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부터 9일까지 방콕에서는 도쿄오토살롱의 국제 전시가 진행되었다. 유럽에서는 오펠과 복스홀을 인수한 프랑스의 거대 자동차 제조사 PSA그룹이 애프터마켓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처럼 세계 튜닝 및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이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7월 13일(목)부터 16일(일)까지 3박 4일간 제15회 서울오토살롱이 진행된다.
최다 관객 돌파, 이제는 규모 이상의 가치를 노린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 튜닝 및 애프터마켓 전시회 ‘서울오토살롱’은 2015년 13회 행사에서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돌파했다. 그리고 2016년 14회 행사에서는 입장객 수 7만 명으로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을 넘어섰다. 애프터마켓 및 튜닝 시장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응하려는 각 분야 업체들의 노력 및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양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한계도 있었다. 정부의 시책과 일선 경찰행정이 엇박자를 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단속이 증가해 난색을 표하는 업계도 있었다. 특히 튜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퍼포먼스 튜닝 분야가 이러한 엇박자에 직격탄을 맞았다. 다른 시책과 마찬가지로 공허한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었고, 업계 내부의 모순도 크게 해소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서울오토살롱의 행보는, 한국이라는 특수하고도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튜닝 문화를 즐기고 이를 하나의 산업으로 이끌어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조금씩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까지 양적인 성장, 해외 시장에서 크게 인정받는 대형 애프터마켓 제조사의 참가를 통해 존재감을 키웠다면, 금년에는 보다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전문 업체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자연스럽게 참가사 규모도 약 120개사로, 지난해 대비 20% 증가했다. 참가 분야는 지난 해와 동일하게 오토튜닝(Auto Tuning), 오토케어(Auto Care), 오토일렉트로닉스(Auto Electronics)와 자동차 소모품, 인테리어 제품 등을 포함하는 오토액세서리(Auto Accessories), 전문 튜닝샵 및 멀티 시공샵으로 분류된다.
‘열공’하는 튜닝업계, 세계 트렌드를 전문성으로 소화한다
현재 튜닝 업계는 과거와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비록 규모가 작고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대형 제조사만큼 미디어를 세련되게 응대하지는 못하더라도, 각 분야별 세계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가치는 실제 국내에 소개되는 애프터마켓 제품의 트렌드가 세계 수준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수입차 시장의 규모가 성장하는데다, 주요 제조사의 고성능 디비전이 한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소비자가 먼저 최신 테크놀로지에 눈뜨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경험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제품 생산과 연계하는 제조사도 등장하고 있다. OBD(On-Board Diagnostics, 차량 진단모듈)을 장착한자동차와 유저를 서버에 등록하고, 이로부터 얻은 정보를 엔진 오일 생산에 적용해 온 기업도 있다. 그 외 IT 분야의 다양한 트렌드를 이미 체화하여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이는 기본적으로 튜닝 및 애프터마켓 비즈니스가 유저의 경험이라는 정보를 자산화하는 산업인 까닭이다. 단지 이를 분석하고 기록하는 도구가 첨단화되었을 뿐이다.
이번 서울오토살롱에서 이미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는 유명 애프터마켓 제조사의 부스 외에도 여러 참가사들을 눈여겨보아야 하는 까닭이다. 이들이 가진 최신 트렌드에 대한 적응력과 체화 능력은 어떤 첨단 비즈니스 분야 못지않다는 것이 과거와 다른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인증제 안착, 환경 이슈 등에 대한 대응이 과제
물론 튜닝업계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튜닝 부품 인증제도의 편의성과 실효성이 소비자와 일선 업체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효과를 거두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튜닝을 즐기는 마니아들의 의식 수준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튜닝 문화를 향한 편견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아쉬운 현실이다. 환경 이슈 역시 튜닝 산업이 발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퍼포먼스 튜닝의 경우 이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서울오토살롱이라는 전시회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한꺼번에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 박람회는 문제들에 대한 답을 내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문제를 정의하고 개별 기업과 소비자들이 보다 나은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시의 테마를 명확히 도출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테마의 도출은 전시를 준비하는 1년간 튜닝 산업 및 연관 산업의 이슈들을 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채널로 공유하는 작업도 전제되어야 한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일본의 도쿄오토살롱은 브랜드화하여 도쿄 외 지역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도 성공적인 개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방콕 오토살롱은 성공한 전시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전시라는 점에서다. 서울오토살롱은 관람객 수의 지속적 증가와 업체들의 양적, 질적 발전이 눈에 띄는 전시다. 그리고 이제 마니아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튜닝 및 애프터마켓 산업 박람회의 면모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17년 서울오토살롱은 향후 전시방향과 산업 발달 추이 모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시라 할 수 있다.
글
한명륜