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와 현장 단속이라는 엇박자로 혼란이 있긴 하지만, 튜닝 및 애프터마켓 산업은 조금씩이나마 성장 중이다. 특히 자동차 검사 시 원상태 복구의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도장면의 보호 효과도 있는 랩핑은, 필름 컬러 및 질감의 다양화와 함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완성도 높은 시공이 가능한 전문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적 필름 전문기업인 3M의 한국법인과 협력해 이러한 전문 인력들을 양성하고 있는 카스킨 아카데미(에스알)를 온갖차가 찾았다.
경기도 화성시 서근리 산업단지에 위치한 에스알(대표 박무승)은 3M 랩핑 필름 대리점이자, 전문 시공자 교육을 맡은 협력사이기도 하다. 현장을 방문한 날은 4~5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3M 카스킨 전문 시공자 과정의 막바지 평가 단계가 진행 중이었다.
카스킨 아카데미 전문 시공자 과정은, 자격이 인증되는 2개 분야인 3M 그래픽 전반 시공 전문가(Preferred Graphics Installer), 카스킨 전문 시공자(Endorsed Installer) 교육 2가지로 구성된다. 3M 본사가 보장하는 자격인 만큼, 그 시험은 이론과 현장 시공 각 분야에서 13개 세션으로 엄격하게 진행된다. 이를 위한 교육을 약 일 주일 과정에 진행해야 하므로, 일정은 매우 빡빡하다.
3M 랩핑 필름은, 부착했다가 제거할 때 차체 표면에 무리를 주지 않고, 기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패턴이 적용되어 시공자의 편의성이 높다. 그럼에도 랩핑에는 숙련도가 요구된다. 특히 강한 재질과 부드러운 재질의 주걱(‘헤라’라는 일본어로 더 익숙)을 활용해 기포를 제거하고 시공면을 고르게 하는 기술은 부단한 연습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다. 교육생들이 상대해야 할 고객들은 요구 수준이 높다. 평가의 수준은 바로 고객이 만족하는 수준 그 이상이므로, 자격증 취득률은 30%대에 머무른다는 것이 박무승 대표의 설명이다.
사실 랩핑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5일만에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무리다. 한 교육생은 “적어도 5, 6년 이상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이 과정을 이수한다면 완전한 전문가로 환골탈태할 수 있다”고 교육 소감을 밝혔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에 자신의 드레스업 샵을 운영하거나, 혹은 샵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기존에 익혔던 부정확한 습관을 씻어내고, 완벽한 결과를 위한 정확한 시공 기술을 이론과 실제로 습득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교육생들은 처음부터 수용적인 태도로 교육에 임할까? 그에 대한 박 대표의 설명은 간명했다. “우선 이 교육은 무료 교육이 아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적이지 않으면 결국 손해는 교육생의 것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들 중 자신의 경력을 은근히 대우해주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다. 박 대표는 “그런 경우에는 이론 시간에 ‘정리’된다. 핵심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이 기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 7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오토살롱과 10월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튜닝 페스티벌에서 교육생들과 함께 3M 필름 랩핑 시연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내가 할 줄 알아야, 그것도 아주 잘 할 줄 알아야 교육생들이 프로그램에 신뢰를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강조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자신의 포르쉐 911 카레라 4S 차량도 3M의 화이트 골드 스파클 필름을 활용해 직접 시공했다. 이 차량은 숨은 곡면이 많은데다, 후미 엔진 부분의 방열을 위한 환기구까지 있어 랩핑 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3M 새틴 블랙을 이용해 구현한, 포르쉐 경주용 차량의 상징인 보닛의 줄무늬는 조금이라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볼썽사나워진다. 교육생들이 맞닥뜨려야 할 차량 중에는 분명 이러한 까다로운 차량도 존재한다.
3M의 랩핑 필름 1롤의 규격은 폭 1.52미터, 길이 22.85미터(25야드)다. E세그먼트 차량 한 대에 1롤이 다 사용된다. 한 롤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약 200만 원 정도이며, 신제품이나 특수한 광택 및 질감의 필름은 그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다. 교육생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연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름값도 만만치 않게 드는 셈이다. 물론 3M 본사에서 지원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소비되는 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카데미 측은 이를 비용보다는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곳에서 랩핑을 익히고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은, 결국 가장 익숙한 3M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무승 대표는 “교육 사업을 돈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은 단순히 명분이 아니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파이를 키우는 것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박무승 대표는 한국자동차튜닝협회(회장 승현창)에서 교육 부문의 이사를 맡고 있으며, 튜닝 분야의 국가자격증 및 국비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튜닝 및 애프터마켓 산업은 여러 산업 분야 중 가장 확실하고 빠른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에스알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3M 랩핑 필름의 총판대리점도 겸하고 있으며, 에스알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3M의 다양한 랩핑 필름을 구매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개인이 필름을 구매해 직접 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3M 그래픽에서 일하는 세계적 전문가들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기법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하지만 그걸 보고 모두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비싼 필름을 못 쓰게 된 이들이, 자투리 필름이 있다면 달라고 호소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개인들을 위해 카스킨 아카데미는 원 포인트 레슨, 3일 이내 단기 속성 과정과, 랩핑을 처음 접하는 지망생들을 위한 1~3개월의 직업반 과정 등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튜닝 문화가 남성만의 것이라는 인식이 옅어지면서, 여성들 역시 자신의 자동차에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교육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박 대표는 귀띔했다.
각 자동차 제조사는 갈수록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상품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새로운 컬러 역시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3M 랩핑 필름도 매년 각 제조사 인기 자동차들의 키 컬러를 활용한 필름을 꾸준히 발표해 오고 있다. 따라서 랩핑은 차체 보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차량의 키 컬러를 자신의 차량에 입힐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필름의 시공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가 많아진다는 것은, 자동차 생활에서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