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트럭 동승 취재기, 2.5km/L의 연비 그리고 16단 미션

가끔 무거운 산업자재를 싣고 가는 대형 트럭을 볼 때면, 저렇게 큰 차의 연비는 어느 정도인지 문득 궁금해진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만 더 시선을 안쪽으로 옮긴다면,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이들의 삶에도 관심이 생길법하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강화도의 한 골재 전문 운송회사의 트럭에 동승해, 연비를 비롯한 대형 상용차에 관한 몇 가지 몰랐던 사실들을 살펴보았다.


침대 공간이 있는 트럭, 글로브트로터

이번 취재에서 동승하게 된 트럭은 볼보의 FH 540, 글로브트로터 캡 기종이었다. FH는 시리즈명, 540은 최고 출력인 540hp, 그리고 글로브트로터는 장거리 이동 시 운전자가 쉴 수 있도록 뒤쪽에 침대 공간이 마련된 캡(승차공간)을 말한다. 실제, 이 차량의 캡 폭은 2,100가 넘어, 뒤의 침대는 190cm가 넘는 신장의 북유럽 트럭 기사들도 다리를 쭉 펴고 누울 수 있을 정도였다.

외부에서 볼 때 트럭은 다른 차량보다 속도가 빠르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캡 안에서 느끼는 속도는 그렇지 않았다. 단지 트럭이 커서만이 아니라 실제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를 거의 밟지 않는 관성 주행을 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올해로 운수업에 25년째 종사하고 있는 김용준 씨는 숙련된 트럭 운전자들일수록 액셀러레이터는 곧 지출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트럭은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각종 센서 모든 분야에서 그 어떤 장르보다도 효율성을 강하게 추구한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변속기가 중립으로 향해 관성 주행을 할 수 있게 한다. 제동은 브레이크보다 스티어링 컬럼의 오른쪽에 장착되어 있는 3단 배기 매니폴드 차단 기능인 VEB(Volvo Engine Brake) 레버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제동은 이 기능을 사용하는데, 거의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만큼의 속도 변화가 느껴질 정도다.
 
국내에서는 볼보와 스카니아의 트럭이 많이 보인다. 체감이 아니라 실제라고 한다. 그 이유는 우선 파워트레인의 조화 및 센서들의 안정성 등 제작상의 완성도를 꼽는다. 반대로 예컨대 국내 몇몇 상용차 제조사의 트럭은 엔진과 트랜스미션, 센서를 모두 다른 제조사에서 수입해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생산한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잦은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압도적으로 많은 서비스망이 이 제조사의 트럭을 선택하는 요인이다. 특히, 화물 기사들은 운송 횟수가 곧 수입인 점을 감안할 때, 주요 거점마다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는 제조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날 함께 한 김용준 씨의 전언이다.


16단 트랜스미션에 듀얼 클러치까지

트럭도 일반 승용트럭처럼, 고속도로 운행이 훨씬 높은 연비를 구현할 수 있다. 특히, 국내법상 트럭의 운행 속도는 90km/h에 제한되어 있어 과속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따라서 트럭에 있어, 연비 면에서 진정한 가혹 주행은 시가지와 연결된 국도 운전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 트럭은 무게 때문에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이 곧 지출인데, 교통 신호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잠깐 트럭의 엔진 제원을 살펴보자. 이날 동승했던 FH 540은 말 그대로 540hp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 12.8리터 6기통 터보 디젤 엔진이다. 최대 토크는 265kgm에 이른다. 가격은 1 6천만 원대로, 승용차 중에서는 포르쉐 911 카레라 4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형 SUV GLE 쿠페와 비슷한 가격이다. 일반 승용차와 달리 최고 출력이나 최대 토크 발생 구간이 짧은 것이 특징으로, 최고 출력은 1,450~1,800rpm, 최대 토크는 1,000~1,450rpm 구간에서 나온다. , 효율적인 가속과 주행을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밟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내 주행에서는 교통 흐름의 특성상 그렇게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제 연비는 2.5km/L 수준에 머무른다. 교통 흐름이 원활할 때는 2.8km/L 수준까지도 올라오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트럭은 일반 자동차와 달리 다단화된 트랜스미션을 채택하고 있다. 볼보 FH 540도 전진 12, 후진 4단의 트랜스미션을 장착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다단 트랜스미션이 모두 수동이었으나, 현재는 거의 대부분 자동으로 바뀌어 운전자들의 불편이 줄었다. 또한 최근 볼보를 비롯한 유럽의 대형 트럭 제조사들은 과거 대형 트럭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던 듀얼클러치를 사용해 직결감을 높이고, 연비와 운행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한 기종들을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대형 트럭 동승 취재기, 2.5km/L의 연비 그리고 16단 미션
볼보의 트랜스미션

