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네덜란드 잔보르트(Zadvoort)에서 진행된 포뮬러 원 그랑프리는 레드불 레이싱의 막스 페르스타펜이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앞에서 폴 투 윈을 기록하며 끝났다. 그러나 정작 더 흥미로운 일들은 레이스 이후에 일어나고 있다. 2022년, 키미 래이쾨넨 발 포뮬러 원 드라이버 이동 소식을 간략히 전한다.
‘잇츠 보타스’
뛰어나지만 스타성은 부족한 드라이버?
포뮬러 원 팬들은 발테리 보타스(Valterri Botass) 하면 ‘It’s James’라는 밈(meme)을 떠올린다. 2018년, 독일 그랑프리에서 팀 전략 디렉터 제임스 보울즈의 무전인데, 피트 스탑 한 루이스 해밀튼의 패스티스트 랩 기록을 넘어서지 말아 달라는 무전이다. 정정당당해야 하는 스포츠에 무슨 말인가 싶지만 원래 포뮬러 원에서는 소속 팀의 대표 드라이버에게 영광을 밀어주는 것이 관행이다.
이 일화는 단지 웃음거리로 넘길 수 없었던 보타스의 입지를 반영한다. 2017년, 은퇴한 니코 로즈베르크를 대체한 보타스는 성적만으로 보면 꽤 준수한 드라이버였다. 해밀튼에 팀의 모든 화력이 집중됐음에도 92번의 그랑프리를 치르는 동안 17회 폴 포지션을 차지했고 54회나 포디움에 섰다. 그 중 9회는 가장 높은 곳이었다. 그렇게 얻은 포인트는 총 1,224점이고, 2019년과 2020년에는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하며 팀이 7년간 통합 우승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명 드라이버들이 많은 핀란드 출신답게 실력은 인정받았으며 젠틀한 성격이 장점이었다. 충돌이 일어나도 다른 드라이버를 탓하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묵한 성격으로 스타성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나마 넷플릭스 시리즈 <본능의 질주> 시즌 3에서의 샤워 신에서 엉덩이 노출이 그나마 경기 외적인 화제거리였다. 보타스는 그런 사람(it’s Bottas)이었다.
‘머신빨’ 중요한 포뮬러 원,
보타스는 괜찮을까?
알파로메오 올렌 F1 팀은 명문팀 자우버의 후신이지만 약체다. 미국 팀인 하스와 윌리엄스와 하위권 경쟁을 하고 있다. 형제 팀인 페라리의 엔진을 공급받고 있는데, 2021 시즌엔 페라리도 부진하다. 그나마 포인트 피니시에 가까웠던 키미 래이쾨넨이 커리어를 마감하면서 폴란드 출신으로 폴란드 정유기업 올렌을 스폰서로 끌어온 로버트 쿠비차가 잠시 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나마 다른 드라이버 안토니오 지오비나치는 팀이 키우고는 있지만 성장이 더디다. 2021 시즌 얻은 포인트가 1이다.
전체적으로 약팀 그 자체다. 어떤 출중한 실력의 드라이버가 오더라도 그 한계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력적으로 크게 부족하지 않고 우승도 경험한 신성급 드라이버 샤를 르클레르도 페라리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 알파로메오가 그보다 사정이 나으리라는 법이 없다. 아무리 과묵하고 남 탓하지 않는 핀란드인인 보타스라지만 그의 ‘보살행’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엘리트 드라이버 조지 러셀,
사인 확정할까?
벨기에 GP에서 생애 처음 포디움에 오른 윌리엄스의 조지 러셀은 발테리 보타스의 자리를 차지할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힌다. 벨기에 GP에서 레드불 레이싱의 수장 크리스천 호너가 조지 러셀에게 ‘이적 축하한다’고 농담을 건넸을 정도다. 사실 ‘위닝 머신’이라 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를 타려는 드라이버는 널렸다. 심지어 레드불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아 온 막스 페르스타펜조차도 2019시즌 공공연히 이적을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윌리엄스가 약체이긴 하지만 같은 메르세데스-AMG의 파워 유닛을 사용한다는 점, 포뮬러 2 챔피언 출신이라는 점 등 그는 이전부터 주목받았다. 특히 엘리트 드라이버 양성 시스템이 자리잡은 이후 최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드라이버이기도 하다. 여기에 2020년에는 사키르 그랑프리에서 COVID-19 양성 반응을 보인 해밀튼을 대신해 우승할 뻔한 역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그가 입은 메르세데스의 유니폼이 무척 어울렸다는 외신들의 평가도 따랐다.
9월 7일 현재, 이 소식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가능성은 높지만 이변은 있기 마련이다. 언제나 최고를 지향하는 팀인 메르세데스가 가능성 있는 미래가 아닌, 검증된 현재를 원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면 보타스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 온 드라이버를 골라야 하는데 그 수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과연 포뮬러 원의 SNS에 긴급 소식으로 러셀과의 계약 소식이 올라올지 아니면 전혀 다른 드라이버의 모습이 올라올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지구에서 20명에게만 허락되는, 평균 연봉 약 900만 달러(10위 이하 약 270만 달러)의 꿈의 직업. 그러나 그 안에도 서열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서열은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팀이 처한 사정과 위치 등 모든 것이 포함된 자리다. 그래서 포뮬러 원 드라이버의 팀 이동은, 누군가에겐 축복이고 누군가에겐 다소 원치 않는 여행이기도 하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