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 원 7회 월드 챔피언을 지낸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이 음악에 애정이 깊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 SNS 채널을 통해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하는 영상을 꾸준히 올려 왔고, 포뮬러 원 드라이버가 되지 않았다면 하는 질문에도 음악가를 꼽을 정도다. 사실 그의 음악가를 향한 꿈은 절반 정도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2018년 앨범인
그런 그가 자신의 시그니처(서명) 기타를 곧 갖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세계적인 기타 제조사 잭슨(Jackson Guitars)는 곧 루이스 해밀턴의 시그니처 모델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놀랍게도 해밀턴의 시그니처 기타는 8현 기타로 제작될 것이라고 한다. 통상 기타는 스탠더드 튜닝 기준 가장 위(고음현)부터 E-B-G-D-A-E 순이고 7현의 경우 낮은 B가 추가되며 8현의 경우는 여기에 F# 음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통상 8현 기타를 쓰는 방식은 8현을 E, 7현을 A로 각각 한 음씩 낮춰서 쓰는 경우가 많다. 극도의 저음을 통해 무겁고도 강력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젠트(Djent)라는 스타일에서 자주 사용되고, 기존 베이스와 기타의 영역을 허물고 리듬과 화성의 확장성을 극대화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계열의 연주자들도 즑 쓴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게임이나 격정적인 스포츠 경기, 광고의 삽입 음악에도 8현의 극저음이 통한다.
사실 해밀턴의 음악적 커리어(?)에서 볼 때, 이 8현 기타는 매우 이색적이다. 그가 접촉해 온 음악계 인사들은 주로 리듬 앤 블루스나 소울에 기반한 이들이었기 때문. 따라서 그가 이 새로운 ‘장난감’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활용할지도 흥미롭다. 참고로 잭슨에서 7현 기타를 시그니처로 제공하는 뮤지션은 2000년대 메가데스에서 활동했던 크리스 브로드릭 정도이며, 양산형 8현 기타는 600달러 미만인 저가다. 따라서 해밀턴의 시그니처가 나오면 잭슨에서 가장 비싼 다현 기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잭슨 기타는 최고의 기타 브랜드인 펜더(Fender)사에서 독립한 그로버 잭슨이라는 인물이 1980년대에설립했다. 그가 세운 잭슨은 헤비메탈 연주에 적합한 견고함과, 각을 살린 헤드 및 ‘V’자 형태를 재해석한 바디 디자인,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살린 픽업과 회로 설계 등으로 일약 명품 반열에 올랐다. 설립 초기부터 오지 오스본과 함께한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를 비롯해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인 메가데스 등 전설적 밴드 및 기타리스트들과 협업 계약을 통해 함께 입지를 다졌다. 그렇다고 메탈 음악에만 최적화된 브랜드가 아니다.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시스템과 궁합이 우수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뮤지션들도 스튜디오와 무대에서 애용하고 있다.
한편 루이스 해밀턴은 챔피언십 드라이버 부문에서 막스 페르스타펜(레드불 혼다)에 14포인트 뒤진 138포인트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14 포인트는 한 대회에서 페르스타펜이 11위 이하로 떨어지거나 리타이어를 할 때 해밀턴이 3위(15포인트)만 기록해도 뒤집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해밀턴은 지난 5월 9일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스페인 GP에서 폴 투 윈을 기록한 이후 이탈리아 몬자에서 7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는 15위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바쿠에서는 타이어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브레이크 과열을 이용하는 ‘매직브레이크’ 오조작으로 포인트를 잃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머신 문제였다고 항변했지만 팀은 이례적으로 ‘머신도 해밀턴도 문제가 아니라 해밀턴의 손가락이 문제였다’고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내놨다.
물론 그 이후 두 번 연속 2위를 기록했지만, 그 두 번 연속 1위가 막스 페르스타펜이었다. 해밀턴 경으로서는 반등에도 불구하고 ‘왕권 찬탈’의 여지를 확실히 허용한 모양새가 됐다. 과연 한 주 내에 잭슨의 새로운 8현 기타를 받게 되는 그가, 웅혼한 8현 기타 사운드와 함께 8번째 월드 챔피언으로 가기 위한 챔피언십 리드를 탈환할 것인지 귀추가주목된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