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 크로스 리뷰, 디젤 vs 가솔린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은 각자의 성격이 분명하다. 그러나 자동차는 생활의 아이템이고 여기에는 분명한 취향이 반영된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과 정반대의 취향과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할 때가 있다. 기왕 확인을 하려면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마다 각기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을 고수하는 두 에디터는 동급 배기량의 동일 차종을, 연료 종류만 서로 바꾸어 서울부산을 왕복해보며 각자의 취향을 가늠해보는 한편, 부지불식간에 생겼을지도 모를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들 각자의 심장, 가솔린과 디젤 엔진

“주유소 드문 강원 산간에서도 큰 걱정 없는 디젤”

한 명의 에디터는 디젤 엔진 성애자. 지금까지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자동차는 제조사와 국적을 막론하고 모두 디젤 엔진을 탑재한 기종이었다. 그는 취미가 다양해 여러 가지 스포츠 장비를 적재하고 경사로와 와인딩 로드가 많은 국도 구간을 자주 주행한다. 중∙저속에서 가뿐한 거동을 구현하는 강한 토크의 디젤 엔진이 라이프스타일 자체에 적합한 셈이다. 특히 주유소가 드문 강원 산간 구간에서는 계기반의 연료 게이지가 웬만큼 내려가도 큰 걱정이 없다는 것도 디젤 엔진을 선택하는 이유다. 물론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행 거리도 한국 운전자들의 평균보다는 훨씬 길다. 디젤 엔진을 제 값만큼 쓰는 셈이다.


코나 크로스 리뷰, 디젤 vs 가솔린
왼쪽은 디젤 엔진, 오른쪽은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코나. 모두 1.6리터. 가솔린 엔진은 4륜 구동이다

“심플하게, 고민없이 달리고 싶어서 가솔린”

다른 한 명의 에디터는 시승 외에는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선호한다. 구입을 고려 중인 자동차의 목록에도 가솔린 엔진 기종만 포함되어 있다. 물론 가솔린 엔진도 제대로 관리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신경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디젤 엔진에 비해 비교적 관리가 덜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다. 별 다른 고민 없이 엔진 회전수를 쭉쭉 올려가며 달리는 데서 삶의 낙을 느낀다. 낚시나 캠핑 등을 즐기긴 하지만 장비가 유난스럽게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 토크는 일정 수준만 구현되어도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개선되었다고 해도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을 좋아할 수 없다.

각자의 방식대로 몰아 본 다른 엔진의 코나

터보 차저를 이용한 다운사이징의 영향으로 가솔린과 디젤 엔진 모두 2.0리터 미만의 엔진이 대세다.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동일 차종으로 현대자동차 코나의 1.6리터 가솔린(1,591cc)와 동급 배기량의 디젤 엔진(1,582cc) 차량을 섭외했다. 모두 7 DCT와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하고 있으나, 차이라면 가솔린 엔진의 경우 4륜 구동이 적용된 기종이었고, 디젤 엔진은 전륜 구동 기종이었다. 코나의 디젤 엔진 기종에는 현재 4륜 구동 레이아웃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솔린 엔진의 최고 출력은 177hp(5,500rpm) 최대 토크는 27.7kgm(1,500~4,500rpm), 디젤 엔진의 최고 출력은 136hp(4,000rpm), 최대 토크는 30.6(1,750~2,500rpm)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강력한 동력 성능은 아니므로, 특별한 체크포인트를 두기보다는 각자의 습관을 중심으로 운전해보기로 했다.

기대 이상의 연비 보여 준 가솔린, 연비는 운전자 습관

디젤 엔진을 선호하는 에디터는 우선 가솔린 엔진 코나의 연비에 가산점을 주었다. 부산으로 하행 시, 주행이 끝나고 시내 주행을 포함해 460km를 달린 시점에서 평균 연비는 15.5km/L에 달했다. 서울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1,580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유류 비용은 3 9,000원 정도였다. 해당 기종의 제원상 고속도로 연비는 12.4km/L인데, 이를 대입할 경우 약 4 8,000원 정도가 된다. 9,000원 차이라면 커피 2잔에 해당한다.


코나 크로스 리뷰, 디젤 vs 가솔린
하행 시 가솔린 엔진 코나의 연비

연비는 운전자의 습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디젤 엔진 자동차를 오래 이용해 온 에디터의 경우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지 않는 것이 습관이 돼 있다. 코나의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보다 최대 토크가 3kgm 정도 낮지만, 오히려 최대 토크 시작 시점은 1,450rpm으로 디젤 엔진보다 빠르다.주행 모드를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는 에코 모드로 두고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지그시 밟고 있으면 착착 변속이 이루어져 어느 새 최고단인 7단에 이르렀다.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수가 꾸준히 2,000rpm을 유지하며 제법 톤이 높은 구동음을 유지했다. 오히려 이 정도 배기량에서의 디젤 엔진은 고속 정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가 1,600rpm까지 내려가는 기종도 있어 고속에서는 상대적으로 엔진 구동음이 작게 들린다. 이 같은 감각에 익숙해 있다가 고속도로에서 가솔린 엔진임을 망각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힘을 조금 빼면, 주위 차량들이 지나가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1,800rpm에서 속도계는 대략 80km/h를 가리킨다. 평일의 고속도로에서 이 정도는 어찌 보면 민폐이니 하위 차로로 주행할 필요가 있다.

