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의 누적 판매량은 7만 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1년 7월엔 1,522대를 기록했는데 2015년의 연간 1만 대 기록을 다시 쓸 기세다. 이제 한국 어디를 가든 S 클래스 한 대쯤 없는 동네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들은 S 클래스의 격하를 논하지만 여전히 이 차를 구입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성공한 인생의 상징이라 할 만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S 클래스가 많아진 것은 그만큼 포용할 수 있는 소비자군의 영역이 넓어졌다는 말일 것이며, 거기에는 오너드리븐 카로서의 정체성 확장도 무시할 수 없다. 7세대 메르세데스 벤츠 중 가장 상위에 속하는 등급, 트림인 S580 4매틱을 통해 오너드리븐카와 쇼퍼드리븐 파로서 두 가지 면모를 살펴보았다.
기능과 미학의 조화,
다루기 쉬운 플래그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에서처럼,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S 클래스(W221)는 첨단의 쇼퍼드리븐(chauffeur driven) 플래그십 세단 이미지가 강했다. 이 이미지의 변화가 가시화된 것은 그 다음 세대인 W222부터였다. 물론 1970년대 W 시리즈부터도 주행과 운동 성능에서 처지는 차는 아니었지만 워낙 뒷좌석 탑승자 중심의 고급스러움이 강조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W221의 변화는 2010년대 자동차 시장 전반의 고성능화에 부응했다는 의미가 컸다. 특히 원래 4도어 쿠페라는 독특한 영역에서 출발한 포르쉐 파나메라의 세단 영역 편입, 같은 집안 내에서 AMG 브랜드의 급격히 성장도 이런 변화에 한 몫 했다. 섀시는 과거 대비 단단함을 중시하게 됐고 S 클래스 소비자들의 세대는 빠르게 교체됐다.
S 클래스는 엔진 등급과 트림에 따라 휠베이스와 전장이 다양한데, S580 4매틱의 경우는 전장이 5,290㎜, 휠베이스가 3,216㎜에 달한다. 참고로 전장은 직렬 6기통 엔진을 장착한 S500 4매틱이 5,320㎜로 더 길다. 제원만 보면 운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실제 좌석에서의 운전은 다르다. 외관에서도 보이지만 후미 프로파일의 흐름은 충분한 측후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시승차량의 수령 및 반납 장소인 서울스퀘어의 나선형 주차장도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었다.
화제가 되는 후륜 조향 기능은 오히려 이런 기본기 위의 덧칠 정도다. 최대 조향 각도는 10º로 유턴 등 선회 반경이 짧아야 하는 곳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고속 주행 시 빠른 차로 변경이 필요할 때는 동일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유턴 시, 해당 기능이 적용되지 않은 차량의 경우 후진을 한번 했다가 다시 선회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차의 경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에어서스펜션의 충격 완화 능력과 차에 밸런스 유지 능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이 기능은 1990년대 중반부터 S 클래스에 적용됐고 메르세데스 벤츠의 각종 섀시 제어 소프트웨어와 함께 발전해 왔다. 물론 이 기능이 적용된 차종은 많지만 완성도 면에서 S 클래스를 따라올 차는 드물다. 굳이 있다면 렉서스의 LS500h 정도다.
타이어의 제원은 전륜과 후륜이 동일하다. 통상 후륜에 폭이 넓은 타이어를 썼던 것과 달리 모두 255㎜다. 휠 내경은 20인치이며 편평비는 40%다. 통상 가혹 주행을 하기도 하는 일반적인 시승차들과 달리 타이어의 상태가 양호했다. 아마도 시승자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차량의 판매 가격은 2억 1,860만 원이다.
