했을 때 조금 단단하고 매끄럽게 느껴지는 화면이 좋다. 디스플레이에서는 한글 폰트가 아름답다. 의외로 쉐보레와 캐딜락 차종을 보면 한글 폰트가 매력적이다. 과하지 않지만 핵심 기능에만 컬러포인트를 둔 아이콘들도 완성도 높다.
스피커의 경우 CT4 스포츠에는 14 스피커의 보스 프리미엄 서라운드 시스템이, CT5 스포츠에는 15 스피커의 보스 퍼포먼스 시스템이 적용됐다. 음악 내 사운드 소스들의 개별 주파수를 살려 악기 간의 공간감을 살린 센터포인트 시스템은 원래 보스와 캐딜락의 협업으로부터 시작됐다. 개인적으로는 CT4 스포츠에서의 소리가 좀 더 고르다고 느꼈다.
명쾌한 8단의 CT4,
나긋한 10단의 CT5
CT4 스포츠와 CT5 스포츠에는 모두 최고 출력 240ps(5,000rpm), 최대 토크 35.7kg・m(1,500~4,000rpm)을 발휘하는 2.0리터(1,998cc) 엔진이 적용됐다. 메르세데스-AMG의 괴물 버전이야 논외로 하고 사실 이 급 엔진들의 동력 성능과 수치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평준화됐다. 엔진 회전수가 낮은 구간에서의 터보 랙은 이제 옛말이다. 두 차종 모두 후륜 구동이라 공차중량도 각각 1,630kg, 1,750kg이라 출력 당, 토크 당 무게의 비율도 나쁘지 않다.
전자에는 8단 자동변속기, 후자에는 포드와 공유하는 10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됐다. 모두 종감속 기어(최종적으로 감속되는 엔진 속도의 비율)종적으로 감의 비가 2.85로 가속력에 초점을 두었다. 10단 변속기의 1단과 10단의 기어비는 8단 변속기의 1, 8단과 거의 비슷하다. 아래, 위 기어비를 연장한 것이 아니라 각 단을 더 쪼개 변속의 부드러움과 엔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