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오토살롱 2017 특집③]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나?각양각색 커스텀 자동차

일본의 자동차 튜닝은 말 그대로 문화다. 도쿄오토살롱에 출품된 850대의 차량들은 실로 다양한 취향과 개성 및 목적을 담고 있었다. 눈길을 끌었던 차량을 주요 테마별 수상 차량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마니아들의 열정에 제조사가 답하다

혼다는 튜닝 마니아들의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제조사 중 하나일 것이다. 1973년, 혼다의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의 아들인 혼다 히로토시와 일본의 전설적 프로레슬러이자 ‘러셔’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마사오 키무라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모터스포츠 디비전 무겐(無限)은 모터사이클과 4륜차 모두에서 중요한 업적을 만들어 왔다. 도쿄오토살롱 2017에는 마치 스타워즈 클론 트루퍼를 연상시키는 인상의 무겐 가루(Garu) 콘셉트카를 출품했다. 이 자동차는 콘셉트카 부문 최우수상을 안았다. 차체를 둘러가며 둥근 띠가 연결되어 있는 듯한 면 처리의 개성과, 극도로 과장된 전면부 에어로파츠 등은 ‘꿈꾸던 차, 만들고 싶은 차’라는 무겐의 소개에도 잘 어울린다.


[도쿄오토살롱 2017 특집③]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나?각양각색 커스텀 자동차
혼다의 무겐

닛산의 니스모 역시 제조사의 이익논리 보다 마니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스포츠 중심 고성능 디비전이다. 이름부터 닛산 모터스포츠의 합성어인 니스모는 자사의 자존심 GT-R을 기반으로 한 경주차량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차량을 선보였다.


[도쿄오토살롱 2017 특집③]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나?각양각색 커스텀 자동차
닛산 GT R

상용차 부문에서는 거친 이미지를 마치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처럼 연출한 히노 트럭이 돋보였다. 대형 트럭 자체를 부스 공간구성 요소로 활용한 전략도 눈에 띄었으며, 디자인 분야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팝업스토어식 부스 디자인의 적용도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주요 차종으로는 총 적재 중량 13.7톤의 퓨전 커스텀 트럭, 2톤의 프렌들리 카고, 3.0톤의 조이풀 덤프 트럭이 있었다. 히노 트럭은 2017 다카르 랠리 트럭부문 T2 클래스에 출전하여 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도쿄오토살롱 2017 특집③]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나?각양각색 커스텀 자동차
놀이공원처럼 꾸민 히노 트럭의 부스
상상력이 돋보인 콤팩트 튜닝카

언뜻 평범한 외양이지만 원래의 자동차를 생각하면 발상의 전환이 참신한 자동차도 있었다. 원래 경형 자동차인 까닭에 일반적인 해치백 차량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슈팅브레이크 타입으로 차체를 개조한 다이하쓰의 코펜이 대표적이다. 해당 차량은 일본의 콤팩트카 전문 럭셔리 튜너인 KLC가 제작한 것으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은 차량이기도 하다. 다이하쓰는 제조사 차원에서도 대형 부스를 설치하고 자사의 차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맞이했다. 서울오토살롱에도 다이하쓰 코펜이 종종 등장하지만 드레스업 정도에 그치는 반면, 도쿄 오토살롱에 등장한 코펜들은 퍼포먼스 튜닝부터 외관의 빌드업까지 다양한 형태를 선보였다.


[도쿄오토살롱 2017 특집③]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나?각양각색 커스텀 자동차
슈팅브레이크 타입으로 변신한 다이하쓰 코펜

스즈키 알토는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대표적 콤팩트카다. 입상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파츠 제조사이자 튜너인 블리츠의 튜닝카였다. 순정 차량인 알토가 누가 봐도 귀여운 인상이라면 블리츠의 알토는 커스텀 차량답게 좀 더 강인한 인상이 돋보이는 전면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 이 자동차는 외관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의 튜닝이 돋보이는 차량이다. 블리츠는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커스텀 배기 파츠 전문 제조사로, 블리츠의 알토는 터보차저 및 배기 부분에서 성능의 업그레이드를 이루었다.

스즈키의 알토 순정차량(왼쪽)과 배기 전문 튜너 블리츠가 개조한 알토(우측)
겉과 속 모두 화려한 매력 강조한 드레스업카

고급 자동차 수집가인 래퍼 ‘도끼’를 소환해야 할 화려한 자동차들도 눈에 띄었다. 튜닝카라 함은 응당 일정 이상의 과시욕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자동차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었다.
  
  나카가와는 차체 전면을 스와로브스키의 큐빅으로 뒤덮은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선보였다. 화려한 외관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여성들이 선호할 만한 컬러의 내장 디자인도 돋보였다. 튜닝 및 드레스업 분야에서 일본은 여성도 상당한 구매력을 지닌 소비주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도쿄오토살롱 2017 특집③]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나?각양각색 커스텀 자동차
외관 드레스업 전문업체 나카가와의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럭셔리 내외장재 및 애프터파츠 기업인 가슨 DAD는 특히 외국 매체에 도쿄오토살롱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주얼리 계통의 외장재로 휘황찬란하게 꾸민 메르세데스 벤츠의 SL은 과거 일본 외 자동차 매체에서도 토픽으로 다뤄진 바 있을 정도다.


[도쿄오토살롱 2017 특집③]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나?각양각색 커스텀 자동차
D.A.D의 ‘반짝이’ SL 클래스

‘은갈치’ 정장을 연상케 하는 메탈릭 소재의 외관 처리로 이목을 끈 차량도 다수 보였다. 미니밴 및 왜건 부문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컬 레이싱(Kuhl Racing)의 ‘메탈 벨파이어’는 토요타의 밴 기종인 벨파이어의 외관에, 타공(두들겨서 문양을 만듦) 기법의 금속공예품과 같은 표면 처리가 인상적이었다. 이는 차체 표면을 타공 한 것이 아니라 금속성 페인트를 이용해 자동차 외관을 디자인하는 업체인 이자와 아트 디자인의 작품이다. 이자와 아트 디자인의 이자와 타카히코라는 장인은 일본 튜닝 업계에서 인기가 높은 인물이며, 이 업체의 바디 킷은 일본 외에서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을 정도이며, 미국의 튜닝 쇼인 세마(SEMA) 쇼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오토살롱 2017 특집③]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나?각양각색 커스텀 자동차
컬 레이싱의 토요타 벨파이어 기반 ‘메탈 벨파이어’

[도쿄오토살롱 2017 특집③]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왔나?각양각색 커스텀 자동차
역시 컬 레이싱의 스바루 WRX STI

튜닝카의 천국으로 알려진 일본에도 튜닝이나 애프터파츠의 적용에 있어 규제와 제한이 있으며 역시 충족시키기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인증과 해법에 관한 절차는 합리적이라는 것이 현장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동차에 관한 다양한 상상력이  양산차 제조업에도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이와같은 각양각색의 자동차들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을 끌어 온 에너지는 합리적인 이성을 기반으로 한 감성과 열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각양각색의 커스텀 카는 화려한 외면 이상의 의미를 전하는 셈이다.

글, 사진
한명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