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동차 선택에 있어 기존의 관념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고가의 재화인 까닭이다. 따라서 자동차 및 제조사에 대한 인식도 고정되면 변하기 어렵다. 이런 인식의 대상이 된 자동차가 국면을 타개할 방법은, 자동차 자체가 더 매력적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선보일 2세대 3008은 이런 도전을 앞두고 있다. 풀체인지를 거친 후 유럽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뚜껑은 열리기 전이다. 이 콘텐츠에서는 수도권 시내와 외곽 주요 도로에서, 새로운 3008이 ‘나는 이전과 다르다’고 외치는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2세대 3008에 적용된 디자인 전략은 현재 SUV에 요구되고 있는 글로벌 보편성의 수용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도 지켜야 한다. 물론 이 변화가 갑작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푸조 2008은 2세대 3008 디자인의 예고라 할 수 있었다. 2008은 2015년 푸조의 국내 판매량 역대 최다 수치를 견인했던 자동차로, 이 차의 이미지를 알고 있다면 3008 역시 낯설지 않을 것이다. 또한 3008은 2017년 4월 9일 종료된 서울모터쇼에서도 관람객들에게 공개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자동차에 SUV다운 외양을 부여하는 것은 A 필러를 기준으로 한 보닛의 비율과 자동차의 각 부분들을 연결하는 선이다. 특히 측면에서 봤을 때, 헤드라이트의 윤곽 위에서 시작해 윈드실드 쪽으로 뻗어나가는 선은 예리하다. 펜더와 보닛 사이에 배치된 크롬 몰딩이 이런 이미지에 일조한다. 비단 이 부분뿐만 아니라 라디에이터 그릴의 윤곽, 포그램프 테두리, 그리고 도어 스커트 부분 등에 적용된 크롬 몰딩은 날선 칼을 연상케 한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 3008의 둥글둥글한 이미지와 칼로 자르듯 이별했음을 알리고 있다.
후면은 상하로 크게 나뉜 간결한 구획 구분과 각 요소의 깔끔한 정리가 돋보인다. 리어 스포일러 아래로 깊이 들어가 있는 테일게이트 글래스는 다소 좁아 보이지만 후진 시 시야가 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리어 스포일러 측면과 루프 쪽의 몰딩 부분의 선이 조금 어긋나 있다. 조립 공정 시 디테일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런 부분을 조금 더 세밀하게 조정했다면 화룡점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후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역시 램프 디자인이다. 입체적으로 도드라진 후미등의 발광부3면은, 측면이 날카롭게 패어 있어 시각적으로도 한 번 더 기하학적인 입체감을 더한다. 제동등은 돌출된 면의 아래쪽으로 비스듬하게 구현되었다. 양쪽의 후미등은 같은 높이로 돌출된 익스테리어 트림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에 사자 엠블럼이 강렬한 인상을 제시한다. 테일게이트는 발동작을 통해 열리는 스마트 방식이다.
1세대 3008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들은, 가장 큰 이유로 뒷좌석 공간이나 레그룸의 협소함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2세대 3008은 1세대 대비 62㎜ 길어진 2,675㎜의 휠베이스를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뒷좌석의 레그룸이 24㎜ 늘어났다. 실제 뒷좌석에서 느낄 수 있는 레그룸의 확장은 수치 이상이다.
그 비결은 운전석이다. 통상 바른 운전자세는, 왼쪽 발을 보조 발판에 얹었을 때 다리의 각도가 120° 정도이고, 손은 스티어링 휠의 11시와 2시 방향 정도에 두고 밀듯이 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 운전자들이 팔의 불편함을 느껴 운전석을 바른 자세보다 뒤로 미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래 위가 포뮬러카의 스티어링처럼 깎여 있는 i-콕핏 스티어링 휠의 특성 상, 운전자는 손바닥으로 스티어링을 미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얹기만 해도 조향에 문제가 없다. 따라서 운전자의 위치가 앞으로 조금 이동하더라도 팔의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된다. 물론 운전석 쪽 발 위치의 깊이가 깊은 것도 이러한 장점을 강화한다.
시트는 가죽과 직물을 혼합해 사용했다. GT라인의 경우 풀 그레인 가죽과 눈이 고운 체크 패턴의 직물을 혼합한 시트를 적용했다. 참고로 기본 트림인 알뤼르에는 보다 모눈이 큰 타입의 직물 시트가 적용된다. 전동 및 메모리 시트는 운전석에만 적용되어 있으며 버튼은 시트 좌측면에 있다. 요추 지지대는 체형에 맞게 조절했다가, 시동을 끄면 잠시 후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간다. 조수석의 경우 이러한 전동 기능은 없지만, 운전석과 마찬가지로 무릎 안쪽에서 체중을 받쳐 줄 수 있는 어시스트 기능이 있다.
