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확장과 브랜딩 강화, 푸조 시트로엥의 이유 있는 자신감

푸조와 시트로엥의 주요 전략 차종들을 중심으로 한 시승회가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제주도에서 진행되었다. 푸조는 인기 SUV 3008과 2008, 시트로엥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편안함의 가치와 새로운 운전의 재미를 조화시킨 C4 칵투스를 비롯해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 등의 차종을 동원했다. 상당한 수의 매체 기자들을 상대로 진행된 이번 제주도 시승회를 통해 선보인 PSA의 신차와 이들의 국내 전략을  살펴보았다.

상품성 강화는 기본,
이제는 브랜드 가치다

2019년 1~2월, PSA가 보여준 한국 시장 신차 투입은 무척 공격적이었다. 2018년 세대교체를 통해 패스트백 스타일의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기능으로 돌아온 푸조의 508, DS의 DS7크로스백 그리고 시트로엥의 C4 칵투스 페이스리프트와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가 그것이다. 특히 푸조 시트로엥은 상대적으로 마니아 중심의 브랜드였던 시트로엥에 대해, 신차의 핵심 장점을 중심으로 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 기존 푸조와 통합해 진행하던 홍보 역시 별도의 전담 에이전시를 선정해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푸조 시트로엥은 2월 12일(화)부터 14일(목)까지, 제주도에서 대대적인 미디어 시승회를 진행하며 제품의 핵심 강점을 강조하는 일정을 진행했다. 12일에는 소형 SUV인 2008, 13일에는 주력 차종이자 인기 SUV인 3008과 5008의 시승회를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인 14일에는 시트로엥의 C4 칵투스 페이스리프트 및 피카소에서 이름을 바꾼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의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제주도는 2018년 12월 푸조 시트로엥 박물관 및 대규모 렌터카 사업소의 확충으로, 푸조 시트로엥의 한국 내 영업 역량 및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한 전략적 거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또한 산악 도로와 해안도로가 공존해, PSA의 신형 파워트레인 및 새로운 서스펜션을 적용한 주요 차종의 질적 체험에 최적화된 장소이기도 하다.

주입식 아닌 전달식,
여유로운 시승의 기회

PSA 그룹은 모터스포츠의 명가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고가의 고성능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대중들의 일상을 즐겁게 하는 실리적 명차를 만들어온 브랜드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에 대한 특허는 독일 제조사들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PSA의 자동차들은 이러한 장점을 표면에 드러내기보다는 차 안에 이를 녹이고 운전자가 일상 속에서 경험하도록 이끄는 편이었다. 따라서 짧은 거리를 두어 시간 동안 운전하는 일반적 시승 행사로는 그 가치를 다 전하기 어려웠다.

제주에서의 이번 시승 행사는 다양한 조건의 도로를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가능한 긴 거리를 주행하는 일정이었다. 온갖차가 참여한 마지막 날 시트로엥 익스피리언스 데이 일정은 공식적으로 4시간 동안이었지만, 차량 교체를 위한 중간 일정만 빼면 비교적 차량을 자유롭게 이용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자동차의 제원 정보를 서면과 이메일로 제공하고 간단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시승에 참여한 미디어 담당자들이 각자의 느낌으로 차를 해석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마련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차량에 대해서도 단편적인 평가가 아니라 처음 차량을 받았을 때와 주행을 하면서 도로 구간별, 속도대별로 인상 변화를 기록할 기회가 있었다. 또한 그러한 과정에서 해당 차종의 전기형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비교할 기회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이 그러했다. C4 칵투스의 페이스리프트는 최고 출력 118hp(120ps, 3,750rpm), 최대 토크 30.6kg∙m(1,750rpm)의 1.5리터 블루 HDI 엔진과 자동변속기인 EAT6의 파워트레인을 장착했다.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의 경우는 161hp(163ps, 3,750rpm), 최대 토크 40.82kg∙m(2,000rpm)의 2.0리터 블루 HDI 엔진과 EAT8이 조합되어 있다.

출발지에서 처음 천천히 빠져나올 때는 몰랐던 이전 기종 대비 변화상은 제주의 산간 도로와 해안도로를 다양한 속도 영역에서 주행하며 보다 자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긴 행정 거리를 가지면서도 절제된 움직임으로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선사하는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 시스템의 장점 역시 산간도로에서의 주행이 아니었다면 맛보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여기에 마지막 집결지인 푸조 시트로엥 박물관에서는 짧지만 장애물을 도로 위에 설치하고 C4 칵투스의 전기형과 신형을 비교 체험할 기회도 주어졌다. 참고로 상세한 후속기사는 시트로엥 C4 칵투스 페이스리프트의 시승기로 곧 이어갈 예정이다.


전략적 확장과 브랜딩 강화, 푸조 시트로엥의 이유 있는 자신감
ISOFIX 3개를 좌우로 장착할 수 있는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의 2열. 자녀가 있는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탄력받는 푸조,
스펙트럼 확장될 시트로엥

이번 행사는 푸조 시트로엥의 2019년 이후 국내 전략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푸조는 동급 수입차 중에서 디자인과 품질 만족도, 인증 이슈로부터의 자유로움 등을 내세워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한다는 기조다. 특히 전시장과 서비스망 확장은 향후 사업 방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트로엥은 더욱 고급 브랜드 DS의 독립과 더불어 모델 다양화로 승부할 계획이다. 사실 시트로엥의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일견 위험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트로엥은 신차가 없던 2018년에도 1,000대 이상을 판매했다. 2019년에는 더 합리적인 가격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유럽 시장의 인기 SUV C3 에어크로스, 중국 시장에서의 대성공에 힘입어 유럽에도 출시한 SUV C5 에어크로스 등이 모델 포트폴리오를 풍요롭게 할 예정이다. 여기에 유럽 주요 모터쇼에서 선보이거나 선보일 예정인 전동 파워트레인 차종의 적극적 도입으로 국내의 친환경 정책에도 부응할 계획이다.

물론 아직까지 PSA 그룹의 자동차들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단시간에 전적으로 달라진 마음을 갖고 다가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푸조 시트로엥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품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딩 및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중층적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그들의 차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인 유망 고객들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많은 판매대수를 기록하면 좋겠지만, PSA 그룹이 국내에서 차종 당 수천 대의 판매량을 당장에 기록할 수는 없다. 다만 소기의 목적을 이루며 단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다. 이번 제주에서의 시승 행사는 푸조 시트로엥의 이런 전략이 한국 시장의 자동차 문화에 얼마나 다양성을 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