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브랜드 공간 브랜딩 ①노블클라쎄 강남라운지

<일반적인 승용차를 기준으로 하면 아무리 큰 차라고 해도 두 평(6.6㎡)을 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 제조사 및 연관 브랜드들은 그보다 더 넓은 이야기를 고객들에게 전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삶에 줄 수 있는 경험과 즐거움의 폭도 넓어집니다. 특히 프리미엄 이상을 지향하는 브랜드라면 더욱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범 모빌리티 브랜드들이 공간 브랜딩과 마케팅에 노력을 기울여 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온갖차는 국내 운영 중인 주요 브랜드들의 전시 공간과, 그 공간을 통해 해당 브랜드들이 전하고 싶은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연재를 진행합니다. 첫 순서는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포함해 럭셔리 밴 코치빌더로 견고하게 자리잡은 KC 모터스의 노블클라쎄 강남라운지입니다.>

땅 모양의 차이는
공간 브랜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KC 모터스 노블클라쎄의 리테일 거점으로는 먼저 2016년 문을 연 판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3월 강남구 신사도의 강남 라운지로 이전했습니다. 이런 경우, 공간을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역시 통일성입니다. 이전에 있던 공간의 가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현재의 입지에 맞게 옮겨 내느냐 하는 작업이 필요하게 됩니다. 브랜드라는 용어는 원래 목장 주인들이 자신들의 가축에 소유권을 표시하기 위한 낙인에서 기인한 만큼 브랜딩은 일관성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죠.

그래서 강남구 신사동에 노블클라쎄 전시장의 공사가 진행 중일 때 과연 판교와 신사동이라는 입지의 물리적 특성이 다른 두 공간을 어떻게 통일할까 하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브랜드를 알고 있던 이들에게 판교의 이미지가 남아 있을 겁니다. 그에 비해 노블클라쎄 라운지는 상대적으로 평지입니다. 전시장의 전면 파사드(외관 면)도 깔끔한 사각형입니다. 외관 디자인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에대한 고민은, 함부로 헤아릴 순 없겠지만 어찌 됐든 부담이 적었을 겁니다. 

그에 비해 강남 라운지는 경사가 심한 을지병원 사거리의 코너 공간입니다. 전시장의 외관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부터 재정의하고 들어가야 했을 겁니다. 건물이 크긴 하지만 사각형이 아닌 공간이라면 차의 전시 구도를 잡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칫하면 일하는 사람이나 방문고객의 동선이 꼬이죠. 미관과 브랜딩은 다음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노블 클라쎄 강남 라운지의 외관 디자인은 전략적으로 훌륭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공간 브랜딩에서 외관 출입구 부분을 만드는 방식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은은한 노출과 단절의 조화가 돋보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을 따라 유리창이 늘어서 내부를 볼 수는 있지만 완전히 멈춰서 보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는 이미지가 됩니다. 딱 궁금증을 일으킬 정도만 내부를 보여주죠. 그러다가 정면으로 가면 높고 커다란 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커다란 문은 단절의 효과를 냅니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문은 생각보다 가볍게 밀리고, 밀고 들어갔을 때 전시장 직원들의 환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절과 환대가 잠시 공존하고 고객은 혼돈에 빠지며 정서적으로 무장해제됩니다. 입구 공간을 만들 때의 정석이죠.

물론 높은 층고를 기반으로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별도의 프라이빗 상담 라운지를 두는 방식은 판교와 동일합니다. 판교 전시장의 공간 디자인을 아래위로 좀 더 확장한 느낌이라 볼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기반의 노블클라쎄 L13처럼 전고가 높은 차도 여유롭습니다. 

