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LS의 5세대 페이스리프트가 지난 4월 한국을 찾았다. 동급에서 절대 인기 차종은 아니지만 지지자들의 순도와 밀도만큼은 어느 차종도 부럽지 않은 차였다. 그런데 5세대 전기형에서 그 지지가 약간 흔들렸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많은 렉서스 오너들이 그간 LS를 선택해왔던 이유를 역설적으로 설명해 주는 계기가 됐다. 어쨌든 렉서스는 페이스리프트에서, 고객들에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렉서스 나왔습니다’를 외쳐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건 난제임에 분명했다. 렉서스가 그 어려움을 어떻게 풀었을지 궁금했다. LS 500h를 통해 이를 살펴보았다.
정답을 적어냈는데
오답이길 강요받았던 비운
5세대 렉서스 LS의 주행 감각은, 개발 당시 기준으론 정답이었다. 재미있는 차 만들기라는 모토 아래 개발된 TNGA 시리즈의 가치에 정확히 부합하는 롱휠베이스 후륜 구동 세단이었다. TNGA 플랫폼이 완성된 시점이 2010년대 중반이었는데, 그때 거의 모든 브랜드들은 전 세그먼트의 스포츠 세단화를 꾀했다. 5세대 LS도 그런 트렌드를 반영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시장 반응은 ‘재미있다’가 아니라 ‘LS가 왜 이래’였다.
이는 최근 수 년 사이, 자동차 시장에 불어닥친 변화의 영향, 즉 소비자 중심 논리의 강화와 연관지을 수 있다.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노리는 변화와 브랜드 소비자들의 가치가 불일치할 수도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렉서스 LS 오너들의 지지는 순도와 밀도 모두 높은 것이었다. 즉 단순히 트렌드에 적응한 기술 변화보다 응축된 브랜드 철학에 돈을 지불하겠다는 팬들이 많은 브랜드라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플랫폼의 엔지니어링은 강성 구분에 따른 부위별 소재 배치이고, 따라서 플랫폼은 차종마다의 선천적 정체성을 결정한다. 그래서 렉서스가 TNGA 시대 첫 LS를 다시 부드럽게 주물러 놓는다고 했을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1년형 LS500h를 실제 주행할 때 느낌은 이런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 TNGA 플랫폼의 지향성은 유지하되,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이 리바운드를 차분하게 해주고, 충격을 걸러내는 범위를 넓혔다.
차급에 비해 직경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차량과 운전자의 일체감을 높인다. 전 트림 기본이 된 4륜 구동 시스템은 어떤 상황에서도 차량이 냉정함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5,235㎜의 전장과 3,125㎜의 전장을 가진 차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동급의 세단들보다는 지상고가 높은 편인데도 그러하다. 휠 직경은 20인치, 타이어 단면폭은 245㎜, 편평비 45%로 평범(?)하지만 밸런스는 어떤 차와 비추어도 부족함이 없다. 정답을 적어냈지만 오답이길 강요받은 모범생의 울분이 스며 있었다.
빛을 머금은 LS의 시간
디자인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그래서 더 돌아보고 음미하게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