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만 해도 서킷 주행은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먼 부유층 혹은 튜닝샵을 기반으로 한 동호회의 장이었다. 그러나 저렴한 국산 고성능 자동차들이 출시되면서 서킷 주행 문화도 대중화됐다. 기자도 행사 취재 등 일삼아 찾아가는 것 말고도 서킷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과 놀이의 일치, 그 현장으로 데려가 준 자동차는 마세라티의 가장 호화스러운 4도어 세단, 콰트로포르테 SQ4다.
이탈리아 명품과 명품의 만남,
콰트로포르테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
한국에는 인제 스피디움,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 용인 스피드웨이, 태백 스피드웨이 총 4개의 서킷이 있다. 그 중 서울 양양 고속도로로 연결된 인제 스피디움이 서울에서는 가장 가깝다. 그보다 더 가까운 포천 레이스웨이의 경우 허가 문제로 개장 이후 정상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강남에서 거의 40분 거리인 용인 스피드웨이는 명칭이 AMG 스피드웨이로 바뀌면서 주로 메르세데스 벤츠 및 AMG나 타 슈퍼카 브랜드의 단체 행사 중심으로 운영되므로 개인 자유 이용이 어렵다. 태백 스피드웨이와 영암 인터네셔널 서킷은 각각 250km, 390km 이상 떨어져있다.
운 좋게도 시승차로 나온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는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이었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은 판매가격이 일반 모델 보다 2,000만원 더 비싼 2억 1,400만원이며 우리나라에 20대 한정으로 판매되고 있다. 참고로 제냐 펠레테스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최고급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개발한 가죽 소재의 이름이다. 나파 가죽 스트립을 섬유처럼 직조해 독특한 패턴을 자랑하는 펠레테스타 라인은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벨트, 파우치, 스니커즈, 캔들 홀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바로 그 펠레테스타 라인의 가죽 시트가 마세라티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 인테리어의 핵심이다. 또한 대시보드에도 이 요소가 적용돼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인테리어 디자인에 실크를 적용해 럭셔리 인테리어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터콘솔 한가운데 우드 트림 위에 박힌 에르메네질도 제냐 명판도 이탈리아 명품과 명품의 조합이라는 상징성을 더한다.
외관 컬러는 그윽하고 세련된 메탈릭 블루이며 여기에 ‘깔’을 맞춘 블루 브레이크 캘리퍼가 눈에 띈다. 20인치 페르세오 휠과 어울려 예술적인 옆모습을 자랑한다. 참고로 마세라티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은 르반떼 S 그란스포트와 콰트로포르테 S Q4그란루쏘 두 가지 모델, 20대 한정으로 판매됐다.
인제스피디움 가는 와인딩로드, 조금은 무거운 기함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쏘에는 페라리가 개발한 3.0리터 V6 F160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최고출력은 430ps, 최대토크 59.2kg·m에 달한다. 하지만 자동차의 전장이 5,265㎜이며 중량도 2톤이 넘어 순발력은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전륜 6피스톤, 후륜 4피스톤의 브레이크는 2톤이라는 거구를 단숨에 제동시킬 정도로 강력해 불만이 없다.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특히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알루미늄 재질의 쉬프트 페달은 멋진 디자인, 손에 닿을 때의 독특한 금속성뿐만 아니라 수동변속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짜릿한 손맛도 일품이다. 업쉬프트, 다운쉬프트 모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알아서 레브 매칭(회전수 보정)까지 해주는 영리함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기어레버 옆에 댐퍼 아이콘의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댐퍼 감쇠력이 단단해지며 보다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콰트로포르테는 GT성향의 대형 세단이기 때문에 실제로 댐퍼 감쇠력의 강도 차이는 크지 않다. 또한 승차감 때문에 약간의 롤링도 허하는 편이다. 따라서 코너링 등 스포티한 운전의 재미를 강조한 차량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변 서스펜션 버튼 위에는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가속패달 반응이 조금 더 빨라지며 배기음이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아진다. 다운사이징을 거치고 터보차저를 탑재했음에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V6 터보차저 엔진 배기음을 가졌다. 이 배기음을 들으면 코너를 못 돌아도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확실한 GT 성향이다.
서울에서 인제 스피디움까지 약 160km 떨어져 있으며 도착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라는 자동차가 긴 여정을 안락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량이다 보니 새벽 이른 시간에 출발했음에도 몸이 피로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물론 2억 원이 넘는 가격에도 차선을 제대로 인식하디 못하거나 옆 차로의 자동차를 잘 인식 못하는 등 부실한 주행보조장치가 조금 아쉬웠지만, 인제 스피디움 도착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잘 수행했다. 이제 라이선스 취득하는 중요한 일만 남았다.
서킷 라이선스 취득? 어렵지 않다
라이선스 취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라이선스 신청 접수는 온라인으로 하는 방법과 오전 8시 10분전까지 인제 스피디움을 방문하는 방법이 있다. 이후 8시 50분부터 신규 발급의 경우 90분간 안전 및 이론 교육을 받는다. 따라서 온라인으로 신청했어도 8시 30분 이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만약 일찍 출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인제 스피디움 호텔에서 숙박해도 된다. 호텔은 2인실 기준 1박에 비수기 7만2,000원, 성수기 14만5,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