살아 흐르는 1층의 동선
더욱 견고해진 2층의 기밀성

외부에서도 보이지만 노블클라쎄 강남 라운지 내에 차량이 전시된 공간은 부채꼴입니다. 공간 자체가 동적입니다. 바깥 창으로 보이는 풍경도 그렇죠. 차들이 놓여진 방식은 이 부채꼴의 현을 따릅니다. 자연스럽게 전시된 차량들이 놓인 모양부터가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2층의 프라이빗한 공간과 1층의 성격은 더욱 극명하게 갈립니다. 1층에서도 직접적인 계약 상담을 하겠지만 그보다는 차종들 경험하거나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미술관이나 전시장에서처럼 이동하며 관람하는 공간의 성격이 됩니다. 동측에는 노블클라쎄 차종들의 인테리어 소재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고 서측 벽에는 전시장의 향을 책임지는 프래그런스 보틀이 놓여 있습니다. 동쪽에는 소파,서쪽에는 상대적으로 높이가 높은 테이블이 놓여져 있죠. 전자는 브랜드나 차량을 처음 경험하러 오는 이들, 후자의 경우에는 전시장을 재방문하거나 내부 관계자들이 이용할 법한 공간으로 보입니다. 


모빌리티 브랜드 공간 브랜딩 ①노블클라쎄 강남라운지
동측

모빌리티 브랜드 공간 브랜딩 ①노블클라쎄 강남라운지
서측 공간

그리고 어둡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계단이 서측 벽면을 따라 있습니다. 사실 노블클라쎄 라운지는 엄밀히 단층인데, 층고가 높다 보니 복층 구조의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아래층에 비해 무척 어두운 이 공간의 분위기는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의 조명, 긴 나무 테이블, 금박의 평면조형 작품 등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편안하게 쉴 수도 있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의 인도로 여기에 올라오게 된다면 무척 잘 대접받는다는 생각을 할 만한 분위기죠. 여는 고급 완성차 브랜드의 프라이빗 공간보다도 어둡습니다.

사실 고급 브랜드라 하더라도 계약이나 고객 개인별 응대 공간의 분위기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차량의 이용자와 구매자가 거의 동일한 개인인 스포츠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경우에는 계약 등을 진행하는 프라이빗 룸이 그렇게 어둡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업이나 법인 구매자가 많은 노블클라쎄 라운지의 이 공간은 어둡고 조용합니다. 아무래도 법인 담당자들이 구매 절차를 진행하러 오다 보니 보안이 중요해서일 겁니다. 물론 계약 담당자들이 고객사를 찾아가서 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노블클라쎄는 인지도와는 달리 마케팅도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진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객군의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조용하게
차를 닮은 공간

노블클라쎄의 빌드업 튜닝 밴들의 내부는 화려합니다. 단지 모양만이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이슬람권 고객들을 상대하는 기업들을 위해 별도 기도 공간인 우두를 둔 차종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들은 거대한 몸체 안에 감춰져 있습니다.컬러 배리에이션은 아주 신경써야 보이는 퍼플 정도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요한 사람들을 편하게 이동시키되, 보안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법인 구매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전시장 역시 그러합니다. 기본적으로 노출 콘크리트인데 어두운 도색을 통해 불필요한 빛은 흡수하도록 했습니다. 천장으로 지나가는 배관 등에도 반사가 없는 검정 도료가 도색돼 있습니다. 사실 천장고가 높다 보니 일부러 고개를 뒤로 젖히지 않는다면 위를 볼 일은 없습니다. 남향이고 창이 높은데도 직사광선이 실내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바닥재도 반사율이 낮습니다.

그래서 전시장 중앙에 있는 샹들리에의 경우 전시장의 조형 논리 속에서는 다소 튀는 느낌입니다. 물론 전시장 자체가 명상의 공간은 아니므로 액센트가 되는 부분은 있어야 하는 게 맞겠지만 다소 이질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높은 곳에 매달려 있으므로 굳이 고개를 젖혀서 보지 않는다면 크게 눈에 띌 일은 없습니다. 

노블클라쎄 강남라운지는 KC 모터스와 노블클라쎄가 양산 능력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카로체리아(바디 제작, 빌드업 튜닝 등을 맡는 공방 기반의 기업)로서 한국 모빌리티 시장의 주류에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강남에 플래그십 공간을 낸다는 것은 양산에 기반한 고급소비재들이 확실한 인지도를 갖추고 그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노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KC 모터스가 향후 한국 모빌리티 시장에서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성장할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이겠습니다.

다음은 대중성과 프리미엄의 가교, 기아360입니다.

·사진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