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 조금 특이한 취향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희소한 차를 원하시는 분들이죠. 물론 수집 목적으로 차를 사시는 분들 대다수가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중시하지만, 뭔가 애매한, 그 차가 전성기일 당시에도 주류라고 할 수는 없었을 그런 차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럭키슈에뜨 F/W 룩북에 배우 한소희 씨와 함께 나온 차도 그런 종류입니다.
한소희의 럭키슈에뜨 F/W 룩북
그리고 또다른 주인공
코오롱 FnC의 럭키슈에뜨 브랜드는 모델인 배우 한소희의 이미지 파급력이 큰 브랜드입니다. 초창기 모델 선정에 있어서 내부에선 다소 이견이 있었다고 하는데 JTBC <부부의 세계>, <알고 있지만>을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네임> 등이 히트를 기록하면서 모델의 이미지와 함께 동반 성장했습니다. 다양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마스크와 분위기 덕분에 어떤 콘셉트의 패션이건 그 이상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죠.
럭키슈에뜨는 시즌 신상 공개 일주일 전에 먼저 룩북을 오픈합니다. 2022 F/W 룩북에서의 한소희 씨는 은박지를 두른 듯한 클래식 스포츠카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차를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클래식카 같기도 하면서도 미래형 차종처럼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색온도가 낮은 화면은 글리치 효과가 더해져 레트로퓨쳐 스타일의 분위기도 구현했습니다.
물론 차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상당히 오래 된 차라는 것을 아셨을 텐데요. 지금은 저렇게 각진 디자인에 팝업식 헤드라이트를 가진 차가 없으니 말입니다. 조금 더 아시는 분들은 이 차가 로터스(Lotus)의 에스프리(Esprit)란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런데 어디서 저 ‘골동품’이 나왔나? 싶을 텐데요.
이 차는 국내의 빈티지 자동차, 클래식카 전문 기업인 ‘라라클래식’이 소장하고 있는 자동차 중 하나입니다. 국내 최대의 튜닝, 애프터마켓 전문 전시회죠. 오토살롱위크를 방문해보신 분들은 거기서 라라클래식이라는 부스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2022 부산국제모터쇼에서는 이 클래식카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 EV를 선보여 아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습니다.
최초의 터보 에스프리, 마지막 카뷰레터 SUV
그리고 조르제토 주지아로
아무튼 이 반짝이는 로터스 에스프리는 모델인 한소희 씨보다 6살이 많은 1988년생입니다. 본격적으로 터보차저를 도입한 에스프리의 3세대(S3, 1982~)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이자 마지막 카뷰레터 방식 엔진이기도 합니다.
카뷰레터란 연소실로 혼합기를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엔진 연소실에다 바로 필요한 만큼의 연료를 계산해서 분사하는 직분사와 달리 기계적인 열림과 닫힘으로 공연비(공기와 연료의 비율)를 조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연비는 나쁘지만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반응이 세밀하고 섬세하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물론 카뷰레터가 기계적으로 고장나버리면 정차 중에 엔진 소리가 점점 약해지다가 시동이 ‘피융’ 하고 꺼져 버리죠. 옛날 스텔라 같은 차들을 오래 갖고 계시다가 2000년대에 와서 폐차한 분들이라면 이런 기억을 갖고 계실 겁니다.
라라클래식 측은 2017년에 이 차를 일본에서 국내로 들여왔다고 합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 우리에겐 포니, 폭스바겐 골프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그 주지아로의 디자인에 감동받아서라고 합니다. 엄밀하게는 주지아로의 디자인이라기보다 주지아로의 오리지널을 피터 스티븐스라는 디자이너가 다듬은 것이었죠. 물론 기본 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너무 강해서 주지아로 디자인 자체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참고로 이 피터 스티븐스는 맥라렌 F1, 로터스 엘란 M100 등을 디자인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일본에서 가져온 영국 브랜드 차인데 운전석은 왼쪽에 있습니다. 아마 일본에서의 소유자도 미국형 차량을 구입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게 재미있는 것이,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이나 영국차를 타는 사람들이 일부러 우측 운전석 차량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었죠. 이게 사실 일본에서의 좌측 운전석 문화에서 넘어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좌측통행인 일본에서 다른 차들과 반대되는 좌석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나름의 차별화 포인트, 고급 사양이었던 것이고 한국 일부 자동차 마니아, 부유층이 그런 문화를 받아들인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닛산 스카이라인(R34) 같은 차종이었습니다.
이 로터스 에스프리 어딘가 눈에 익지 않으신가요? 바로 영화 <백 투 더 퓨쳐(Back To The Future)>에 나오는 드로리언과 외형을 어느 정도 공유했습니다. 저도 언뜻 봤을 때 드로리언을 생각했는데 로터스더군요.
로터스 에스프리가 V10이라고?
차에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왼쪽 후미등에 가까운 안쪽에 ‘V10’이라는 레터링을 보시고 ‘뭐야 로터스에 그런 엔진이 있었어?’ 하셨을 겁니다. 이렇게 헛갈릴 수도 있는게, 1990년대에 3.5리터 V8 엔진을 장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V10은 그냥 레터링이고, 로터스 에스프리 S3는 2.0리터와 2.2리터의 엔진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1988년형의 경우는 앞서 살펴본 대로 마지막 카뷰레터 기반의 2.2리터 가솔린 엔진이 있었는데요. 엔진이 후미에 있고 후륜 구동인, 포르쉐 911과 같은 구조의 차입니다.
2.2리터 엔진을 장착한 에스프리는, 상대적으로 적은 배기량인데 요즘 기준으로도 상당히 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