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는 거리의 풍경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주는 자동차 장르다. 지난 2017년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에 공개된 후, 1년 뒤인 2018년 4월 국내에 출시된 인피니티 Q60는 그러한 역할을 해 줄 자동차 중 하나다. 이 자동차는 잘 알려져 있듯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원하는 마니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G37의 후속이다. 그러나 이 자동차가 준 즐거움은 주행성능, 특유의 내구성을 넘어 독특한 도전정신으로 뭉친 차가 주는 쾌감일지도 모른다. 이 자동차의 가치에 대해 세 명의 기자가 의견을 나눠보았다.
뒷태와 라인이 특별한
인상파 쿠페
양완선: 디자인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특히 남이 타는 것을 뒤에서 볼 때가 예쁘다. 전면은 인피니티의 패밀리룩을 따르지만, 후면 윈드실드의 선과 트렁크 리드는 Q50나 Q70 등과도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한명륜: 눈을 두는 데마다 그 부분을 중심으로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인상파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쿠페답게 전체적으로 심플한 선인데 그 안에 세밀한 선과 볼륨 처리가 돋보인다. 특히 도어 하단부의 면처리는 선회 시 공력 특성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전면 윈드실드에서 루프로 넘어가는 선이 돋보인다. 윈도우 주변의 크롬 몰딩이 이를 강조한다. 측면에서 보면 낮은 차체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이 차의 컴패니언 모델이 이효영, 최별하 두 명이었는데, 그들의 키가 각각 176, 177㎝였고 힐 높이를 더하면 190㎝은 됐을 것이다. 이 차의 전고가 1,385㎜이다 보니 고저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양완선: 그러나 차고가 낮아도 납작하다든가 볼품없이 눌린 듯한 인상이 들지 않는다. 세부 곳곳에 비례감이 잘 적용되어 있다.
한명륜: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곳에 숨어 있는 디자인적 요소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뒷범퍼 하단, 배기구 주변에 약간의 패턴을 더함으로써 평범함과 또 한 번 멀어졌다.
이정호: LED 주간주행등이 구현하는 독특한 패턴도 돋보인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DRL의 윤곽대로 점등되는데, 앞 차 운전자에게는 확실히 각인될만한 인상이다. 인피니티를 좋아해 온 사람들은 이처럼 곳곳에 숨은 디자인적 포인트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화끈하기보다는
우아한 파워트레인?
한명륜: 주행 시 동력성능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Q60에는 닛산이 2016년 야심차게 선보인 3.0리터(2,997cc)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인 VR30DDTT V6가 장착됐다. 터보차저에서 다시 실린더로 들어가는 압축기를 수냉식으로 냉각시키는 시스템을 비롯해 각종 첨단 시스템이 적용된 엔진이라는 게 인피니티 측의 설명이다. 최고 출력은 401hp(405ps, 6,400rpm), 최대 토크는 48.4kg∙m(1,600~5,200rpm), 7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되어 파워트레인을 이루며 후륜 구동이다. 해외에는 4륜 구동 기종도 판매되는데, 국내 인피니티 유저들 상당수는 후륜 구동을 지지하는 편이다.
이정호: 쉬프트다운에 의한 가속 시 반응이 약간 더딘 편이었다. 특히 쉬프트 패들을 이용했을 때의 반응이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주행 감각이 굼뜨다는 것은 아니다. BMW M3나 M4의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처럼 폭발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100~150km/h 구간에서의 가속감이 우수했다. 그란투리스모의 성향도 엿보였다.
양완선: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감이 폭발적인 편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자동차가 느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가속을 시작했을 때 초기 움직임이 다소 점잖다는 인상은 받았다.
이정호: 수치상으로 0→100km/h 기록도 우수하다. 시승 중 수시로 체크해봤는데, 계속 4.9초 정도로 기록됐다. 150km/h 이상에서의 가속도 박력 있었다. 4월에 시승한 매체들의 경우 5초대로 기록된다고도 나오는데, 아마 노면 온도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명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터보랙이 해소되는 시점이나 배기음 등이 메르세데스 벤츠에 적용되는 최고 출력 333hp, 최대 토크 49kg∙m의 3.0리터 엔진과 비슷했다. 기민하고 폭발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저력이 있는 동력 성능이다. 다만 후륜 구동인만큼 주행시 제어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재미도 좋지만 안전이 우선인 까닭이다.
이정호: 변속기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인피니티가 특유의 내구성과 스포츠카의 가치를 조율하기 위해 고민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한명륜: G37과 같은 7단 변속기지만 기어비 폭이 전반적으로 촘촘해졌다. 대신 종감속 기어비는 보다 스포티한 성향에 맞게 세팅되었다. 물론 G37의 3.7리터(3,696cc) 엔진과의 특성 차이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양완선: 동일한 엔진은 아니지만 연비도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복합연비는 9.6km/L(도심 8.3, 고속 12)이지만 간선도로 중심으로 주행할 경우 15km/L 정도는 구현된다. 다만 도심 연비는 운전 습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기어 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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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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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비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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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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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비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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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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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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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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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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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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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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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3
|
1.68
|
3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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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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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1
|
1.984
|
1.119
|
4th
|
1.411
|
0.631
|
1.371
|
0.613
|
5th
|
1.000
|
0.411
|
1.000
|
0.371
|
6th
|
0.862
|
0.138
|
0.871
|
0.129
|
7th
|
0.771
|
0.091
|
0.776
|
0.095
|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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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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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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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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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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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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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의 정확성과 안정성에 대한
선입견을 정복하다
이정호: 조향에 대해서는 ‘적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포츠쿠페다운 강렬한 재미를 추구한다기보다는 원하는 만큼 안전하고 꼭 맞는 조향을 장점으로 꼽고 싶다. 운전자의 스티어링휠 조작을 전자 신호로 바꾸고, 이로써 모터를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
양완선: DAS(Direct Adaptive Steering)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조향 전자제어 시스템이다. Q50에도 적용되었다. 사실 이걸 몰랐다면 그러한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모터 개입에 의한 이질감 등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잘 다듬어진 테크놀로지라 할 수 있다.
한명륜: 물리적 조향축이 안정적이라는 선입견에 대한 도전 그리고 인피니티가 생각하는 고성능차 조향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고성능 차량의 주행에 있어 조향의 실수는 큰 사고로 이어진다. 같은 경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유압식 스티어링 휠을 쓰는 레이싱카의 드라이버들도 순간적으로 스티어링휠의 조작에서의 실수로 사고를 일으키거나 팔의 부상을 입기도 한다. 차선 이탈 방지장치와의 조화도 우수하다. 스티어링 휠 특유의 그립감과 디자인은 덤이다. 너무 크지 않지만 볼륨감 있는 경적 부분과 엠블럼의 비례감도 관능적이다.
이정호: 서스펜션의 감각도 스포츠 쿠페라면 단단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거부한다. 창문을 열어 놓고 과속 방지턱을 넘거나 노면 요철을 통과할 때 들리는 소리에 비해 좌석으로 느껴지는 충격은 상당히 걸러진 느낌이다.
한명륜: Q60의 서스펜션 시스템은 DDS(Dynamic Digital Suspension)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이 시스템은 차체의 좌우 하중 이동과 이에 따른 바운스, 그리고 가속과 제동 시의 차체 전후 하중이동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에 기반을 둔다.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댐퍼 시스템을 채용하는 제조사는 많은데, 그 중 DDS는 노면보다 차체에서 답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