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톤 A380기 끈 포르쉐 카이엔, 기네스 기록 경신

전장 4,855㎜, 공차 중량 2,300kg대의 포르쉐 카이엔이 하늘의 호텔이라 불리는 에어버스 A380 항공기를 견인해 기네스 기록에 등재되었다. 포르쉐는 에어프랑스 사의 협조와 함께, 프랑스 샤를 드 골 공항에서 이와 같은 도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기록은 2013년 닛산의 4륜 구동 SUV인 패트롤이 세운 기록을 115톤 넘어서는 것이다. 포르쉐와 에어프랑스의 식구들은 새로운 기록 달성 속에 즐거워하고 있다. 그 즐거운 메시지 속에서, 두 기업이 나누고자 한 시너지 효과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대단한 A380의 규모, 더 대단한 카이엔 S 디젤

A380은 세계 대형 항공사들의 항공기 납품을 독점하고 있는 보잉에 대항하고자, 에어버스 사가 2000년대에 선보인 초호화 항공기다. 복층 구조에, 73미터의 길이로 초호화 시설이 들어차 있어 여행객, 특히 신혼부부의 로망이기도 하다. 따라서 격납고 규모도 엄청나다. 카이엔이 이번 실험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제공한 에어프랑스 사의 A380 격납고의 면적은 카이엔 3,000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도로에서 만나게 되는 카이엔이 결코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에어버스의 격납고 규모와, 그러한 격납고에 수용해야 하는 A380의 크기를 어림짐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A380의 무게는 285톤에 달한다. 카이엔이 이를 끌면서 등재된 기네스 기록의 정식 타이틀도 ‘양산 자동차가 견인한 가장 무거운 항공기’다. 이 기록의 주인공이 된 카이엔 S 디젤의 공차 중량은 2,365kg으로 A380의 약 1/120 수준이다. 이전 기록은 2013년, 6세대 닛산 패트롤이 아랍에미리트의 샤르자 공항에서 170톤의 화물기를 견인한 것이었다. 그 이전에는 2006년, 5.0리터(4,910cc) V10 TDI 엔진을 장착한 최고 출력 313hp, 최대 토크 76.5kg∙m의 투아렉이 155톤의 보잉 747을 견인한 바 있다.
카이엔 S 디젤에 장착된 4,134cc, V8 트윈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385hp(3,750hp), 최대 토크 86.7kg∙m(2,000~2,750rpm)를 발휘한다. 이 도전에서 카이엔의 드라이버를 맡은 엔지니어인 리처드 페인은 “운전하는 내내 커다란 A380이 사이드미러 가득히 들어와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자동차의 한계를 테스트하지는 않지만, 오늘 그 한계점에 가까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슈투트가르트의 엔지니어와 협력해준 에어프랑스의 엔지니어들에게 공을 돌린다”고 덧붙였다.

에어프랑스와의 윈윈

물론 이러한 이벤트에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에어프랑스가 포르쉐의 기네스 기록 달성에 협조하면서 얻게 된 가치가 궁금해진다. 카이엔 S 디젤과 A380이라는 기종이 각자의 비즈니스에서 플래그십이고, 이를 통한 이미지적 시너지로 추후 고객 유치에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에 머무른다면 이 실험의 가치는 다소 퇴색될 수 있다.
에어프랑스 사 공항 시설물 유지 보수 디비전인 KLM 엔지니어링 앤 메인터넌스의 게리 몽트뢰 부사장은 “에어프랑스 KLM이 특별한 종류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모든 새로운 종류의 도전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이번 실험의 의의를 설명했다. 실제 카이엔의 A380 견인에서 항공기와 카이엔의 연결 및 결속 장치는 에어프랑스 KLM 측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포르쉐 측은 카이엔이 이 장치를 통해 A380을 견인하면서 차체에 어떤 손상도 입지 않았음을 밝혔다. 이는 포르쉐의 장점을 알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에어프랑스 측의 기술적 성과를 보여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지금 카이엔 S 디젤이었을까

모기업인 폭스바겐 그룹은 물론 아우디 역시 뉴욕과 상하이 모터쇼 등에서 전동 파워트레인과 스마트 모빌리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르쉐도 예외는 아니다. 파나메라에도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동력원을 장착하는 등 전동 파워트레인 자동차들의 영역을 점점 넓혀가는 중이다.


285톤 A380기 끈 포르쉐 카이엔,
기네스 기록 경신
프레빈 파텔 기네스 기록 심사관(외쪽)이 리처드 페인 포르쉐 엔지니어(오른쪽)에게 기네스 기록 인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이엔의 이 같은 도전은 여전히 디젤 엔진 기반 파워트레인이 포르쉐의 세일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비록 해당 실험을 가솔린 엔진 기종인 카이엔 터보 S를 통해 재구현하기도 했지만, 이 이벤트는 포르쉐의 디젤 파워트레인 가치의 재입증이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리처드 페인은 “항상 고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나아간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는 카이엔 디젤 엔진 장착 기종의 잠재적 고객들을 향한 포르쉐의 목소리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포르쉐의 디젤 엔진이 이후 어떤 모습으로 새로워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