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아이가! F. 알론소, 르노와 함께 F1 복귀

지난 2018년 시즌 이후 F1을 떠났던 스타급 드라이버 페르난도 알론소( 38, 스페인) 2021 시즌 다시 복귀한다. 지난 7 8, 르노 F1 팀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페르난도 알론소는 2002년 르노에서 공식 데뷔했고, 이후 2008~2009년에 두 번째로 합류했으며, 이번이 세 번째 합류다. 르노는 페르난도 알론소와 젊은 드라이버 에스테반 오콘으로 2021년 라인업을 꾸린다고 발표했다. 통산 314회 그랑프리에 참가하면서 2005년과 2006년 통산 2회의 F1 챔피언을 차지했고, 32번의 그랑프리 우승과 97회의 포디움 피니시를 이룬 이 베테랑의 귀환에 모터스포츠 팬들은 축하와 기대를 아끼지 않고 있다.

WEC 토요타 가주 레이싱 우승,
내실 다진 스타

모터스포츠 드라이버들은 가능하면 스프린트 레이스와 내구 레이스를 모두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F1을 떠나 있었던 페르난도 알론소의 시간은 값진 것이었다. 특히 토요타 가주 레이싱 WEC(월드 내구레이스 챔피언십) 팀의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2018~2019 연속 우승의 중심에 있었다. 2018년에는 세바스티앙 부에미, 카즈키 나카지마와 함께 TS050 LMP1 하이브리드 머신(#8)을 탔고, 2019 6월에도 동일한 멤버로 TS050 하이브리드(#8)를 타며 토요타의 한을 푸는 데 기여했다.


패밀리 아이가! F. 알론소,
르노와 함께 F1 복귀
2019 WEC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대회에서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우승을 견인한 페르난도 알론소(가운데 왼쪽)

WEC의 르망 내구레이스 우승은 F1 시즌 챔피언 못지않은 영예로 통한다. 강인한 체력은 물론 팀워크 치밀한 전략 수행 면의 어려움은 오히려 F1 이상이다. 그의 이런 이력은 2021 시즌 F1 그리드 복귀를 설레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드라이버들이 노장의 반열에 올라서며 체력 저하와 이로 인한 집중력 부족으로 승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는 가혹한 내구레이스에서 성적을 내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킨 셈이다.

여기에 2020년 토요타 가주 레이싱 소속으로 험난한 다카르 랠리에도 참여했다. 비록 경기를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드라이버로서의 커리어를 한층 두텁게 하며, 후일 그의 자서전을 위한 한 챕터를 추가했다.


패밀리 아이가! F. 알론소,
르노와 함께 F1 복귀
다카르 랠리에도 참여한 페르난도 알론소

“어마어마한 자산의 확보”
르노의 단호한 결정

COVID-19 사태로 지난 7월 첫째 주 주말 오스트리아 GP에서야 시작된 2020 시즌 F1은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 팀의 발테리 보타스가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그러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9명의 드라이버들이 탈락한 가운데 순위에는 약간의 변화가 보였다. 맥라렌의 젊은 피 랜도 노리스가 3위에 올랐고, 실력에 비해 자리를 잘 찾기 어려웠던 르노의 에스테반 오콘이 8위에 올랐다.

사실 COVID-19 사태로 인해 시즌이 중단된 동안 자연스럽게 주목받은 것은, 운전대를 잡은 직업인 중 세계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20명의 거취였다. 특히 르노는 팀의 주축이었던 다니엘 리카르도가 2021년 맥라렌으로 이적하기로 돼 있고, 니코 휠켄버그는 에스테반 오콘으로 대체된 상태였다. 팀의 중심이 될 중량감 있는 드라이버의 존재가 필요했다. 그의 2021년 합류를 두고 르노 레이싱의 시릴 아비테불 이사가 어마어마한 자산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가족과 함께 포디움으로 돌아가겠다
페르난도 알론소

흔한 수사일 수도 있지만 페르난도 알론소는 르노 F1 팀을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적어도 이 상황에서 그의 말은 진심으로 들린다. 사실 그는 F1에서 팀을 많이 옮겨 다닌 편이다. 야심과 승부욕이 강한 그의 우승을 향한 집념이었는데, 정작 우승을 맛본 것은 르노에서뿐이다. 물론 훌륭한 성적을 계속 냈지만, 누구나 우승을 기대해 마지않았던 스쿠데리아 페라리와의 조합은 콩라인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2012년에는 당시 레드불의 제바스티안 페텔에 3포인트 뒤진 278포인트로 아깝게 2위에 머물렀다.

그 이후 이적한 맥라렌은 그의 F1 첫 은퇴 이전 가장 좋지 않은 커리어가 됐다. 현재야 레드불과 손잡은 혼다 엔진이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맥라렌과 혼다의 조합은 최악이었다. 2017 시즌에는 7회나 리타이어 하면서 정상적인 순위 싸움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당시 맥라렌 측에 혼다 엔진을 버리든지 나를 버리든지 하라며 분노를 표했다. 그러나 이어진 2018, 맥라렌이 르노와 새로이 엔진 공급 계약을 맺고도 리타이어 6회를 기록하며 엔진 문제가 아닌 팀 미케닉 운용의 문제란 게 드러났다. 알론소가 F1을 떠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패밀리 아이가! F. 알론소,
르노와 함께 F1 복귀
스쿠데리아 페라리 시절의 페르난도 알론소

패밀리 아이가! F. 알론소,
르노와 함께 F1 복귀
맥라렌 시절 젠슨 버튼과 함께 한 알론소

팀 멤버인 에스테반 오콘과 함께 포디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포부는 생각보다 겸손하다.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는 미소가 그걸 말한다. “2022 시즌을 대비해 팀과 함께 충실히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겠다고 밝힌 그는 당장 내년 시즌의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한다. 또한 동시에 팀이 그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는 커리어에서 이룰 것은 다 이룬 드라이버다. 승부욕이야 있겠지만 욕심만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도 깨달은 나이다. 그와 함께 달리게 될 에스테반 오콘이, 베테랑을 보며 성장할 기회를 얻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내구레이스에서 쌓은 또 다른 경험과 강인함으로 포디움을 수차례 더 정복한다면 금상첨화다.

르노는 사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닛산과 얽혀 꽤나 골치 아픈 상황이다. 연초, 카를로스 곤 닛산 전 회장의 악기 상자 은신 탈주극 배경에 일본 닛산과 프랑스 정부의 기싸움이 있다는 설도 나돌았고 실적도 크게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COVID-19로 인한 경제 퇴축까지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세기, 끔찍한 전쟁을 두 차례나 겪은 이후에도 기업과 프랑스 자국민들의 분위기를 살려낸 것은 모터스포츠였다. 가장 영광된 시절의 드라이버를 재영입함으로써 르노가 노리는 것은 2021 시즌의 순위를 넘어 기업 차원의 분위기 쇄신일 가능성도 크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