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넘어서는 가치, 혼다 오딧세이

자동차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있어 장르는 좋은 가이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그나마 SUV나 세단 등은 장르 혼종 성향이 강하지만, 미니밴의 경우는 가족, 레저 등의 가치와 강하게 연결된다. 물론 이는 사실이지만 차의 또 다른 매력 중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한다. 혼다의 미니밴인 5세대 오딧세이에는 그런 장르적 정의에 매여 놓치고 싶지 않은 매력이 있다.

날카로운 캐릭터라인과 리어 오버행

동급의 미니밴 중, 5세대 오딧세이는 외양, 특히 측면의 이미지에서 차별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카탈로그나 공식 보도자료 등에서 보던 것보다 리어 오버행이 길어 보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오버행의 길이를 결정하는 전장 대비 휠베이스 길이가 경쟁 기종들 중 상대적으로 가장 짧다.


장르를 넘어서는 가치,
혼다 오딧세이
혼다 오딧세이

장르를 넘어서는 가치,
혼다 오딧세이
토요타 시에나


장르를 넘어서는 가치,
혼다 오딧세이
기아자동차 카니발

 


혼다 오딧세이



토요타 시에나



기아차 카니발



전장
()


5,190


5,095


5,115


휠베이스
()


3,000


3,003


3,060

또한 측면 캐릭터 라인의 개성 역시 두드러진다. 경쟁 차종들이 비교적 부드러운 면처리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완만한 볼륨감을 추구한 데 비해 혼다의 캐릭터 라인은 상대적으로 무척 날카롭게 구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면 솔리드 윙 페이스의 날카로움이 1, 2열 도어 하단부, 그리고 2열 좌석에서 3열 좌석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의 캐릭터라인에도 반영되어 있다. 이것이 긴 리어 오버행과 더불어 무척 늘씬한 인상을 구현한다. 특히 시승차의 경우 빛에 따른 음영의 두드러짐이 뚜렷하게 잘 보이는 메탈릭 레드 컬러여서 오딧세이 특유의 캐릭터 라인이 더 잘 살아났다.

오딧세이의 전면의 이미지는 파일럿, 9세대 어코드의 전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패밀리룩이다. 그러나 겉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속도에 따른 개폐형 공력 성능 개선 장치인 액티브 셔터 그릴이 내장되어 있다. 이는 주행 시 속도에 따라, 맞바람을 엔진의 냉각용으로 이용하거나, 혹은 차량의 다른 부분으로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혼다가 5세대 오딧세이의 디자인을 통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공력성능의 개선인 점을 감안하면, 액티브 셔터 그릴과 측면 캐릭터라인은 같은 목적을 위해 협응한다고 할 수 있다.

시트포지션과 스티어링휠의 조화

미니밴의 다른 경쟁자들도 최근 운전자를 위한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딧세이의 운전석에 앉으면 편의 기능을 넘어 본질적인 면에서 운전자를 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스티어링휠과 시트 그리고 계기반의 눈높이 등이 이루는 각도 등이 편안하다. 이는 조절기능으로만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미니밴이나 SUV 차종들은 트럭처럼 스티어링 휠이 다소 누워 있는 감각을 주는 경우도 있는 데 비해 오딧세이는 운전자가 차의 크기 등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부담을 최소화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보닛이 조금 짧은 파일럿을 탄다는 느낌에 가깝다. 사이드 볼스터는 두텁지만 팔 동작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이 볼스터에는 사이드 에어백이 설치되어 측면 사고 시 운전자의 팔이나 흉곽 부분의 상해를 최소화한다.

오딧세이의 A필러는 결코 얇은 편은 아니지만, 시야에 있어 걸림은 없다. 이는 어코드나 시빅 등에서도 느낄 수 있는 혼다 차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A필러와 1열 윈도우의 창틀 사이에 보조창을 두어 선회 시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이 작은 배려가 0.3초 이내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방으로 약간 비스듬하게 구현된 8인치 디스플레이의 각도 및 운전자의 측면 시야를 방해하지 않게 설계된 대시보드는 운전자가 이 창으로 시선을 향할 때 시선 방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드라이브 모드마다의 가치를 살려주는
10단 변속기

5세대 오딧세이는 FF 레이아웃 최초로 10단 변속기를 적용한 자동차다. 토크컨버터 기반 자동변속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단화 트렌드는 단연 동력 전달 효율의 제고를 통한 연비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고 출력 280hp(6,000rpm), 최대 토크 36.2kgm(4,700rpm)의 엔진은 3.5리터(3,471cc) SOHC i-VTEC V6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이룬다.

오딧세이의 8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이전 운전자들의 주행 거리와 연비를 볼 수 있었다. 720km를 주행한 경우 평균 연비가 6.2km/L, 415km를 주행한 운전자가 약 5.0km/L 정도다. 이 차의 도심 연비인 7.9km/L에 못 미치는 연비다. 시승차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이상할 것은 없는 수치다. 그렇다면 가혹 주행에 노출시키지 않았을 때의 연비는, 순간이라 하더라도 얼마나 구현될 수 있을지다 궁금했다. 시내도로 및 이와 이어지는 간선도로를 두어 차례 왕복해보았다. 최대한 급출발을 자제하며 약 15km를 달려보니 연비는 10.2km/L까지 뛰어올랐다.

변속기 다단화를 반기지 않는 이들은 지나치게 잦은 변속이 운전의 재미를 반감시킬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오딧세이의 경우 1단 기어비와 2단 기어비 폭은 각각 5.246:1에서 3.271:1로 결코 좁지 않다. 따라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의 초기 가속감은 6단 변속기 못지않다. 변속 엔진회전수는 2,000rpm 정도이며 기어비가 1:16단에서 1:0.78277단으로 넘어갈 때는 조금 더 높다. 다만 종감속 기어의 비는 3.61:1로 같은 10단 변속기각 적용되는 어코드의 3.55:1보다는 큰데 이는 미니밴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5세대 오딧세이는 버튼식 변속 장치를 적용했다. 주행 상태에서 ‘D/S’로 표기된 주행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스포츠 모드로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변속 타이밍이 조금 늦춰지고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는데, 이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스포츠 모드와 비슷하다. 그런데 이렇게 달리게 되면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7초 미만이다. 물론 덩치가 작지 않은 자동차로 이를 반복해서 실험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동급의 미니밴 중 최고 수준의 가속력을 자랑하는 자동차임을 실감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스포츠 모드가 아닌 노멀 모드에서도 7초대 초반의 가속 성능을 보였다. 해외 매체의 시승 자료에 따르면 60mph(96km/h) 도달 시간이 6.6초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작 이질감을 최소화한 ADAS,
혼다 센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