서킷 랩타임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면 디젤도 가속력은 OK

가솔린 엔진의 신도인 다른 에디터 역시, 유종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몰던 대로해당 차량을 몰아보기로 했다. 과감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고 추월 시에는 과감히 킥다운(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으면 기어 1단이 내려가 보다 강한 가속력을 발휘하는 기능)도 사용했다. 코나 디젤 엔진의 최대 토크 발휘 영역은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이상 엔진 회전수를 올리지 않고서도 가뿐히 100km/h 이상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엔진 회전수를 2,000rpm에 고정하자 110km/h 정도로 정속 주행이 가능했다. 주행 모드를 에코로 설정하자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이 다소 둔감해지긴 하지만, 오히려 변속 시점이 빨라지면서 최고단에서 최대 토크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엔진회전수의 여유도 생겼다.


코나 크로스 리뷰, 디젤 vs 가솔린
디젤 엔진도 우수한 가속력을 보였다

디젤 엔진의 경우 에코나 컴포트 모드에서 최고 출력 영역을 맛보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변속 시점을 늦춰 가속력을 높이는 스포츠 모드를 작동시켜보았다. ‘우웅하는 구동음과 함께 액셀러레이터 반응이 기민해졌다. 에코 모드와 스포츠 모드에서의 액셀러레이터 반응 차이는 오히려 가솔린보다 명확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코나의 디젤 엔진이었다. 140km/h에서 150km/h까지의 가속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160km/h에 근접하자, 가속력은 다소 더뎌졌다. 물론 최고 출력 136hp 1.6리터 디젤 엔진이 그 이상의 가속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은 어차피 무리였다. 디젤 엔진 운전과 연비 콘트롤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코나 디젤 엔진으로 고속 주행 시 19km/L의 연비도 쉽게 구현한다고 하지만, 에디터가 다소 험하게운전한 코나 디젤 엔진은, 고속도로 연비로도 채 13km/L를 구현하지 못했다. 이런 연비라면 유가가 싼 디젤이라도 가솔린 대비 메리트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해당 에디터는 디젤 엔진 자동차는 그것답게 타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코나 크로스 리뷰, 디젤 vs 가솔린
정속 주행 중심이라면 디젤 엔진은 이 정도의 연비가 구현된다. 즉 디젤은 디젤 엔진답게 타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코나에 대한 바람?

두 에디터는 각각의 코나를 단숨에 900km 가까이 탔다. 초점은 각 유종별 엔진에 대한 크로스 리뷰였으나, 그 외에 이 자동차가 상품성을 개선하는 데는 어떤 부분이 반영되어야 할지도 고민해보았다. 물론 코나는 2017 6월 중순에 출시된 이후 지난 11월 초까지 2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가치를 입증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연구원들이 여기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가솔린 엔진의 코나는 4륜 구동 레이아웃이 적용되며, 최고 사양의 경우 조향 보조 등 다양한 편의사양이 적용된다

우선, 디젤 엔진 기종의 경우 4륜 구동 레이아웃이 적용된다면 더 다이내믹한 감각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다. 실제 디젤 엔진의 경우 150km/h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 엔진 구동력 등에서의 부하보다는 후륜의 마찰력이 조금 아쉽다는 인상이 들었다. 이는 완만한 선회 시에도 조향 반응이 명확하지 않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4륜 구동이 적용된 가솔린 엔진의 경우는 후륜에 멀티 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되는데, 전륜 구동 모드만 사용하더라도 고속 주행 시 차선 변경 등에서 안정적인 조향 감각을 전했다. 물론 작은 차체에 중량의 증가와 패키징 문제로 인해 이 부분이 제외되었을 텐데, 이 과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4륜 구동 레이아웃을 갖춘 동급 경쟁 기종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전망해보았다.


코나 크로스 리뷰, 디젤 vs 가솔린
고속 주행 시 후륜의 마찰력만 안정된다면 코나 디젤 엔진 기종은 더욱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는 크게 단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연비도 기대 이상으로 구현되었고, 가솔린 엔진다운 최고 출력 영역에서의 고속 주행 능력도 만족스러웠다. 일정 수준 이상 주행거리가 누적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수리나 서비스 부분에서의 리스크만 잘 관리할 수 있다면 소형 SUV 분야에서, 그것도 다소 불모지로 여겨졌던 가솔린 엔진 영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최고급 사양에조차 오토홀드 기능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은 추후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자동차는 첨단 과학의 산물이지만, 상당히 감성적으로 평가되는 재화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일상의 다양한 감정적 장면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자동차의 제원을 끊임없이 분석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더라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동차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서울과 부산 간 왕복 900km에 달하는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의 교차 리뷰는, 각 자동차의 제원적 특성 외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 경험이었다.


한명륜 ·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