다만 승차감을 유지하는 전자식 에어서스펜션과 각종 섀시 제어 서스펜션의 유지 보수에 들 비용은 관건이다. 물론 시승차는 신차 조건에 대한 이야기지만, 유저가 만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외면할 수도 없다. 이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의 고장은 빠른 시간 안에 다른 바퀴 현가 장치의 과부하로 연결돼 연쇄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운전자는 못 느끼지만 역설적으로 차량에 스트레스가 누적될 때까지 모르게 될 수도 있다. 공식 서비스센터는 이런 걱정을 기우라고 치부하겠지만 보증 기간만 끝나면 고장이 나는 건 정말 기분 탓일까? 생각보다 많은 메르세데스 벤츠 오너들이 겪는 고통이다.
요란하지 않은 고성능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의 주행 감각은, ‘달리는 줄 모르고 달린다’는 말로 요약된다.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이 거의 없고 토크와 출력의 전개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면서도 강력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S580 4매틱에 적용된 4.0리터(3,982cc) V8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의 최고 출력은 503ps(5,500rpm), 최대 토크 71.4kg∙m(2,000~4,500rpm)이다. 48V 배터리 기반의 통합 스타터–모터 제너레이터가 적용돼 20ps의 부가 출력을 구현할 수 있으며 엔진의 부하를 덜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이전에 시승한 GLS에 적용된 엔진과 동일한 구조인데, 출력이 약간 더 올라갔고 최대 토크 영역 한계점이 500rpm 더 높다. 제원상 0→100km/h 시간은 4.4초다. 그러나 이 차의 진가는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보다도 고속 항속과 그 이후 영역에서의 안정성이다.
말 그대로 밟는 대로 나가지만, 한편으로 액셀러레이터를 살살 건드리면 전기차를 방불케 할 정도로 조용하다. 실제로 항속 주행 중에는 통합 스타터–모터 제너레이터의 영향으로 엔진이 쉬면서 더욱 조용하다. 9단 변속기는 저단 출발 시 진동이나 마찰을 최소화한 세팅임이 느껴진다. 장기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동화는 순수 전기차(BEV)를 지향하되 대배기량 다실린더 엔진에는 이 방식을, 다운사이징 엔진에는 보다 강력한 성능의 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도기라기보다는 나름대로 지금 현재의 첨단으로서 의미는 있다.
GLS 580 4매틱의 시승 때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기대 이상의 연비를 경험할 수있다. 공인 복합 연비는 7.9km/L이며 도심에서는 6.8km/L, 고속도로 기준 9.9km/L인데, 시속 60~70km/h 사이의 간선 도로에서 통합 스타터–모터 제너레이터의 도움을 받으면 양쪽 조건에서의 연비 개선이 모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심과 간선,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주행한 상황에서 연비는 10~11km/L 수준을 오갔다.
까딱 잘못하면 ‘5030(시내도로 50km/h, 이면도로 30km/h)’ 제한을 넘을 것 같아, 도심 주행 중에는 액팁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능동형 차간 거리 조절 기능)을 활성화하고 주행했다. 특히 주행 보조 기능과 파워트레인의 협조제어는 그 어떤 차와도 비교될 수 없는 최상의 매끄러움을 보여 준다.
밤에 확실히 이기는 실내,
그런데 너무 뜨거워도 탈?
앰비언트 라이트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압도적인 면 중 하나다. 휘도 및 휘도 조절의 용이성을 비롯해 다른 색상으로의 전환 동작,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빛의 퍼짐 등은 타 브랜드의 플래그십과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두 가지 다른 색상을 섞어 만든 그라데이션도 멋지다. 무조건 고객의 입맛대로 섞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색채의 심상적 역할을 고려한 매치를 다양화해주는 것이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또한 전체적으로 앰비언트 라이트가 점등됐을 떄의 그래픽적인 윤곽은 낮에 보던 것과 전혀 다른 실내 공간을 만든다.
앰비언트 라이트와 공조 및 온열, 냉방 시스템을 연동시킬 수 있는 에너자이징 컴포트 프로그램은 리프레시, 따뜻함, 바이탤러티, 조이, 웰빙, 트레이닝의 6가지다. 음성 기능소환도 상당히 개선됐다. 개인적으론 사투리 억양이 섞여 있고 발음이 좋지 않음에도 비교적 차지게 알아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