김용준 씨는 강화 토박이다. 외포리에 삼대가 같이 살고 있고, 세 딸의 아버지다. 장거리 화물 운송 대신 국도 인근의 레미콘 골재 운송을 하게 된 것도 가족들 곁으로부터 일 주일씩 떠나 있는 것이 싫었던 까닭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히 트럭에는 가혹주행이라 할 수 있는 시내 주행을 주로 하게 되고, 일반 고속도로 중심의 트럭 운전자와 달리 연비와 관련한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연비가 다른 트럭에 비해 0.5km/L 이상 높은 편인 것도 그가 노킹에 예민한 까닭이다. “단거리를 자주 움직이는 트럭 운전자에게는 세탄가가 높은 경유가 필요하다는 그의 지론도 업무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원래 자동차에 대한 식견이 깊은 마니아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부터 탈 것을 좋아했다.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의 행사인 호그랠리도 참여했고 자동차 튜닝도 즐겼던 만큼, 트럭의 상태에 항시 민감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트럭 운전자가 경유 연비에 민감한 이유

강화도와 김포는 넓다. 단순히 넓은 게 아니라 평야다. 특히 강화에서 다리를 건너 들어가는 교동도도 평야로 이루어져 있다. 땅이 비옥해서 예로부터 농사가 잘 되었던 곳이고 현재도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고령 인구가 많다. 교동도에 있는 레미콘 시설은 이런 지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안전 운행에 신경써야 한다. 트럭 기사들이 거의 토박이라 동네 주민들과 아는 사이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연비가 잘 나오기 어려운 운전 환경이다. 몇 년 전처럼 유가가 폭등해 경유가가 1,700원에 달하던 시기에는 실제 연료비가 하루 수입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담은 없는 대신, 트럭 수가 늘어나 운임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트럭 기사들이 연비는 물론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김용준 씨를 비롯해 이 골재 운송 회사의 기사들이 운행하는 구간은 강화군청 인근의 레미콘 공장과, 좀 더 해안쪽에 가까운 인화리의 골재 생산 시설 및 교동도의 레미콘 공장이다. 이를 하루 15회 정도 왕복한다. 왕복 자체는 먼 거리가 아니지만, 400리터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이틀 반만에 다 쓰게 된다고 한다. 요소수 SCR(선택 환원촉매) 장치가 적용된 유로6 적용 기종이다 보니 10리터 요소수도 1통씩 보충해줘야 한다. 한 번에 주유하는 금액이 많다 보니, 트럭 기사들은 단골 주유소를 갖고 있다고 한다. 마침 김용준 씨는 에쓰오일이 대형 화물차 기사들을 상대로 하는 경유 연비체험 이벤트 ‘58인의 경유전문가에 참여 중이었는데, 이 역시 단골로 다니던 주유소의 대표가 참여를 추천한 것이었다.

이 이벤트는 하이세탄 경유의 착화점 안정과 그로 인한 동력 성능 및 연비 상승 효과를, 대형 트럭 운전자들의 경험으로 증명하는 이벤트다. 58이라는 숫자는 에쓰 오일 경유의 세탄가인데, 세탄가는 60이하에서 높으면 높을수록 경유의 착화점을 낮게 안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하이 세탄 경유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 드러나는데, 이에 하루에도 수백km 이상을 운행하는 대형 트럭 운전자들이 이러한 체험의 당사자로 적격인 것이다. 참고로 세탄(C16H34)은 착화성이 높은 세탄과 가장 착화성이 나쁜 알파 메틸나프탈렌(C11H10)을 혼합한 표준연료 내 세탄의 백분율을 의미한다.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과 유대감

김용준 씨를 비롯한 베테랑 운전기사들은 가끔 트럭 기사들이 매우 힘든 삶을 보내는 것처럼 미디어에 비치는 것은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오해가 있다고 주장한다. 큰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7~8년차에 들어가면 같은 연차의 중소기업 직원 정도의 수입은 충분히 올리는 까닭이다.
 
다만 대형 면허, 트레일러 면허를 갓 따고 트럭을 구입해 화물 운송업에 뛰어든 이들이 사고를 일으켰을 때 매우 곤란해지는 상황은 있다. 특히 정년 퇴직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을 때 마지막으로 택한 직업이 대형 상용차 운전일 때 그런 위험이 더 크다고 한다. 트럭 가격도 만만찮아 치명적인 손상이라도 오면 승용차 한 대 값이 수리비로 들어가게 되기에 위험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트럭에는 자차 보험 가입이 되지 않는 손보사들의 정책도 이런 리스크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많은 트럭 운전 기사들은 이 직업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 같은 지역의 트럭 기사 모임에 가입되어 있는 트럭을 발견하면 서로 음료수와 간식 등을 전할 정도로 유대감도 높다. “글로브트로터 캡의 냉장고 안에 어지간한 캔커피 60캔은 너끈히 들어간다. 그렇게 들고 다니다가 동료 기사들이나 골재 채취장의 기계 운전자들에게 하나씩 전한다. 사소한 것이지만 이것이 유대감을 만들고, 일터를 즐겁게 한다.” 이는 김용준 씨의 업무에 관한 지론이다. 특히 주거 지역 인근에서 일하는 근거리 화물 운송 기사들은 가족은 물론, 삶의 터전 인근에서 형성된 유대관계를 중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속도로 중심의 장거리 운전 대신 이와 같은 업무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경유의 질과 그로 인한 안정적인 연비는 이들이 선택한 직업과 삶의 방식을 견고하게 지켜 주는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