수납 공간의 용적은 520리터지만 2열 분할 폴딩 시 적재공간은 1,580리터로 확장된다. 폴딩 레버는 좌석 측면에도 있지만, 테일게이트를 열었을 때 트렁크 양쪽 벽면에도 있어, 폴딩을 위해 다시 2열 쪽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전장 기능이 많은 자동차는 아니지만 이런 알짜 편의기능을 기계적 원리로 구현하는 것이 푸조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푸조 i-콕핏의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패널, 그리고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8인치 터치스크린은 모두 가시성이 높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주행 정보, 트립 정보, 개인 사용 설정 등의 기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외부가 밝건 어둡건 간에 명료한 가시성이 돋보이는데다, 각 모드 전환 시의 동작 및 개별 모드에서의 패널 디자인 역시 부담감을 주지 않는 미색으로 유려하다. 패널 좌우측 가장자리에 표시되는 데이터도 숨지 않고 눈에 들어온다.
주요 기능의 조작 버튼은 센터페시아에 2열 토글 스위치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센터페시아의 낭비를 줄이고, 기어박스 앞쪽 공간의 무선 충전 패드 쪽 공간을 비교적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토글 스위치의 조작감은 너무 빡빡하지도, 그렇다고 오조작을 일으킬 만큼 느슨하지도 않다. 기계식 자판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딸깍’ 하는 감각에서 묘한 쾌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토글스위치들은 각각의 기능을 시작하는 버튼으로, 상세 조정은 8인치 터치스크린에 뜨는 화면에서 가능하다. 블루투스 연결 후, 전화기 숫자를 화면에서 조작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다만 인스트루먼트 패널이나 터치 스크린에 표시되는 기능 및 정보 번역에서의 부자연스러움은 옥에 티다. 예컨대 시동을 걸기 전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뜨는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건다’라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또한 액티브 차선이탈 방지기능의 활성화 여부는 ‘차선 변경에 도움이 됩니다’로 번역되었다. 이 자동차의 액티브 차선 이탈 방지기능은, 매우 기민하면서도 울컥거림이나 이질감을 남기지 않는다. PSA 그룹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가진 완성도를 경험할 수 있는 기능이기에, 이러한 번역 문제는 속히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2세대 3008을 시승한 4월 마지막 주는 AGC(어드밴스드 그립 콘트롤)의 진면모를 시험할 만한 기후 조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AGC의 기반이 되는 구동력 배분 테크놀로지 및 푸조의 명성인 하체의 안정성, 그리고 급경사 하강 시 구동력을 콘트롤하는 HADC(Hill Assist Descent Control)은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테스트 장소로 찾은 곳은 남양주 운길산의 수종사 일주문까지 들어가는 길이었다. 해발 350m 정도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차도가 나 있는 곳은 지도에서 좁은 등고선의 폭으로 알 수 있듯 경사가 가파르고 중간중간 급커브가 많은 곳이다.
이 자동차의 최대 토크는 30.6kg∙m로, 1,750rpm부터 발휘된다. 이 최대 토크는 타 제조사의 2.0리터 엔진과도 비슷하다. 공차중량은 제원상 1,590kg으로, 비슷한 배기량을 가진 다른 SUV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등판 주행 시 엔진 회전수가 급격하게 오르지는 않았다. 이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는데, 비포장이었거나 눈비 등의 악천후였다면 AGC의 기능을 맛볼 만한 코스다. 내리막에서는 HADC 기능을 활성화시켜 보았다. 기어는 중립 상태로 바뀌고 속도는 5km/h 정도로 줄어들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썼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미 일반적인 제동 시스템만으로도 차체의 제어는 충분했다. 다만 이러한 급경사 지대를 자주 차로 오르내려야 하는 특수한 환경에 있다면, 브레이크 패드 교체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기능이다.
2세대 3008의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 바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비슷한 사이즈의 SUV들이 후륜에 멀티링크를 채택해 고속 주행 시의 안정성과 선회시의 유연성 제고 등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2세대 3008은 적어도 서스펜션에 있어서는 푸조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공차 중량과 비용 증가 등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으므로 섣불리 바꿀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와인딩 시의 감각은 과거 307이나 308SW 그리고 전 세대 3008과는 닮은 듯 미세하게 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