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회사의 심볼은 그 어떤 경쟁사들보다 강렬하며 공격적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싱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꾸준히 슈퍼카를 선보이는 강한 캐릭터를 지녔기 때문인데요. 네, 차체 전면에 삼지창을 내걸고 바닥을 긁을 듯 도로 위를 누비는 이탈리안 브랜드, 마세라티입니다.
기함 중의 기함(feat. 페라리)
이번 시승은 마세라티의 플래그십 세단이자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이하 트로페오)입니다.
기존 350ps 사양의 ‘콰트로포르테’와, 4륜이 특징인 ‘S Q4’, 가장 고성능이었던 ‘GTS’, ‘디젤’ 등으로 꾸려졌던 라인업은 현재 디젤 모델 단종과 함께 콰트로포르테 ‘GT’, ‘모데나 Q4’, ‘트로페오’ 세 가지 트림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트로페오는 기존 GTS의 3.8L V8 트윈터보 엔진을 활용해 최고출력 530ps에서 현재 580ps로 힘을 키웠으며, 최대토크 또한 72.4kg·m에서 74.4kg·m로 소폭 높였습니다. 덕분에 0→100km/h 가속시간이 기존 4.7초에서 4.5초로 줄어들었으며, 최고속도 역시 310km/h에서 326km/h로 빨라졌습니다. 속도계에 적힌 350이란 숫자가 허황된 수치가 아닌 셈입니다.
앞서 스펙을 보셨듯 이처럼 강력한 수치들이 만들어진 근간에는 페라리와의 협업이 있습니다. 페라리의 손길을 거친 8기통 엔진 덕분에 트로페오는 ‘슈퍼세단’ 그 자체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한 식구가 아니기에 트로페오에 사용된 V8 이후 두 브랜드의 공조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이며, 결과적으로 세단에서 페라리 엔진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마세라티는 슈퍼카 MC20을 통해 자체 개발한 네튜노 엔진을 선보인바 트로페오의 이런 독특한 이력은 다시 보기 힘든 결과물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튼 바뀐 것은 성능뿐만이 아닙니다. 내외관의 크고 작은 업데이트가 트로페오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리어램프의 그래픽과 10.1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는데요. 리어램프에 과거 마세라티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부메랑 그래픽을 부활시켜 차체 후면 이미지를 개선했고 MIA(Maserati Intelligent Assistant)라고 부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화면 크기뿐만 아니라 UI까지 업데이트를 마쳤습니다. 덕분에 한결 세월의 흔적을 지워낼 수가 있었죠.
또한 트로페오 모델만의 포인트 디자인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바퀴 펜더 뒤로 위치한 에어벤트에 빨간색 포인트가 사용됐으며, 그 위에는 트로페오 레터링이 자리 잡았습니다. B필러에는 이탈리아 생산임을 강조하는 3색 국기가 사용됐으며, C필러의 삼지창에도 빨간색 액센트가 들어가 통일된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이처럼 강렬한 포인트 디자인들이 반영됐음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을 보면 콰트로포르테의 기본 디자인이 그만큼 화려하고 멋스럽다는 반증이기도 할 겁니다.
실내를 뒤덮은 가죽과 카본의 향연은 플래그십으로서의 마땅한 품격 그 이상입니다. ‘럭셔리 퍼포먼스’라는 단어가 이처럼 잘 어울리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카본 마감 일부에 날카로운 부분이 다듬어지지 않은 채 남아있어 조금만 더 꼼꼼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드레스트의 로고와 트로페오 레터링 양각, 프레임리스 도어 등을 보고 있자면 이처럼 스타일과 성능 모두 양립시킨 플래그십이 또 있을까 라는 물음과 함께 사소한 건 아무래도 좋다는 입장이 됩니다.
뒷바퀴로만 전달되는 580ps
본격적으로 차에 시동을 걸면 우렁찬 배기음을 토해내며 8기통 엔진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물론 강화된 소음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금세 다소곳해지지만 스포츠 또는 코르사 모드로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하면 이내 괄괄한 배기 사운드를 다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차를 움직여보면 드라이브 모드 변경 전에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충분히 이용 가능 합니다. 차체를 움직이는 감각 모두 ‘저스트’하다는 느낌이죠. 핸들링 감각과 페달의 답력, 차체의 발진 감각 모두 풍요로운 느낌의 고급세단 그 자체입니다.
보다 스포티한 주행을 위해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해 봤습니다. 가변배기가 열리며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존재감을 높이는군요. 가속페달을 약간만 건드려도 차체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움찔거리기 시작합니다. 한층 예민해진 모습과 높은 엔진 회전수, 초고속 영역으로 달리는 일이 너무나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