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배의 등장과 지속가능형 모터스포츠 타이어, 미쉐린 ‘2021 무빙온’

탄소중립은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에도 중요한 이슈다. 특히 소모성 제품인 타이어의 경우, 과연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난제였다. 미쉐린은 61일부터 4일까지 몬트리올, 파리, 싱가포르 3개 도시에서 피지털(Physital, Physical+Digital)’ 형태로 개최된 ‘2021 무빙 온(Moving On)’에서 모빌리티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혁신 사례로 해상 운송의 탈탄소화에 기여하는 위사모(WISAMO) 프로젝트와 46% 지속 가능한 소재로 구성된 고성능 레이싱 타이어를 공개했다. 

돛단배의 부활?
해상 운송 탈탄소화

이번 무빙 온 서밋에서는 기상천외한 그러나 잊고 있었던 인류의 지혜가 현대적으로 재등장했다. 바로 자동으로 접을 수 있는 팽창식 날개 돛 시스템을 활용한 WISAMO(Wing Sail Mobility) 프로젝트다. 이 시스템은 미쉐린 R&D와 미쉐린 그룹의 ‘완전 지속 가능한’ 비전을 반영한 두 스위스 발명가의 협력 벤처의 결과물이다.

이 시스템은 무한한 추진력인 바람을 활용한다. 에너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혁신적인 설계를 통해 선박은 연료 소비를 줄이고 CO2 배출량을 줄여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WISAMO 프로젝트 팀의 이 자동 돛 시스템은 대부분의 상선과 유람선에 설치할 수 있다. 특히 승용 및 화물차 운송선인 로로(RO-RO)선, 벌크선 및 오일 및 가스를 운송하는 대형 선박의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조선 시 기본 장비로 장착하거나 운행 중인 선박에 개조를 통해 장착할 수 있다.

날개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프로젝트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바람 방향을 기준으로 근거리에서 그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입증됐다. 돛대는 접을 수 있어 선박이 항구에 들어갈 때나 다리 아래를 지날 때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선박 연비를 최대 20% 향상시킬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장이자 프로젝트의 홍보대사인 미셸 데죠아요(Michel Desjoyaux)와의 협업은 미쉐린의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노련한 선원으로서의 의견과 기술적 지식은 실제 해상 운송 조건에서 테스트될 계획이다. 데죠아요 선장은 “풍력 추진의 장점은 풍력 애너지가 깨끗하고, 비용이 들지 않고, 보편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상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개선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WISAMO 시스템은 미쉐린이 시험 단계 완료 이후, 2022년에 생산하고 상선에 장착될 것으로 미쉐린 측은 내다봤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미쉐린이 미래 규제에 앞서 보다 친환경적이고 완만한 해상 모빌리티를 실현하는데 기여한다. 미쉐린은 기업의 성장의 일부분을 새로운 친환경 비즈니스 개발에 투자 중이다. 

친환경 소재 46%의
레이싱 타이어

모터스포츠는 필연적으로 타이어 소모가 심하다. 특히 24시간을 달리는 내구레이스는 더욱 그러하다. 미쉐린은 내구 레이스용 그린GT 미션 H24(GreenGT Mission H24) 수소 구동 프로토타입용으로 46%의 지속 가능한 소재가 포함된 레이싱 타이어를 공개할 예정이다.

물론 지금도 타이어 컴파운드에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다. 그러나 모터스포츠에서 요하는 강력한 마찰력을 구현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미쉐린은 천연 고무의 함량을 늘리는 한편 수명을 다한 타이어에서 카본 블랙을 회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타이어 컴파운드에 사용되는 유기 물질(bio-sourced)로는 오렌지 및 레몬 껍질, 해바라기 기름, 소나무 수지가 있으며 재활용 알루미늄 캔 및 폐금속 제품은 타이어의 비드(bead), 카카스(carcass), 벨트(belt) 등을 구성하는 소재로 재활용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2050년까지 모든 타이어에 100%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2030년까지, 타이어에 지속 가능한 원료를 40% 사용하겠다는 초기 이정표를 가시권으로 앞당긴다. 설계 프로세스와 조달에서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미쉐린의 전략이다. 

모터스포츠용 타이어의 친환경화 모색은 이미 전기차 레이스인 FIA ABB 포뮬러-E 챔피언십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석유 기반 엔진 파워트레인을 활용하는 내구레이스에서도 이러한 기술이 적용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플로랑 메네고(Florent Menegaux) 미쉐린 CEO는 “(무빙온 서밋)의 파트너들과 미쉐린은 모빌리티는 물론 삶에 내재한 ‘움직임(movement)’라는 가치에 주목하며 이것이 발전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공유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미쉐린이 제시한 두 가지 혁신적 연구는 모빌리티를 더욱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미쉐린의 의지를 입증한다”며 힘주어 전했다. 

미쉐린은 지난 4월 8일, 파리에서 열린 캐피털 마켓 데이(Capital Markets Day) 행사에서 2030년까지 미쉐린의 비즈니스를 완전히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전략 ‘미쉐린 인 모션’ (Michelin In Motion)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미쉐린은 탄소 배출과 물 및 용해성 물질 사용 같은 비친환경적 외부 요인의 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2023년까지 약 10% 이상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타이어 기업 미쉐린이 난제의 답에 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