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인구가 600만을 바라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골프 문화의 변화입니다. 100타를 깨고 보기플레이어인 90대 스코어에 도전하고 싱글로 가는 80타수에 진입하고 꿈의 70대 타수에 진입하겠다는 식의 ‘성장지향’ 골프가 대세였죠. 그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골퍼들의 큰 관심사였습니다. 남자 골퍼들은 여기에 장타 욕심이 있었죠.
그러나 최근 골프를 즐기기 시작한 이들은 단지 타수 외에도 멋진 골프웨어 입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 남기가, 여행처럼 자동차 사진 찍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골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골프를 대하는 생각의 변화 자체가 골프의 저변을 넓히고, 업계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보수적이었던 골프장이나 기존 골퍼들도 이런 변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늘집 한 잔의 유혹, ‘드라이버’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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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는 ‘그늘집’이라 불리는 휴게 공간에서의 요기입니다. 아무리 카트를 타고 돈다지만 4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다 보면 조금 출출하거나 목이 말라지기도 하죠.
특히 ‘한 잔’의 즐거움을 어찌 빼놓을 수 있을까요. 시원한 막걸리, 겨울 추위를 달래주는 오뎅 국물과 사케, 여름 라운드에 빠질 수 없는 청량한 맥주 한 잔은 골프장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이 즐거움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죠. 바로 운전자입니다. 1박 2일 골프 리조트 여행이라면 모를까, 당일치기 골프를 즐기는 이들 중 한두 명은 운전자입니다. 즐거운 라운딩의 마지막을 음주운전으로 먹칠해서야 안되죠. 하지만 동반자들이 그늘집에서 요란히 목젖을 움직여가며 막거리와 맥주를 넘길 때 세상 없는 서운함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술을 못 마시하는 사람이라면야 괜찮겠으나 평소 애주가라면 괴로운 순간이죠.
다행히(?) 최근에는 골퍼의 자차든 자체 보유 차량이든 골퍼들을 이동시켜주는 골프 라이딩 서비스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나 왕복 기준으로 25~50만 원 정도의 요금입니다. 다소 비싸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왕복 유가나 편의성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충분히 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이유가 됩니다. 무엇보다 음주나 피로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돈 값 이상을 하는 서비스입니다.
프리미엄화한 골프 라이드,
리무진 업체도 자체 서비스 런칭 |
어설픈 ‘가성비’는 저물고 확실한 ‘프리미엄’이 뜨는 것이 현재 비즈니스 트렌드입니다. 골프 라이드 서비스도 기본적으로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해외 패키지 서비스 상품도 내놓으며 확장한 무브(MOVV), 타다(TADA Golf) 등 기존 이동 플랫폼들도 골프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대리운전 업체들도 이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조금 곁가지를 쳐셔, 수행기사를 파견하는 서비스도 생기고 있습니다. 타다의 경우는 골프존 티스캐너와 협업을 통해 상호 보완 효과도 누리고 있죠. 그 외에 소규모의 기존 콜밴 택시들도 사업 영역을 골프 라이드 서비스로 확장할 조짐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니밴을 기반으로 특장차를 공급하던 업체들이 이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 현대 쏠라티 등을 기반으로 레저부터 의전 등 다양한 럭셔리 미니밴 리무진을 공급해 오던 KC 모터스 노블 클라쎄가 대표적입니다.
케이씨모터스는 2020년에 프리미엄 라이딩 서비스인 노블클라쎄 익스피리언스를 런칭했습니다. 노블클라쎼는 프리미엄 서비스답게 차량도 다양하고 서비스의 종류도 디테일한데요. 무슬림을 위한 할랄 프레스티지 차량은 차량 내 아잔(أذان) 기도 알람 시스템과 기도 전 손발을 씻을 수 있는 우두(الوضوء al-wuḍū) 공간 등 무슬림들의 기도 의식에 최적화된 차량까지 선보인 바 있습니다. 사실 다른 라이딩 업체들도 케이씨모터스가 기아에 납품하는 카니발 하이리무진 기반의 차량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보이지 않는 시장 점유 비중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노블클라쎄는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자사 골프 라이딩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홀인원 시 서비스 이용료를 돌려주는 홀인원 이벤트를 실시합니다. 이 서비스는 2018년에 이미 선보인 바 있습니다.
시장은 더 확대 가능
수행 기사 근로 환경, 자질이 관건 |
프리미엄 라이딩 서비스는 향후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프리미엄 라이딩을 원하는 골프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게다가 또 다른 기대 수요가 있죠. 바로 지난 2년간 거의 꽉 막혀 있던 결혼식입니다. 웨딩을 위한 프리미엄 라이딩도 놓칠 수 없는 서비스 영역이죠.
향후 자동차 제조사들의 주요 고객은 개인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큽니다. 각 브랜드들이 이에 대응한 전략을 부단히 마련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은 프리미엄용 차량을 직접 제작하는 애프터마켓 빌더들에게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관건입니다. 물론 각 업체들은 수행기사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홍보합니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상당수의 서비스 이용자들이 호평만을 전하고 있고 특별히 문제가 되는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수행기사들의 근무 만족도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합니다. 골프를 즐기는 고객들 상당수는 체면을 중시하는데 적절한 팁은 자신의 위신을 세우는 데도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근로의 조건의 안정성을 개개 고객의 시혜에 맡길 순 없죠. 수행 기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장치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만약 이런 수행기사에 대한 근로 시스템 혹은 고객의 기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매너를 당부하는 웰컴 및 오리엔테이션이 있으면 좋을 것 같군요. 다행히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런 특수형태 근로자의 보호에 대해서도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운전자 교육의 강화도 필수죠. 무엇보다 인명을 책임지는 직업이라는 것을 잘 주지시켜야 합니다. 교통 법규는 알고 있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실제 그 법규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테스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라이딩 서비스 이용 고객 중 1명은 부정기적으로 평가관이 들어간다든가 하는 방식이죠.
또한 운전 기술에 대해 과신한다든지, 추측 운전을 하는 행위 등도 지양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간혹 고객들 중에 이런 운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객 웰컴 시에 권유 사항으로, ‘교통법규 위반, 추측 운전 등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등의 문구를 넣어주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행자 보호의 의무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ADAS가 장착된 차량이라면 보행자 감지 시스템 등을 해제하지 않았음을 로그에 기록하도록 하는 방법도 하나일 것입니다.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자신의 애마로 골프장을 찾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때로 사람들과 어울려 즐기는 라운드 중의 한 잔이 운전의 재미보다 클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라이딩 서비스는 정말 최상의 선물이죠. 그 서비스가 더욱 안전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업계 관계자와 고객 모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