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인식과 과제설정 돋보인 2019년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차종), 신기술 등을 IT 박람회에 빼앗기고 자동차 경기 퇴축으로 모터쇼는 퇴조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모터쇼 역시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지속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러한 도전에 응하려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19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지난 3 4, 서울시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조직위의 수장이 새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문답이 오갔다. 그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규모 줄었다?
테슬라 등 전기차 브랜드 적극 참여

2019 서울모터쇼 조직위(위원장 정만기, 이하 조직위’)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 서울모터쇼의 참가사는 완성차 제조사 및 부품사 등을 포함 190개사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94개사가 참여했던 2017 서울모터쇼 대비 근소한 차이로 줄어든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슬로건에 맞게 친환경차, 미래 에너지, 커넥티드카 분야 기업으로 질적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조직위 측의 설명이었다.

특히 환경 문제가 첨예한 화두인 가운데,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소속 기업과 한국전력, 동서발전 등의 에너지 기업의 참여도 눈에 띈다. 특히 서울모터쇼에 테슬라가 참여한다는 사실도 미디어의 관심을 끌었다. 어떻게 테슬라가 참여하도록 유도했느냐는 질문에 조직위 측은 테슬라의 홍보 니즈와 서울모터쇼의 가치가 부합했기 때문이라며 조직위가 특별한 노력을 했다기보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곧 미국 본사에서 신차종인 모델 Y를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서울모터쇼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조사이기도 하다.

지역적 한계 넘는
새로운 가능성 모색하는 서울모터쇼

서울모터쇼는 매년 월드 프리미어 차종이 제외되면서 양산차 기반의 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물론 관람객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는 좋지만 자동차 산업계의 비전을 제시하는 모터쇼로서의 위상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만기 위원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적 IT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의 예를 들었다. MWC는 매년 1,000여 개 이상 IT 기업이 참여하는 최대 전시회지만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라는 지역이 IT 산업에서 갖는 위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서울모터쇼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사의 월드 프리미어를 선뜻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지역성의 한계가 아니며, 결국 콘텐츠의 부족이라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나 모터쇼 효용론에 대한 논의는 자주 보아 왔지만 2019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가 다른 해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겸허한 현실 인식이었다.


현실인식과 과제설정 돋보인
2019년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는 2019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 정만기 위원장

정 위원장은 지속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이라는 테마가 향후 수년 간은 유효하며 유지할 만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서울모터쇼에 부족했던 콘텐츠가 결국 시대적인 요구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또 선제적으로 이슈를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한 나름의 결론으로 볼 수 있었다.

중소 모빌리티 전시 인식은 아쉽지만
대표 모터쇼 정체성 확립 의지는 돋보여

그러나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테마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위 측은 프리젠테이션에서 거듭 북미가전제품 박람회(CES)나 스페인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를 언급하며, 이들과 같은 첨단 지향의 전시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취재진들의 질문에서도 나온 바, 한국에는 이미 몇 종류의 친환경, 전기 모빌리티 관련 전문 전시가 지속성 있게 진행되고 있다. 2018 41회를 진행한 후 2019년에도 연달아 열리는 ‘EV 트렌드 코리아’, 11월 대구에서 진행되는 대구 미래자동차 엑스포등이 그 예다. 이러한 전시에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사의 핵심 전기 모빌리티 제품을 내놓았다. 현대자동차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SUV 기반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을 2018 EV 트렌드 코리아에서 최초 공개했고, 르노삼성은 SM3 Z.E, 닛산은 리프를 2017 11월 대구 미래자동차 엑스포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는 것은 좋지만 정체성에 있어서 문제를 노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미디어의 의견이었다.

2017년 대구 미래자동차 엑스포에 공개됐던 르노삼성의 SM3 Z.E(왼쪽)과 닛산 리프 전기차(오른쪽). 모두 국내 최초공개

이에 대한 조직위 측은 전문 전시의 영역은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지역 단위의 종합 전시시설의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물론 지역 전시장의 빈약한 활용도는 매년 언론에서 문제로 언급되고는 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친환경, 전기 모빌리티 관련 전시들의 경우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나름의 의미를 인정하고 있는 전문 전시다. 이런 전시들에 대한 인식이 다소 빈약한 점은, 오히려 한국 대표 모터쇼로서의 차별적 위상을 다져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있더라도,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가 2019 서울모터쇼 및 향후 모터쇼 운영에 대해 설정한 방향성은 근래 어떤 행사보다 긍정적이라 할 수 있었다. 논란이 있는 여성 컴패니언 모델의 기용 여부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는 참가사의 재량과 자율에 맡기고, 모터쇼를 관통하는 메인 테마 및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지향성을 꾸준히 강조한 점은 긍정적 신호다.

 2년 주기로 열리는 서울모터쇼는 한국 자동차 문화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과 어떻게 호흡하고 있나를 보여주는 현주소이자 가장 큰 자동차 축제다. 내용을 떠나서, 자동차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축제의 공간을 통해 자동차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장이 있다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런 전시에 현재 자동차 산업, 모빌리티 산업의 트렌드와 과제를 연결시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실패라고만은 할 수 없는 모터쇼가 될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근래 어느 때보다 충실한 기자간담회였다고 조심스럽게 평할 만했다.


한명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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